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하루 늦은 18일 화요일에 대구에 내려갔습니다.
17일 오전에 입원한 엄마는 수술에 필요한 각종 검사를 마치고 이튿날인 화요일 이른 아침에 벌써 수술실에서 그 힘든 수술을 받고 계셨습니다.
86세 고령의 연세임에도, 무릎 연골이 다 닳은 상태에서의 치료수단은 선택의 여지는 없고,오직 수술뿐이라는 것입니다.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과장님은, 흉부외과 전문의인 엄마의 둘째 사위와 각별한 친분사이고, 그 아들인 엄마의 외손자는 정형외과 전공의 4년차입니다.
또 외손부는 이비인후과 전공의이며,엄마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둘째 딸은 내과 전문의로서 일가족 네 명이 모두 전문의료인입니다.
엄마의 둘째 딸인 여동생은 내과의원을 경영하고,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대구 가톨릭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포진한 병원에서 수술 받으시고 기분이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특히나 수술후 외손자가 직접 꼼꼼하게 봉합했다는 말에 대단히 만족해 하셨습니다.
과장님 이하 간호사들도 각별히 친절하게 대해 주셨고,일인실의 넉넉함과 맏딸의 간병을 받으심에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정형외과 입원실이 있는 가톨릭 의료원 구관건물
외래환자들이 이용하는 가톨릭대학 병원 신관
성 가정상
간병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환자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외에는 한가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시간을 이용해서 30여개의 수세미를 떴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체온과 혈압을 체크하러 오는 고마운 간호사님들께,문병 와주시는 엄마 친구분들과 친지들께,간병인들까지... 엄마의 회복을 도와 주시는 모든 분들께,가장 좋아하는 색상의 수세미를 직접 선택하시라고 했습니다.모두들 참 좋아하셨습니다.이를 지켜보시는 엄마도 참 흐뭇해 하시고 좋아하셨습니다.
나눠주고 남은 것은 엄마께 드리고 왔습니다.
앞으로도 더 드리고 싶은 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간병인의 도움으로 하루에 세 번씩 30분간 하는 재활운동기구
8일간 내가 잠을 잔 긴의자입니다.
맞은편엔 환자용 침대가 있고,옷장과 작은 탁자,그 옆엔 화장실, 작은 냉장고와 긴의자...
일인실의 전부입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썩 잘 되었다고는 하지만,엄마 수술부위의 통증이 몹씨 심하시지나 않을까,나도 모르는 사이에 제부와 조카내외에게 누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나 않을까,좁은 의자에서 잠자다 혹시 떨어지지나 않을까...집과 너무 다른 환경에서 첫날과 이튿날은 사뭇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령임에도 엄마는 꿋꿋하게 잘 견디셨고,회복도 만족할만큼 속도가 붙었습니다.
40 년전 결혼하고 난 후,엄마와 단둘이 오붓하게 이렇게 긴시간을 가진 일이 없었던지라,엄마도 나도 너무 좋았습니다. 아득히 먼 옛날 내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오늘까지의 이야기를 엄마와 둘이서 퍼즐조각을 꿰맞추듯 한 조각씩 맞춰나가는 재미는 아주 각별했습니다.
기억력이 좋고 매사에 정확한 엄마는 대부분 지나간 옛일을 또렷하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심을 확인하는 일도 대단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추석만 아니라면 수술 이주일후에 봉합실밥 뽑는 날까지 엄마 옆에 있어 드리고 싶지만,한 집안의 며느리로서의 책임이 있기에 간병기간을 한 열흘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낳아서 20여년을 키우고 가르치고,시집 보내 놓고도 산구완까지 하신 우리 엄마에게 열흘의 간병은 너무나 약소한 보답이지만 추석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오늘 새벽 5시가 채 안된 시각에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습니다.
불길한 느낌으로 통화를 시도하자,아니나 다를까,울먹이듯 꺼져가는 낮은 소리로 남편의 음성이 아득히 멀리서 울리듯 들렸습니다.
"나 지금 죽을 것 같은데,큰애는 전화도 안받아..."
둘째 아들은 지금 중국과 일본 출장중이라 집에 없고,남편 혼자 몹씨 아프다는 전화였습니다.
급히 큰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한참만에 잠이 덜 깬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아버지가 몹씨 편찮으신 모양이야.지금 곧장 가 봐,나도 곧 올라 갈게."
통화내용을 들으신 엄마가 몹씨 놀라시며,당신은 괜찮으시니,당장 집으로 가라고 하셨지만,괜찮다며 엄마를 안심시키고는,병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후에 아들에게서 응급실인데 검사중이라고 했습니다.
결과가 나오는대로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걸,지금 할머님 6인실 간병사가 있는 병실로 옮겨드리고는 곧장 올라가겠다고 했더니,아들이 그러더군요.
"여긴 제가 있으니 너무 급히 서두르지 마시고 외할머님 간병 인수인계 확실하게 끝내시고 올라오셔도 됩니다.
회사엔 크게 바쁜 일이 없으니 하루 휴가 내면 됩니다."
믿음직한 아들의 말에 차분하게 간병사가 24시간 상주하는 6인실 병실로 옮기고,간병사에게 잘 보살펴 드리도록 신신당부하고는 기차를 타고 상경했습니다.
두 시간만에 서울역에 도착해서 아들에게 전화하니 급성장염으로 진단이 나와 주사와 약 처방 받고 지금은 퇴원해서 집에 있다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아가와 아들이, 밤새 고생해서 반쪽이 된 남편을 보살피고 있었습니다.
죽 두어 술 뜨고는 약먹고는 깊은 잠에 빠졌다가 다시 또 죽 몇 술... 기진맥진한 남편...
두 해전 추석 바로 전에도 응급실행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또 그러네요.
9월은 나에게 간병만 하라는 건지...
엄마의 간병기가 아니라 남편 때문에 놀라서 간병 중간에 중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엄마께도 죄송하고,남편에게도 조금 미안하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하느라고 했는데도 말입니다.
그저 건강이 제일입니다.
첫댓글 1등간병인 김옥덕 조마조마라게 마지막 소삭듣고 후유~한숨쉬고 덧글씁니다.
환갑지나고도 부를수 있는 엄마계시고 간병할수 있는 딸로서 소임을 마치고
집에와서 집안 도우는 일복많은 옥덕님 추석차례상이 줄서서 기다립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아는 의사선생님이 큰 빽이라 마음편히 치료받는데
한사람이 아닌 4명의사에 큰딸간병에 어머님의 회복이 쉬울것 같습니다.
애많이 썼어요.휴대폰의 편리함이 한몫했읍니다.
이제 천천히 추석준비 하세요.무리하지 말고.
처음엔 둘째 해외출장 가방 싸는 것도 내가 도와줘야할 것같아서,지난 토요일에 돌아올까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 걸 보니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추석만 아니라면 이주일을 채우겠지만,그렇게도 할 수가 없는 일인데,중간에 남편까지...
만약 큰아들이 딸이었다면,하루 더 엄마곁에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엄마께 많이 죄송합니다.
맏딸의 간병을 정말 좋아하셨는데,전문 간병인에게 맡기고 왔으니까요.
모두 읽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우리 사는것이 좋다가는 항상 이런 일들이 뒤를 따르니
우리는 늘 긴장하라는 뜻인가봅니다. 몸이 이렇게 아플 땐 병원과 의사선생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나는 마음속으로 의사를 인간 예수님으로 생각합니다. 옥덕님도 조심하세요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아프고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맏딸의 간병을 받으시는 엄마는 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둘째딸은 반찬과 과일을 사다 나르고,사위는 아침마다 출근하자마자 문안인사를 오고,
외손자와 외손부도 자주 들리고,친구분과 친지들의 문병까지...
엄마는 통증도 잊은채 몹씨 행복해 하셨습니다.
남편의 응급실행에 놀라기도 했지만,하필이면 이런 때...라는 생각이 들며 야속하기까지 하더군요.
사람 사는 일이 이러네요.
옥덕님 많이 놀랐겠어요.친정어머니께 맏딸로 지극한 간병 하느라 수고가 많았네요.영택님이
그만하시기 다행입니다.어머님은 다복하십니다.집안에 의사가 많아 든든 하셨겠어요.
어머님도, 영택님도 빠른 회복 바랍니다.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엄마가 처음으로 침대에 누워서 간병을 받고 계십니다.
전문 간병인들의 봉사에 대 만족이라는 말에 마음이 놓입니다.
집안에 의사가 있다는 것도 마음 든든하다고 하사고요.
옥덕아우 수고 많았어요.그렇게 친정어머니 간병 하고싶어 하더니 해냈군요. 그기다 또 뜨개질까지 해가지고 문병 오신 분 .간병하시는 분들 챙겨 드리는 착한 딸 보시며 아픈 것도 날라가버렸겠어요,아 가질 수 있다는 게 여자의 운명 같은 거네요.거움입니다.하답니다 그때 남편과 함께 방문해요. 나는 두 동안
몇십년만의 모녀가 함께 생활하는 시기란 기끗 아파야 핑계
마음끗 그나마 채우지 못하고 내 책임, 내 생활로 돌아오게 하지만 이 곳이 나의 집인걸요. 내가 조상이 될 집인겁니다.건강해서 내 손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병원에 있을 때 보다 퇴원한 후가 더 길고 불편하고
응접실 소파를 짚고 매일 운동했어
그리고 환부에 부끼를 밀가루에 치자물 반죽해서 냉장고 두었다가 저녁에 잘 때 타올 위에 렙을 깔고 반죽한 밀가루를 많이 바르고 렙으로 싸서 흐르지 않게 타올을 말고 자면 열을 식혀 쉬원하게 잤어요 ,아침에 풀면 시퍼렇게
열을 뺀 걸 볼 수 있어요.그러고 3개월은 누워 계셔야 되요..그 기간이 더 지루하니까 맛있는 음식과 친구 자녀들의
방문이 더 좋답니다.
더욱 좋답니다.다복하신 어머니시니까 쾌차도 빠르실 겁니다. 걱정말고 아우 건강 챙겨요,
언니 체험에서 나온 조언 고맙습니다.
엄마께 전해 드리고 주위에도 전하겠습니다.
이제는 봉합실밥도 빼고 재활운동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 이제사 읽고..언니는 좋겠다..어머니 간병도 하고.... 그런 생각을 했읍니다....
엄마는 수술로 몹씨 불편하셨겠지만,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참 행복했어요.
4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고령의 친정어머니 수술 간병을 열흘간이나 하고 왔다니 이제 어머니에 대한 효도의 여한은 없겠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너무나 흐믓하고 좋으셨겠네요.예전처럼 아끼는 딸 옆에두고 실컷 이야기 나누었으니 꿈만 같았겠네요.그동안 많이 회복 되셨겠지요.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장염까지 정말 놀랐겠네요.자투리 시간에 뜬 수세미 나누어 주는 딸의 모습에 어머니께서 얼마나 기특하게 여기셨을지 상상이 됩니다.암튼 고생은 했지만 마음은 뿌듯하겠습니다.
엄살쟁이 남편 때문에 약속한 날까지 못채우고 미리 상경하게 되어 속상했어요. 잘 보내셨지요
전문간병인의 서비스가 미안할만큼 잘해줘서 만족하시다고 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이네요.
풍성한
어머님의 빠른 회복을 빕니다.
아우님 고맙습니다.
환자수발이 쉽지않은 일인데 수고하셨네요.
어머니가 속히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남편의 전화에 약간 놀라기도 했지만,야속했어요. 잘 보내셨지요
바로 옆에 큰아들이 있는데도...
언니,고맙습니다.
풍성한
옥덕 아우가 어머니 병구완을 한다기에 모두가 걱정을 했었는데 어머니와 좋은 시간이 되었고 많이 회복 되셨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아우님 몸도 잘돌보고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보기를 바랄게요.
염려덕분에 행복한 시간 보냈습니다.
언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