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사에 한 획을 그은 6월민주항쟁 25주년입니다. 1987년 폭압적인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민중들은,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킨 지 4반세기 만에 철옹성만 같았던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쾌거를 이룩해냈습니다.
그러나 2012년 6월, 우리는 다시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도처에서 생존권 말살, 언론 탄압, 노동운동 탄압, 인권 유린, 민간인 사찰이 자행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총체적인 민주주의의 후퇴 앞에 분노하고 행동하지 않는 우리의 부끄럽고 무기력한 모습도 발견하게 됩니다.
민주주의의 실종을 지켜보면서 한국사회에 만연한 반민주적 독소들의 뿌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정희의 친위쿠데타 ‘10월 유신’이 그것입니다. 돌이켜보기도 끔직한 ‘10월유신’이 선포된 지 40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그 어두운 그림자가 짙고 넓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부활하는 유신의 망령을 다시 무덤 속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박정희 유신체제를 종식시킨 부마항쟁이 일어난 민주화의 성지에서 ‘10월유신’의 연원과 본질을 꿰뚫는 의미 있는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회는 ‘민족중흥’과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란 미명 아래 일상생활까지 통제한 유신체제가 실은 일제의 천황제 파시즘에서 각종 통치시스템과 동원기제를 차용한 ‘부끄러운 유산’이었다는 점을 일제시기와 유신시대의 실물자료로 낱낱이 증명할 것입니다. 또 친일의 역사가 어떻게 독재의 역사로 이어지는가를 인맥과 통치 시스템을 통해 고발하고자 합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이 특별전이, 유신을 체험한 세대에게는 민주주의를 향한 신념과 열정을 되살리는 자리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조작된 영웅의 신화를 깨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고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간 : 2012년 6월 9일 ~6월 30일
장소 : 민주공원 기획전시실
주최 : 6월민주항쟁 25주년 부산행사위원회
주관 :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문의 : 051-790-7404 (민주공원 전시담당 신용철)
◎ 특별전 개막식
6월 10일(일) 오후 3시 30분 / 민주공원 기획 전시실
◎ 전시구성
1부 새마을운동, 정말 새마을이 되었나
2부 조국근대화 빛과 그림자 / 전시영상 1 시국선전뉴스와 대한뉴스
3부 학교, 그 잔혹한 풍경
4부 총력안보와 전국민 병사만들기
[기획코너 1] 금지의 시대 / 전시영상2 금지된 노래
5부 명치유신, 소화유신 그리고 10월유신
6부 감옥에 갇힌 진실
[기획코너 2] 증언으로 보는 부마항쟁(전시영상3)
◎ 전시품 소개
1. 유신시대 긴급조치 및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관련 재판자료, 수형자료 최초 공개
- 고 문익환 목사 수형복, 옥중서신 등 최초 공개
-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문인간첩단” 사건 관련 자료 최초 공개
- 민청학련 사건 관련 압수품 가운데 발굴 소개한 ‘민중의 소리’
- 인권변호사 한승헌 변론서 등 재판 관련 자료 최초 공개
2. 부마항쟁 체험자 구술영상 최초 공개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부산민주주의연구소가 진행한 부마항쟁 체험자 구술자료를 토대로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영상 “증언으로 보는 부마항쟁” 전시
3. 식민지 시대의 유물과 그 유산으로 재연된 1970년대 유물 비교 전시
- 1930년대 농촌진흥운동 관련 농촌계몽잡지, 선전전단지 등과 새마을운동시기 잡지와 선전물
- 의식(儀式)와 학생동원 행사로 본 1940년대 학교와 유신시대 학교 풍경
- 국가주의 교육내용으로 점철된 1940년대 교과서와 196,70년대 교과서
- 군사교육이 강조된 1940년대와 1970년대 교련 관련 유물
- 일상의 통제와 금지 : 의복, 노래, 의식(儀式)을 통해 본 금지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