지금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대통령 형에 대한 평가는 좋았을 것이다. 6선 의원, 국회부의장의 경륜과 대기업 사장의 경력도 빛이 났을 것이다. 대통령의 부족한 정치력을 메워주고 있다는 평도 나왔음 직하다. 사실 대선 때까지만 해도 이상득 의원은 막후에서 훌륭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성격도 원만하여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모두가 알다시피 정국은 위기이다.
그래서 국정의 난맥은 인사 문제에서 비롯되었고 인사의 핵심에 이 의원이 있기에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형을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만사형통이란 말까지 등장하였다. 이상득 의원은 억울하다며 자신은 국정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알 수는 없으나 신문 기사는 재미있는 힌트를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7시쯤 이 의원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아침 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로 가고 있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인사 파행의 진앙이라고 주장한 박영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의 경질을 건의하고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상의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기사를 통해 이 의원이 대통령을 왜 만났는지,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알 수 없다. 안가에서 나눈 이야기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본인이 말하면 모르지만 안가에서 있었던 말을 전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도나 내용은 추측 기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정두언 의원에 의해 인사 파행의 당사자 중 한 명이라고 지목된 이 의원을 대통령이 곧바로 만났다는 것이다. 그것도 안가에서.
인사 문제가 공론화되어서 시끄럽게 되었다면 일단 형을 만나지 않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국사가 집안일이 아니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 의원은 대통령을 만났는가. 여론 청취의 한 과정이었는가. 이 의원은 인사 파행의 당사자로 지목되었고 대통령의 형이란 특수한 신분에 놓여 있으므로 사적인 만남조차 피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런 것을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인사 문제가 제기되었다면 청와대, 당, 정부의 공식 기관을 통해 여론을 듣고 사실여부를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면 된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꾸준히 무시해왔다. 청와대 수석 인선에 문제가 있다고 언론이 여러 차례 지적을 했어도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고 넘어갔고, 내각 인선도 잘못되었다고 하자 역시 최소한 조치를 마지못해 취하고 넘어갔다. 언제나 마지못해 최소한 조치를 뒤늦게 하는 것이 이 정부의 특징이다. 이런 태도 밑에는 너희들은 잘 모른다. 따라오면 되지 무슨 말이 그리 많은가 하는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정부는 국민에게 뭘 설명하는 일이 없다. 이 역시 국민을 무시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대운하이다. 나는 대통령이 대운하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고 소상하게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비서관이나 정부 부처를 통해 간헐적으로 대운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뿐 정작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결과 불신이 커지는 것이다. 쇠고기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미국 쇠고기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국민을 설득한 적이 있었는가. 텔레비전을 통해 100분 정도 국민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국민의 분노를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왜 국민 앞에 나오지 않는가.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사장이고 국민은 사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사장이 사원 이야기에 일일이 신경 쓸 것도 없고 또 일일이 설명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개념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보는가. 그 개념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대통령에게는 공적 개념이 부족하다. 장관이나 수석을 회사의 이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도 의원이 아니라 형으로 대하고 있다. 촛불 시위가 대통령에게 공적 개념을 심어주었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공적 개념을 가르쳐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탁석산 철학자
첫댓글 대통령의 처신이 아랫 사람을 죽이고 살립니다. 국민을 하늘 같이 알고 잘 받들면 국민들도 대통령을 하늘 같이 받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