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김종목
반칙反則 외
-아내의 죽음
당신의 죽음은 반칙이다.
죽음의 골대로 들어간 건 룰을 어긴 것이다.
오프사이드!
그래, 인정할 수 없는 골이다.
골로 인정할 수 없으니
당신은 다시 나와야 한다.
죽음의 골문으로 들어간 건
생의 규정 위반이다.
얼른 나와서 정정당당하게 겨루어
죽음의 골대로 들어가야만
인정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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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음식
시는 눈으로 맛을 본다.
한 줄 두 줄 읽어가면서
왜 이리 싱거운가 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왜 이리 짠가 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시인이 시를 쓸 때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요리 솜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맛이 영 없는 시는
중간에서 그만둔다.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수 없듯
시도 마찬가지다.
시에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데
이것이 눈에 거슬리지 않는 시인 것이다.
시 한 편을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이
기쁨이 아닌 고역이라면
시는 더 이상 눈의 음식이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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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1938년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오리 출생.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1983년 《현대문학》에 시가 천료됐다. 시집 『인생의 향기』, 『다시 또 눈 내리고』 외, 시조집 『날인』, 『무위능력』 외 여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