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6월8일(수요일)의 주요 뉴스입니다 : 마우스로 크릭 -> 읽으세요
[TOP NEWS*]'창업 불모지' 옛말… 러시아, 우주·핵기술 벤처 키운다 러시아 스타트업 훈풍..'우주·核기술 벤처' 키운다
지난 2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소도시 스콜코보가 오전부터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이날 스콜코보에서는 러시아 스타트업 (초기 벤처기업)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창업·투자 전문가들이 만나는 ‘스타트업 빌리지’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완공된 ‘테크노파크 오피스’ 건물 4개 동은 이날 각각 ‘로봇 과학·VR(가상현실)’, ‘항공우주 기술’, ‘에너지 기술’, ‘IT(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로 나뉘어 2000여 개 러시아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전시장으로 활용됐다. 영국에서 왔다는 한 벤처 투자자는 “지금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러시아 스타트업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했다”며 “러시아 스타트업 업계는 이제 막 시작한 셈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콜코보 테크노파크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창업 불모지’로 불리던 러시아에도 스타트업 훈풍이 불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1조루블(약 18조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20㎞ 떨어진 스콜코보에 약 400만㎡(약 120만여 평) 규모의 첨단기술단지를 설립하고 있다.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IT 기업이 단지 내 비즈니스센터에 입주했고, 1400여 개의 스타트업 사무실과 연구시설이 자리 잡았다. 2020년까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파트너십을 맺은 ‘스콜테크’ 대학 캠퍼스, 항공운항 교육시설, IT 클러스터 등을 설립해 완벽한 모습을 갖춘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 적극 투자…3년 새 신규 지원 기업 40%↑
의료용 외골격로봇(exoskeleton)을 개발·생산하는 스타트업 ‘엑소아틀릿(exoatlet)’은 2014년 스콜코보의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돼 1억루블(약 17억7000만원)을 투자받았다. 스타트업 빌리지 행사를 통해 이들의 사업계획서와 시제품을 본 민간 투자자가 5000만루블 투자를 결정했고, 여기에 스콜코보 재단에서 1:1 매칭으로 5000만루블을 함께 투자한 것이다.
엑소아틀릿은 스콜코보에서 무상에 가까운 가격으로 사무실을 사용하며 제품 상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엑소아틀릿 미하일 크룬드셰브 CEO는 “엑소아틀릿은 모스크바시립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외골격로봇을 연구하던 동기들이 모여서 설립한 회사”라며 “전에는 사재를 털고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시제품을 만들어야 했지만, 스콜코보 지원 기업이 된 이후에는 돈 걱정 없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는 2010년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설립과 동시에 스콜코보 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은 민간 투자와 매칭 사업으로 투자 금액을 결정·지원한다. 지원 대상 기업은 전 세계 스타트업 전문가 80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중 무작위로 뽑힌 10명이 선정한다. 10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해당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보고 판단해 60% 이상이 동의해야 스콜코보 지원 기업이 된다.
지원 절차가 까다롭고 선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인기는 고공행진이다. 투자가 본격화된 지난 2014년에 6000여 개였던 지원 신청 기업이 올해 초에는 1만5000여 개로 늘었다. 지원이 결정된 기업 수도 3년 새 1020곳에서 1432곳으로 40% 증가했다. 경쟁률도 6:1에서 10:1로 치솟았다.
스콜코보 지원 기업이 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는 투자뿐 아니라 세금 문제도 해결되기 때문이다. 스콜코보 입주 기업들은 소득세를 제외하면 모든 종류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세 혜택을 누린다. 여기에 정부가 밀어주는 만큼 민간 투자도 늘고 있다. 올해 초까지 스콜코보 지원 스타트업이 받은 민간 투자 금액은 3억5000만달러(약 4070억원)이다.
◇러시아 강점인 첨단기술을 ‘돈 되는’ 사업으로
스콜코보의 스타트업 지원은 특히 첨단기술 창업자에 집중되어 있다. 스콜코보는 IT·바이오메드·에너지·우주·핵기술 등 5가지 클러스터로 스타트업을 나눠 지원한다. 지원 대상 기업도 이 다섯 가지 분야에 해당되는 기업이다.
이고르 바가셰프 스콜코보 IT 클러스터 대표는 “러시아는 제조업에 강하지 않지만, 소련 시절부터 첨단 과학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러시아에는 이미 얀덱스(Yandex·러시아의 대형 포털사이트), 아비(ABBYY·세계적인 문서 인식 솔루션 기업)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창업 기업)들이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러시아 전역에는 7000여 개의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20%가 스콜코보 지원 대상 기업이다. 스콜코보 지원 대상 기업 중 해외 시장에 진출해 상업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은 2013년 10개에서 2016년 149개로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바가셰프 대표는 “스콜코보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삼성 등 50개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원 스타트업들이 파트너 대기업과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은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 기술을 알리고, 팔릴 수 있도록 해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일종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하향식 개발 모델에 우려도
러시아는 계속되는 저유가와 서방 제재,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오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 주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는 스콜코보 단지가 러시아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가 이미 약650억루블(약 1조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직 전체 단지 의 50% 이상이 공사 중이다. 건물만 들어선다고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바실리 비로브 스콜코보 테크노파크 부회장은 “스콜코보의 특징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학교와 연구소가 모두 한 군데에 있어 모든 방향의 협업이 용이하다는 점”이라며 “루블화가 약세인 지금이 오히려 러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할 적기”라고 말했다.
'수술 환자를 위한 1분 기도'가 만드는 작은 기적들
서울 강남터미널 뒤쪽에 자리 잡은 서울성모병원. 5층 수술실에서는 매일 아침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수술을 받으려면 속을 비워야 하기에 밤새 금식한 환자들이 이른 아침 수술실로 대거 들어온다. 환자 20여명이 일제히 들어오는 수술 준비실은 의료진의 손길로 분주하다. 그 상황에도 환자가 누워 있는 침상마다 1분간 정적이 흐른다. 환자를 위한 수녀의 기도가 있기 때문이다.
전신 마취 수술에 임하는 모든 환자에게 수녀가 다가간다. "제가 환자를 위해 기도해 드릴까요? 종교와 상관없이 환자의 치유를 위한 것입니다." 환자들 백이면 백 기도해달라고 답한다. 수녀는 환자 옆에서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쾌유를 빌고, 의료진의 정성 어린 손길이 환자에게 닿기를 기원한다.
그 1분 기도에 뜻밖의 광경이 벌어진다. 40대 가장이 울음을 터뜨리고, 60대 엄마가 흐느끼고, 80대 할아버지가 눈시울을 적신다. 1분 동안 그들에게 수십년 인생이 지나갔으리라. 수녀의 기도를 듣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눈물을 흘린단다. 찌르면 아프고, 건드리면 무너지는 것이 환자의 심정이지 싶다. 이들을 위해 수녀 8명이 번갈아 가며 수술실 기도 당직을 선다.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긴장한 탓에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빠르다. 기도가 끝난 뒤 환자들의 혈압과 맥박은 대개 안정감 있게 떨어져 있다. 웬일인지 기도를 들은 환자는 마취 유도제가 적게 들어간다는 말도 의료진 사이에서 나온다. 1분 기도가 평온과 위로를 안기는 심혈관 안정제이자 불안 마취제인 셈이다. 기도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간·신장이식 수술이나 심장 수술을 받는 중환자들에게는 수술실 안에서도 의료진의 기도가 이어진다.
기도로 수술을 시작한 원조는 세브란스병원이다. 수술 준비실에서 목사와 전도사가 기도를 시작한 데 이어 4년 전부터는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위해 마취과 의사나 수술 의사가 기도를 주도한다. 수술실 의료진 모두 수술포를 덮은 환자의 몸에 손을 얹고 1분 기도를 드린다. 사전에 기도 동의를 얻고, 환자가 '아멘!'을 거북해하면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를 빼고 기도를 마친다. 매일 100명 안팎의 수술 환자에게 쾌유를 빌고, 의료진의 손길이 실수 없이 아픈 곳을 잘 어루만지게 해 달라고 빈다. 한 스님 환자가 기도를 제안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의료진을 향해 먼저 "나에게도 기도해 달라"고 말한 일화도 있다. 목사가 환자였다고, 스님의 기도를 마다했겠나…. 수술실 기도를 주도하는 의사 중에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경우가 절반 정도 된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과 살아갈 날에 대한 희망 담긴 수술 준비실의 '1분 기도' 종교 초월한 바람과 정성이 안정제처럼 평안과 위로 안겨
기도 효과는 의료진도 본다.
한 집도 의사는 "수술을 앞둔 의료진이 잠시나마 평온을 느끼고 수술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게 된다"고 말했다. 수술 기도를 한 병원에서는 전보다 환자의 불만이나 이의 제기가 줄었다고 한다. 기도하는 의료진의 정성을 느끼고 신뢰하게 되기에 그렇다는 해석이다. 기도가 의료 사고와 의료 분쟁을 줄이는 효험이 있는 모양이다.
기독교 신앙에서는 남을 위한 기도를 중보기도라고 한다. 자신을 위한 기도나 남을 위한 기도나, 같은 영적 에너지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남에게 기도를 부탁하기도 하고, 남을 위해 중보기도를 한다. 그럼 중보기도는 실제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을까. 여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차이가 있다는 쪽과 없다는 측으로 나뉜다.
수술 전 기도가 환자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논문이 있는가 하면, 심장병 수술에서 기도를 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 간에 결과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중보기도를 받은 여성의 임신 성공률이 2배 높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물론 의료의 본질은 세심하고 꼼꼼한 진단과 치료이고, 기도가 그것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어찌 됐건 누군가 기도 혜택을 입었다는 주장은 있어도 기도가 질병을 악화시켰다는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병원에는 대개 24시간 기도실이 있다. 늦은밤 기도실에 종교와 상관없이 환자 가족의 기원이 모인다. 유방암 수술을 앞둔 어머니의 딸이, 췌장암으로 입원한 아버지의 아들이, 소아암을 앓는 아이의 엄마가, 두 손을 모으고 어깨를 들썩이며 기도한다. 기도에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이 있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이 있다. 종교를 넘은 바람과 정성이 두 손을 모아쥐게 한다. 우리는 그 누구를 위해, 그 무엇을 위해 절실히 기도한 적이 있는가?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기도한다면 세상이 더 따듯해지지 않을까.
청송(靑松)카페지기 베드로 문(Peter M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