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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이' 32세부터 44세에 이르는 중앙 SUNDAY 여기자들이 공동 취재에 들어갔다. '남성들이 읽어낼 수 없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10여 년 후 혹은 몇 년 후 맞닥뜨려야 할 우리의 삶이기도 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인터뷰에 응하면서 쉰이란 나이를 깨닫게 되고 인생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는 이들도, "기자가 나의 옛 꿈을 되살려줬다"는 이들도 있었다. 갱년기 증상 때문에 “등에다 고구마를 얹어서 구워먹어도 될 정도로 열이 났다”는 한 여성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듣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한 경우도 있었지만 고민 끝에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이미지가 자신의 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과 연예인 가운데 일부는 선뜻 답을 주지 않았다. 60년생은 만으로는 49세다. 60년생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은 “나는 마흔아홉”이라며 사양했다. “나의 팬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가 있어서, 다른 것은 몰라도 내 나이는 밝힐 수 없다”고 한 가수도 있었다. 어떤 의사는 “환자를 만나야 하는 입장에서 나이를 밝히는 게 부적절하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현재의 삶을 ‘적금 타먹는 풍요로운 기분’에 비유하며 성실히 답해준 한 주부는 “사진은 낼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지면 사정상 59년생과 60년생을 구분해 싣지 못했다. 어쩌면 억울한 60년생도 있을지 모르겠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되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삶의 어느 지점에 있고 당신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옥스퍼드대 미래인간연구소 디렉터 닉 보스트롬)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미국의 경우 베이비 부머 세대(46~64년 출생) 여성들의 50세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 꾸준히 있어 왔다는 점이다. 66년 베이비 부머 세대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시사주간지 '타임'은 힐러리 클린턴이 쉰 살이 된 97년 '힐러리, 쉰이 되다'란 특집 기획기사를 다뤘다. 퍼스트 레이디인 힐러리의 쉰을 통해 전문직과 프로 주부로 미국을 변화시키는 여성들의 삶과 사회적 의미를 집중 조명한 것이다.
최근엔 50세를 맞은 연예인들의 활동상을 토대로 '여자 나이 50'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지난해 가수 마돈나와 여배우 미셸 파이퍼, 샤론 스톤이 쉰을 맞았을 때 그들의 아름다움은 보톡스, 성형 수술로 유지된 것이어서 진정한 미가 아니란 주장도 쏟아졌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사벨라 로셀리니, 제인 폰다 등 여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타임은 지난 5월 현재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젊은 시절 라이프 스타일을 죽을 때까지 지속하며 노화를 거부하는’ 아모텔러티(amortality)란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여성학자 수잔 브라운 레빈이 올봄 발간한 『50은 새로운 50(fifty is the new fifty)』이란 책도 화제를 모았다. 레빈은 "여성의 50세는 여성에게 새롭고 신나는 무대를 제공한다"며 "여성들에겐 가장 편안하고 희망의 에너지가 가득 찬 시기"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돼, 뜨개질을 하며 뒤로 물러나는 전통적인 50대 삶과는 다른 삶이라는 것이다. 50이 된 여성에게 도움정보를 주는 단체(www.Fiftyisthenewforty.net www.FiftyandFurthermore.com) 등도 많다. 갱년기 증후군 대처법 등 의료정보에서부터 패션 가이드, 우울증을 극복하는 여행 가이드, 금융관리 방법까지 폭넓은 정보를 쌍방향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50세와 그 이후 세대를 위한 정교하고 전문적인 장(場)들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