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의 수료 일정이 끝나고
후반기 특기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면회가 가능하다는 중대장의 연락과
전날 밤,
아들 영훈의 면회 확인 전화와
많지 않은 먹거리 준비와
이래저래 꼬여버린 금요일의 스케줄 덕분에 마음만 바빴다.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면회 차량들이 도로를 점령하였다.
첫 면회인 만큼 익숙치 않은 행태 덕분에
예정된 시간 9시를 지나 40분이나 늦게 아들과 만날 수 있었다.
미련하게도 엉뚱한 장소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음이나
무설재 쥔장을 비롯하여 많은 부모들이 우왕좌왕... 특기 부대가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아나로그 세대들의 불찰이다.
그 덕분에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무설재 쥔장들을 기다리느라 아이의 눈과 몸과 마음은 초초함 그 자체였으려니
마침내 만난 자리에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빙긋이 웃고 만다.
면회 전날, 이상하게도 일이 꼬여 일의 순서를 정할 수 없을 만큼 갈팡질팡이었으나
다른 것은 준비 못해도 유일하게 먹고 싶다는 청주의 本情 빵집의 케잌을 사기 위해
우선 순위로 청주로 날아가 간만에 친구 장초선도 만나 수다떨고
미식가인 아들 녀석이 전국에서 가장 맛있다고 입이 마르게 칭송한 케잌을 준비했음이니
일단 안심인 것이 만약의 상황이 벌어져 다른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하더라도 가장 좋아하는 것을
건네 줄 수 있으려니 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고 케잌에 몰입중이다.
또한 상황이 꼬이다 보니
금광 우체국 직원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서 날아온 EMS 를 챙겨다 주니
소중하게도 열어 보는 아들 녀석의 심정을 헤아리겠다.
일단의 긴장의 풀리고 나니 환한 웃음과 함께
아들 녀석의 훈련병 시절 이야기는 봇물 터지듯이 터지고
그동안의 마음 졸임이 언제였던가 싶을 뿐이다.
많은 것을 준비 할 필요없다는 아들의 편지 덕분에
바리바리 싸들고 갈 일은 없었지만
행여 면회 신청자가 없을 동기를 위해 함께 준비한 음식들이 남겨지고
-이날은 동반 동기생 외출이 허락되지 못했다-
갑자기 몰아친 빗발로 무설재 쥔장이야 차 안에서 에어컨 삼매경이요
초짜 군인이 유일하게 해내야 하는 일은 여기 저기 지인들에게 전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사실 군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 안에 들어 앉아 있으면 안된다는 아이를 설득한 참이다.
하루 면회의 일정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려니 안타깝지만
또 하루의 유효 일요일 면회가 남은지라 그다지 섭섭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들 녀석은 아쉬운 마음으로 가득이고
준비해 달라던 물품들을 들고 돌아서는 아들 뒤 편으로는 다들 섭섭한 헤어짐들이다.
아들과 헤어진 후 삼천포 달묵 도공과의 잠깐 회포를 마치고 돌아나와
삼천포의 바다 구경은 커녕 완전히 시체처럼 잠을 자고
일찌감치 진주로 날아와 면회 신청을 하자니
벌써 아이들이 대기중이다.
제일 먼저 신청한 8시 30분의 대기자들인데
그 초조한 와중에 부모들이 약속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부모가 올 때까지 서 있어야 한다니 약속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
어디서나 당연지사요 그 전날 2시 30분까지 기다린 아이가 있었다는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30여분을 기다리니
어디선가 구호 소리가 들려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니
면회소로 나오는 이등병들의 무리...열심히 찾아도 아들이 보이지 않아 포기하려는 순간
다행스럽게도 영훈이 녀석이 먼저 알아보고 '엄마' 한다.
바로 곁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놈의 시력은 뭐에 쓴단 말인가...에구
일찌감치 잡아놓은 명당 자리에서
아들과 아빠가 모처럼 한 마음으로 활짝 웃고 군대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말
감격스럽도록 보기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피자가 먹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삼천포에서 미스터 피자를 찾았다.
미리 사둔 피자지만 여전히 꿀맛이요
더불어 몰래 숨어서 전화하는 맛 또한 꿀맛이지만
전화하다 조교에게 적발되면 경고와 함께 벌점이 주어진다 하여
참으로 어렵게 눈치 봐가며 전화를 해댔다.
아이야 면회시간이 좋기만 하다만서도
여기저기 먼 길 온 부모들은 쓰러져 눕기 일쑤이니
신선도 예외는 아니다.
돌아갈 차량 운행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기사들은 잠을 청해야만 하노니
1분 1초가 아까운 초짜군인들에 비하면 ㅎㅎㅎㅎ
다른 것은 몰라도
면회시 지켜야 할 것 중에 또 하나는 반드시
걸어다닐 때는 군모를 써야 한다는 것이요 적발시에는 벌점이 가해진다.
물론 앉아서 휴식을 취할 시에는
모자를 벗어도 좋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조직 사회란 규율, 규범 빼면 시체 다.
아들 녀석 본래의 희디흰 속살과
훈련병의 고된 날들을 보여주는 흔적을 보노라니
그 녀석들의 날들은 안봐도 비디오 일터이다.
비오고 난 뒷날 질퍽거리는 월아산을 완전 군장으로 행진하여
무사히 돌아오고 나니 그래도 할 만 했다는 여유....가장 죽을 맛은
화생방이었다는데 그래도 먼저 지원한 친구에게 요령을 전수받은 차라 덜 힘들었다는 후문.
아들 녀석의 군번을 보고나니
군인이라는 것이 더욱 실감나고
발길 돌려 돌아서야 하는 그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은 착찹하나
그래도 잘 해내는 아들 녀석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누구는 공군 그까짓 거 군대도 아니지요 라고 하지만
실제적인 당사자나
어느 군대에 있던지 간에 군인 아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물론 부모 세대들이 겪었던 싱황과는 천차만별 일수도
육, 해, 공군의 부대별 성향에 따라 훈련의 강도가 차이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엄연히 군대는 군대일 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식간의 서로 떨어져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어쩐지 편편치 않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휴가 나오기 시작하면
징하디 징할런지 몰라도
그것은 또 그때 닥칠 일 아니던가.
지금의 이 경험이 무설재 쥔장에겐
소중한 추억이요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도 있으리라 자위하면서
더러 혹자는 팔불출이라 말하여도
그것은 자식가진 부모로서는 당연하다 웃고 넘어갈 일이다....아듀
첫댓글 훈련이 고되긴 고된 모양이구나^^ 살이 빠졌네요. 책을 읽지 못함이 군대생활의 가장 아쉬운 점이라는 녀석 부럽소~
ㅎㅎㅎ 무려 7킬로그램이 빠졌답니다. 어쨋거나 군 생활을 해내야만 제대로 된 남자가 되지 않겟습니까? 책은 못 읽지만 외워야 할 책은 몇 권이랍니다 원...
살도 빠지고 얼굴도 탓네요. 이제 진짜 사나이가 되는가 봅니다. 건강한 모습보니 반갑네요.
그렇죠? 그러게 남자들이란 군대엘 다녀와야 하는가 봅니다. 부자간에 앉아서 과거와 현대의 군대 이야기 하는데 배꼽 빠질 뻔 했습니다. 건강하시죠?
에고...출세했군요...!!
ㅎㅎㅎ. 맞아요 세속을 떠났거든요....
'진주라 천리 길'의 진주, 저의 본적이 진주시 장재동 793번지 입니다. 한 10년전에 가니 태어난 곳이라는 집이 더 큰 집 건축 때문에 뜯겨나가고 없었습니다.
갈 때마다 길뫼님 생각도 합니다. 또한 ㅈ니주 경상대에 계시는 신성철 교수님이나 늦은 밤에 달려와 새벽녘에 돌아가신 교수님도...죄다 진주에 드리면 꼭 찾으라 했건만 시간이 여의치는 않더라구요 ㅎㅎㅎ
에구 모여욧~? 철원하고도 백골 부대 것두 G.P. 근무한 아들을 둔 엄니 앞에서~! 주름 잡는 감유? ㅋㅋㅋ 참으로 반가웠것네~!
아참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습니다...군대 간 자식 둔 부모는 다 똑같으니 말입니다.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7킬로그램이 빠져 버리니 어구, 갸날퍼 보입디다.
우리가 보기엔 송충이 한마리지만 어였한 그대 이름은 대한 건아 공군 이등병 ㅎㅎㅎㅎㅎㅎ 저또한 중대장 한것 아시죠? 삼청 교육대 담당(?)했는데 <--- 일급 비밀 누설 ㅋㅋㅋㅋ
맞아요...그 송충이가 갉아 먹기 시작하면 아웃되듯이 한명의 새끼 군인의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 군기 팍 들었거든요 ㅎㅎㅎ. 여전히 중대장 분명하잖아요?
영훈이 그 곱던 얼굴이 헉~ 아쉽다 아쉽다.
멋지게 변해서 돌아올 것이라고 꼭 전해 달랍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은 여전하던뎁쇼? 대구에서는 취재 하느라 연락 못드려 죄송했습니다.
구리빛 얼굴도 보기 좋네요. 언니의 애끓는 모정이 곳곳에 보입니다요.^^
에궁, 뭐 그렇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들 군대 보내면 죄다 그런척 하는 것이죠 ㅎㅎㅎㅎ
햇살님 아드님이 아주멋진 미남형이군요.우리집 아들녀석도 9박10일 첫~휴가를 즐기고 잇습니다.나라에 충성하는 그날까지 몸건강 하기만을 부처님 전에 두손모음니다.마하반야바라밀......^*^
아항, 그집도 군대 간 아들이 있으셨군요...그래도 벌써 휴가병이네요. 아드님도 역시 군 생활 잘 보내길 기원하겠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지요!!^^ 눈물도 흘리고....
그럼요...눈물까진 뭐.
햇살님의 술술 잘 넘어가는 글맛과 아드님의 건강한 얼굴을 보니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행복 가득 하세요.
봄꽃님의 가정에도 행복이 넘치소서...아들 만나니 한결 마음이 덜 무겁습니다 그려.
꽃미남 영훈의 인기가 이렇게 좋다니요! 정말 놀랍습니다,! 줌마부대의 응원이 대단합니다! 먹여주지,재워주지, 집있지! 부모님이 찾아와 주지! 영훈 꽃미남의 행복이요! 신선님! 햇살님의 행복이십니다. 이렇게 자신의 가족 기사를 보러 오는 이들이 이렇게 많으니 행복하십니다. ㅎㅎㅎ 안성신문에 나도 될 텐데요. ㅎㅎ
ㅎㅎㅎ 줌마부대...멋지다. 어쨋든 고맙고 감사할 일이지요. 그러나 메아리님을 비롯하여 즐거움도 아픔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인들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에 더 행복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