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관한테 뺨을 맞은 흥선대원군
조선 말기 왕족인 이하응(李昰應 1820~1898)은 조선왕조 제14대 영조의 현손 남연군 구(南延君 球)의 넷째아들이며 제26대 고종의 아버지이다. 세간에서는 관직도 아닌 대원위대감(大院位大監)이라 불렸다.
이하응은 1843년(제24대 헌종9년) 흥선군(興宣君)에 봉해지고 도총관(都摠官)이라는 별볼일 없는 한직을 지내면서 안동김씨 세도정치 밑에서 기를 펴보지도 못하고 불우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왕족에 대한 안동김씨의 견제와 감시가 심하자 보신책으로 불량배와 어울려 파락호로 살다보니 궁도령(宮道令)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면서 안동김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제25대 철종이 후사도 없이 승하하자 이하응은 조대비(헌종의 대비)에 접근하여 둘째아들 명복(命福: 고종의 아명)을 후계자로 지명받게 된다. 1863년 철종이 승하하자 조대비에 의해 이하응의 아들 명복이 12살에 제26대 고종으로 즉위하자 이하응은 대원군에 봉해지고 어린 고종을 대신해 섭정하였다. 이하응은 대권을 잡자 안동김씨의 주류를 숙청하고 당파를 초월하여 인재를 등용하였으며 부패 관리를 적발하여 파직시켰다.
이하응이 젊은 시절 몰락한 왕족으로 기생 춘홍(春紅)의 집을 드나들던 어느날 술집에서 추태를 부리다 옆자리에 있던 금군별장(禁軍別將) 이장렴(李章濂)과 시비가 붙었다. 화가 난 이하응이 “그래도 내가 왕족이거늘 일개 군관이 무례하구나.”라고 하자 이장렴은 이하응의 뺨을 후려지면서 “한 나라의 종친이면 체통을 지켜야지 이렇게 추태를 부리고 외상술이나 마시며 왕실을 더렵혀서야 되겠소. 왕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뺨을 때린 것이니 그리 아시오.“
세월이 흘러 이하응이 흥선대원군이 된 후 어느 날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불렀다. 이장렴은 대원군의 부름을 받자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고 가족에게 유언을 남기고 운현궁으로 갔다.
이장렴이 방에 들어서자 흥선대원군은 눈을 부릅뜨면서 물었다. “자네는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이에 이장렴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대감께서 지금도 그때와 같이 못된 술버릇을 하신다면 이 손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장렴의 말에 흥선대원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그 술집에 다시 가려고 했는데 자네 때문에 안 되겠군.” 하더니 오른 손으로 무릎을 탁 치면서 말하기를 “내가 오늘 좋은 인재를 하나 얻었구나.”
흥선대원군은 이장렴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가 돌아갈 때는 친히 문밖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그리고 하인들에게 “금위대장(禁衛大將)이 나가시니 앞을 물리고 중문으로 모시도록 하여라.” 사실 이날 이장렴은 대원군에 의해 금군별장에서 금위대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만약이지만 대원군이 “자네는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하고 물었을 때 “대감 그때는 소인이 경솔한 짓을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했다면 아마 이장렴의 운명은 그날로 끝이 났을 것이다. 인재를 알아 본 흥선대원군도 대단한 인물이지만 무장답게 권세에 기죽지 않고 지조를 지킨 이장렴 또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장렴은 무장으로서 곧은 성격과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강직함이 명예를 지켰고 금위대장(종2품)으로 승진까지 한 것이다.
-담아 온 글-
미래는 아름다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