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삼아 갈 수 있는 곳이 사방천지이니 제주도는 여러가지로 천국입니다. 용인이나 영흥도는 갈 곳도 제한적이고 제주도맛에 길들여져 그다지 땡기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후늦게 운동하러 가자는 태균이 보챔으로 간만에 목섬 산책에 나섰는데, 그야말로 노을풍경은 영흥도의 명물입니다.
목섬을 전망하는 스카이워크 전망대 공사는 아직도 마무리가 되지않아 여전히 출입통제이지만 살짝 들어가 걸어본 바닷가 산책도로에서 바라본 풍경들은 과거모습과는 또 분위기가 다릅니다. 모자가 서로 사진찍어주기를 정겹게 나누며 멋드러진 산책!
황혼의 빛은 서쪽 대기와 비늘구름 위로 주황색 물감을 농도별로 흩뿌려 놓았으니 그 아래 놓여있는 모든 풍경 위로는 그 색깔 그대로 물들어 있습니다. 동쪽에 있으면 만나기 싶지않는 황홀한 노을자태입니다. 서쪽 끝, 영흥도의 멋은 역시 노을풍경이 일품입니다.
모기떼가 극성이니 모기향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이제 어둠도 깊게 내려앉을 모양인데 대부도 영흥도 캠핑장이며 펜션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고향이나 가족을 찾아 명절을 보내던 시절은 더이상 아닌 듯 합니다.
자칫 어린시절 생각에 살짝 마음이 가라앉는 시간을 가질 새도 없이 가을채비를 해야하는 이 싯점에 날씨는 너무 덥습니다. 여름처럼 덥습니다. 반세기 만에 명절분위기도 날씨도 이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에는 만시지탄晩時之歎 일 뿐입니다. 시대가 자꾸 급변하니 자연도 빠르게 급변할 뿐입니다.
무엇이 더 좋았다의 문제보다는 어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해 보는 것도 그저 만시지탄일 뿐입니다. 저는 육지에 와있는데 제주도에 놀러왔다고 저를 찾는 부모님이 두 분이나 있네요. 아무런 고지는 진작에 없었으니 미안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주도에 와서 저를 찾으려한 것은 고마운 일이겠지요.
무심하고도 하염없이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문득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막연할 때를 대비해야 함은 우리의 주어진 운명입니다. 우리는 늘 현실에서 택해야하는 의도적인 노력들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소명감을 떠올려야하며 그래서 하루하루 평범한 것이 아닌 특별한 일들로 채워가야 합니다.
서서히 돌이키기 어려운 자연의 피폐상태로 갈 수 밖에 없는 시대적 급변 앞에서 무력해지는 것처럼 언젠가 감당할 수 없는 피폐의 늪은 대체적으로 감당불가 수준이 되곤 합니다. 그것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황홀한 황혼이 주는 큰 메시지입니다. 새벽풍경보다 언제나 훨씬 화려한 석양의 빛들은 역시 아쉬움과 발악의 잔재들일겁니다. 아쉽지 않도록... 발악하지 않도록... 그렇게 하루하루 준비하며 살 일입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황혼 사진들 감사합니다.
간만에 태균씨 엄마를 독차지 하군요.
행복한 모자의 일순일순을 축복합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그림 모녀도 오후 늦은 뱅기로 오늘 제주도 갑니다.
🥀🌻
행복한 한가위 보내셨는지요? 대표님이 이렇게 영흥도에 계신줄 알았다면 연휴에 찾아뵙고 병직이 상담을 드리는건데 늦게 알아 아쉽네요~^^ 시간은 자꾸 가고, 아들의 덩치는 점점 자라고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제 노력에 비례해서 아들이 좋아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ㅎㅎㅎ 곧 다시 뵐날이 있겠지요. 늘 대표님 글을 접하다보니 자주 보는 사이처럼 가깝게 느껴집니다. 흔들리며 걷는 제 앞길에 저멀리 빛나는 등불같은 대표님~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