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지명에는 꼬리에 ~ burg 나 ~ bach 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독일어에서 burg 는 언덕을 bach 는 물가를 의미합니다.
건축물리를 공부하기 위하여 처음 독일에 갔을 때
슈트트가르트 현지에서 건축물리 전문가로 건축사업을 하던 H 씨를 만나러
그 분의 집이 있던 독일 남서부의 소읍 Erbach 로 갔었습니다.
때는 12 월 한겨울이었고, 나는 아무에게도 의지할 곳이 없고,
새로운 건축개념에 대해 물어볼 곳도, 찾아갈 곳도 없었던 때였습니다.
몇 번이나 우리나라의 관계공무원이나 언론인, 학자들에게 등쌀을 치킨 H 씨와 부인은
처음 내가 전화하였을 때 무척이나 냉랭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예의와 성의를 갖춘 내 거듭된 제의에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고,
특히나 아이들을 좋아하였던 나는 그집의 세 꼬마와 금세 친해져서
겨우내 동무삼아 같이 산책을 하기도하고, 맛있는 피자집이나 빵집을 순례하기도 하였지요.




우리나라의 군청소재지 정도의 소읍인 에르박의 군청건물로 예전에는 이지역 영주의 城이었다고 하네요.
고색창연한 성을 중심으로 법원건물과 성당, 그리고 상가가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맨 처음 사진이 군청앞에서 바라본 시내의 모습입니다.

법원 앞에 있는 기마상.
돈키호테일거라는 지레짐작으로 동병상련의 마음을 토로하기두 하였지요.
당시의 내 처지와 심정이 스스로를 동키호테처럼 여겹답니다. ㅎㅎ

이렇게 물가를 따라서 상가들이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예전에는 온천으로도 유명한 휴양지였다고 하네요.


아이들과 자주 가던 맛있는 피자집과 빵집이 있는 상점들.
나중에는 이곳 현지 창호 장인들과 일을 마친 후 자주 들러서 맥주를 마시기두 한.


군청 바로 뒤에 숙소로 정한 고풍스러운 외관의 가정식 호텔입니다.
큰 누나뻘의 아주머니가 주인이었는데, 정말 정말 친절하여서 그 후 갈 때마다 작은 선물을 준비하였답니다.
스텝들은 한 가족으로 아늑한 가정집 분위기가 곳곳에서 풍기는 호텔이었지요.
특히 요리사인 사위와는 거의 매일 저녁 한 잔씩 주고받기도 하였구요, ㅎ


예전의 어느 무렵에는 유리가 거의 보석과 같은 수준의 대접을 받았지요.
세금에 '유리세'를 받을만큼 고급 건축자재로 취급하였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플로우팅 유리가 아닌 수제 유리는 창문의 유리처럼 문양과 색상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이곳은 호텔의 식당이었는데요, 아침식사를 하러 가보면
갓 구운 빵과 반숙한 달걀, 그리고 쨈과 꿀, 신선한 과일에 우유,
무엇보다도 진한 에스프레소 향기를 잊을 수가 없네요.
에피소드 하나.
첫 날 아침식사를 하면서 포도주 한 병을 주문하였더니
그 친절한 아주머니, 눈을 휘둥그레 치켜뜨더니, " 와인 ? 와인 ?" 하고
몇 번이나 확인하시더군요.
사실 유럽에서 아침에 술마시면 거의 알콜중독자 취급하잖아요, ㅎㅎ
사실 뭐 알콜중독자가 맞기는 하지만요, ㅎ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 후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마다
이 아주머니 나를 보기만하면 으레 먼저 와인병을 가지고와서는
"와인 ? " 하시며 흐믓해 하셨지요, ㅎㅎ

어느 겨울날 저녁
동네를 산책하러, 음, 뭐 사실은 한 잔 생각이 나서 호텔문을 나설 때
이 장면의 사진을 찍으며 문득 서정윤 님의 '점등인의 별에서'를 떠올렸답니다.
'정지된 전설의 별에선,
오늘도 사랑의 등이 켜지고'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 포스팅한 남서부 독일 소읍에서의 겨울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참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