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진 오르막길은 나태하고 무디어진 우리들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였다
옷을 한 꺼풀씩 벗으며 삼거리에 도착하여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요즘 장수의 맑은 물을 마시며 더욱 예뻐진 미녀를 옆에 둔 황보회장님의 표정이 상기되었다 ㅋㅋㅋ
연말이라 계속된 음주로 인해 몸상태가 좋지 않은 사도요한 형제가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아니면 홍도에서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어서인가? ㅎㅎㅎ
사도요한 형제는 송년회에서 소주를 한 잔도 마시지 않는다고 했는데...확인을 못해 보았네그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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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가서 홍시를 먹여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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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자들은 내게로 오라 |
삼거리에서 후미그룹을 오랫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의아스러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남선마을에서 홍시를 따가지고 오느라고 이렇게 늦은 것이었다
홍시를 나누어 주시는 마르코 회장님의 손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의 손과 닮았다.
오래된 묘가 한 개 있는 너른 암반은 내변산 전망대로서 손색이 없었다
멀리 우금암이 보였다...나는 초등학교 6년 동안 이곳 아래에 있는 개암사로 소풍을 12번 다녔다(지긋지긋..)
아버님으로부터 우금암에서 당나라 소정방과 김유신이 만났다는 전설을 듣던 옛추억이 되살아났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백미, 쇠뿔바위봉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고래등바위는 쇠뿔바위봉 쪽으로 길게 뻗은 어마어마한 바위를 말하는데, 고래가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형국이다.
어떤 지도에는 와우봉(臥牛峰)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한데 고래등바위가 훨씬 잘 어울리는듯 하다
쇠뿔바위봉은 동봉과 서봉 두 개의 봉으로 형성되어있다.
동봉은 서울의 인수봉과 흡사하며 세미 록클라이밍을 하여야만 오를 수 있으므로 보조자일이 필수다.
그래서 대부분 서봉으로 발길을 돌리지만 서봉 또한 만만하지는 않다.
고래등바위에서 식사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동쇠뿔바위봉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만 마치고 위로 올라갔다.
쇠뿔바위가 내려다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서 약간 이른 점심 식사를 하였다
우리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슬재 아래 용와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 아해 일행이 당도하였다
다부진 체력과 대단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져서 산을 맘대로 누비고 다니는 이분들이 부러웠다.
아해와 고영상씨는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옆에서 라면을 끓였다.
참치까지 넣어서 끓이는 라면 국물 냄새가 솔솔 풍겨나와서 입맛을 돋구었다.
유혹을 참지 못한 몇몇 가족이 젓가락을 들고 덤벼드는 바람에 두 사람을 배를 곯아야 했다 ㅋㅋㅋ
식사를 마친 다음, 계사년 한해 동안 우리와 함께 한 뱀과 작별을 고하였다.
올해는 사실 흑사(黑蛇)의 해이지만 사진발을 고려해서 황사(黃蛇)로 준비하였다
올 한해 무탈하게 보냄을 감사하며 내년에는 더욱 건강하고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길 기원하였다.
하산길에서 만난 변산의 최고봉.. 의상봉(545m)의 위엄은 대단하였다
천혜의 요새에 들어선 공군기지는 원래 미군기지였으나 미군이 철수한 뒤 우리 공군이 인수하였다.
어린 시절, 부안읍 거리에서 미군들을 종종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의상봉 바로 밑에 있던 비득치마을의 진외갓집에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가던 기억도 살아났다...가슴이 먹먹하다
지장봉(274m)에서 내려다 보는 내변산의 풍광은 대단히 수려하였다
바위와 숲과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경치는 국내의 어떤 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우람한 지장봉 아래에서 네 명의 사내들을 거느리고 있는 군다의 모습은 보통 여인이 아닌 것 같다. ㅋㅋㅋ
등반대장은 새재에서 계속 투구봉, 사두봉쪽으로 가서 중계교로 내려서자고 하였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그냥 청림마을로 내려가자고 해서 대장의 의견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새재에서 300m 아래에 있는 청림마을에 당도하니 아늑한 고향의 정감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푸른 숲'이란 뜻을 가진 청림(靑林)마을의 이름은 청림사라는 큰 사찰터가 있어서 유래되었다.
청림사 사찰터에서 발굴된 고려동종(보물 제227호)은 부안 내소사에 보관되어 있다
쇠뿔바위봉을 배경으로 하여 하산 기념 사진을 찍고 평화로운 청림마을 안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갔다
우리가 사진 찍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노신사께서 다가오시더니 셔터를 눌러 주셨다.
서울음대 작곡과를 졸업했는데 은퇴해서 청림마을에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대건아드레아 형제와 머리 색깔이 비슷해서 형님, 동생으로 부르면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산에서 내려와서 보니 동쇠뿔바위와 서쇠뿔바위가 뚜렷하게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바위로 유명하다고 알려진 월악산이나 도봉산보다 멋져 보였다
청림마을의 폐가에 방치된 감나무에서 감을 따려 하자 지나가는 마을 차량이 경적을 울려대며 소란을 피웠다.
전주에서의 송년회가 오후 5시에 에약되어 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변산해수욕장에 들렀다.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된 변산해수욕장은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세찬 기세로 밀려오는 겨울바다의 파도에 맞서려는 우리들의 포효가 하늘까지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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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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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업어줄 힘이 있다구~ |
돌아오는 길에 하서면 구암리에 있는 사적 103호인 지석묘군을 답사하였다.
이곳에서 발견 당시에는 고인돌이 13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10기만 남아있다고 한다
지석묘는 남방식과 북방식으로 나뉘어지는데, 이곳의 고인돌은 받침돌을 고이는 남방식이다.
전주로 돌아와서 가마골식당에 옻닭과 닭볶음탕을 차려놓고 유쾌한 송년회를 하였다.
첫댓글 산행기를 읽는순간 부회장님의 고향 부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매창의 어수대에 관한 시를 비롯, 쇠뿔봉바위, 구암리 지석묘와 변산해수욕장등등
잘 보고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고향은 골짜기마다 문화향이 머물러 있지요
내가 이렇게 착하고, 성실하고, 온후하고, 마음이 따뜻한 것은 고향의 덕이랍니다 ㅎㅎㅎ
부안이 생각보다 인제도 많고 경치도 대한민국의 어느곳 못지않아 사람살기 좋은 곳이데요
청림 마을도 아늑해서 전원주택지로 안성 맞춤이던데
다음 산행때 터 하나 점찍어 놓읍시다
사진은 노랑이나 빨강ㄱ색계통이 잘나오는데
잘생긴 사람은 색에 구애 받지 않은듯합니다.히히
함께 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시간 내서 자주 나와주세염 ^*^
인제씨의 사진이 우리 카페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가까이에 아름다운 풍광이 있어 즐길수 있음은 축복입니다.
대한민국. 전북 ,부안.. 사랑합니다.^^^^
세세한 설명속에 그날의 여운이 녹아나는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순간포착 훌륭해요.
산행 마치고 항상 즐겨보는 코너인데
산행의 기쁨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하는 글과 사진
부회장님 고마워요.
송년 산행 아주 즐겁고 행복했읍니다
함께한 모든신산회원님들도 행복한 표정이 넘치는군요
새해에도 변합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산에서 뵙지요...
줄줄 읽어나갈때마다 감동입니다. 섬세하고 후덕하고 간결예리한 부회장님의 그 매력이 부안의 산수덕이군요.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신산회 부회장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