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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신과 의사(양창순)의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 261~271>
책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첫사랑 영자〉를 잃고 나서 다른 영자 씨와 결혼하는 심리
-정신적 방어기제의 여러 모습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성적 충동, 공격적 충동. 적개심, 원한, 좌절감 등등.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모든 것들을 억압하려는 마음의 갈등으로 괴로워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여러 가지 불안은 바로 그런 갈등의 산물이다.
불안한 감정은 곧바로 몸과 마음으로 나타나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그런 갈등과 불안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그런 노력 중에는 의식적인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의 무의식이 먼저 그것을 알아채고
나름대로 방어수단을 찾게 된다.
우리의 정신세계에는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정신과에서는 방어기제라고 한다.
다른 말로 풀이하면 자기 정신이 불안에
견디어 나가도록 대처하는 심리적 책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방어기제는 정신적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어떤 방어기제를 쓰느냐가 곧 인생의 성숙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제가 생길 때 어린아이처럼 퇴행하거나
남의 탓을 하는 투사의 기제를 쓰면
그는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인간의 성격적 특성도 결국 그가 어떤 방어기제들을
어느 정도 두드러지게 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방어기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씩 쓸 때도 있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쓸 경우도 있다.
어떤 기제를 쓰느냐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가 어떤 방어 기제를 쓰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을 알 수 있을 때 우리는 좀더 쉽게
〈진정한 나〉의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
당연히 인간관계도 개선해나갈 수 있다. -
방어기제하면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예를 들어 방어기제 중에는 〈전치〉라는 것이 있다.
어떤 한 대상에게 향했던 감정이 곧바로
다른 대치 상대를 찾아 향하는 것을 말한다.
쉬운 예로 아내와 같은 고향 출신 상사에게 부당하게 야단맞고
집에 온 남편이 아내에게
‘당신 고향 사람은 다 그런 거야?” 하며
화를 내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또 다른 재미있는 예도 있다.
첫사랑의 이름이 영자인 남자가 있었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애달픈 이별로 끝나듯이
그 역시 영자 씨와 헤어졌다.
그후로 영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만 보면
자기도 모르게 애틋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가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끝내 미팅에서 만난 다른 영자 씨와 결혼함으로써
첫사랑과 헤어진 뒤의 상실감을 해결했다.
이런 방어기제가 <전치〉이다.
그밖의 방어기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억압>
자신의 의식세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욕망, 충동, 생각들을
무의식 속으로 찍어눌러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흔히 성적 충동과 공격적 충동을 느낄 때 이 억압의 기제를 사용한다.
<억제>
억압과 달리 의식적 또는 반의식적으로 창피당한 기억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연당한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얼른 다른 생각을 하면서
그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동형성>
억압을 지나치게 함으로써
그 반대되는 욕구나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남동생이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 누나가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대신 귀여워해 주는 행동을 보이는 예가 그것이다.
<동일시>
부모나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을 닮아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흉내와는 다르다.
동일시는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아가 양심인 초자아 형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 동일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을 절대 닮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을 적대적 동일시라고 한다.
병적 동일시도 있다.
자기가 이상으로 여기는 사람과 공생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권력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비서가(그것도 서열상 가장 낮은 직급인)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마치 국회의원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감정전이>
어떤 사람에 대한 심상이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과 동일시 될 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자기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를 아버지와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에 대한 심상이 그 의사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공감>
건강한 의미의 동일시이다.
상대방이 되지 않고도 마치 그가 된 것처럼
그와 똑같은 감정상태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일시적이고 한정적이지만 건강한 방어기제이다.
예를 들어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일어나는 이해의 과정도
그 중 하나이다.
<대상, 또는 보상>
심리적으로 어떤 약점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어떤 것을 과도하게 발달시키는 상태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거나 키 작은 사람이 목소리가 큰 것 등이 한 예이다.
아들러는 이 보상이 우리가 지닌 열등감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그것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는 열등감의 근원이 되는 결함 그 자체를 극복하는 형.
예를 들어 말더듬이를 극복하고 웅변가가 된 데모스테네스의 경우.
둘째는 결함과는 대조적인 가치를 실현시키는 형.
병약한 몸을 철학과 사상으로 극복한 니체의 경우.
셋째는 열등감을 일으키는 원인 자체를 부인하는 형.
어떤 여자에게 실연당하고 나서 그 여자를 욕하고 다니는 남자의 경우.
넷째는 공상이나 백일몽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도피하는 형.
다섯째는 열등감을 엄폐하고자 하는 형.
자신 없는 외모를 커버하고자 수염을 기른다거나
화려한 몸치장을 하는 경우 등.
<합리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기에서 나온 행동을 지적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그는 자기의 무의식적 동기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기는 매우 정직하고 성실하게 말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상대방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굉장히 화를 내기도 한다.
<대체형성>
원래 바라던 것을 갖지 못할 때 그 좌절감과 긴장을 줄이기 위해
그 비슷한 것을 취해 만족을 얻는 상태이다.
남의 소를 못잡아먹을 때는
내 소라도 잡아먹어야 속이 풀린다는 속담이 그 예이다.
<상환>
자신이 실제적으로 일으킨 손상뿐만 아니라
심한 죄책감이 뒤따르는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서까지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것을 말한다.
자기의 잘못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생각하거나
때로는 상상 속의 잘못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상행위도 과장되어 있다.
남을 위한 일을 강박적으로 한다든지
순교자의 생활을 일생 동안 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무의식에 있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일부러 고생을 자초하기도 한다.
<투사>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는 공격적 계획과 충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의처증이나 의부증 환자들은
자기의 욕구를 배우자에게 투사하는 사람들이다.
사실은 자기가 바람피우고 싶어하면서
상대방이 바람피우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의심하는 것이다.
<상징화>
어떤 대상이나 사념을 다른 것으로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이때 원래의 대상이나 사념이나 대개 금기의 성질을 띠고 있는 반면
겉으로 내세워지는 것은 무난하거나 중립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여자가
꿈에 새알이나 달걀을 보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퇴행>
살아가면서 심한 좌절에 부딪쳤거나 할 때,
그동안 이룬 발달의 일부를 상실하고
현재보다 유치한 과거 수준으로 후퇴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입원한 환자가 어린아이처럼 되어
가족이나 치료진에게 매달리는 경우가 있다.
<고착>
삶이 어느 시기에 심한 좌절에 부딪쳤거나 할 때
반대로 몹시 행복했을 경우,
무의식적으로 그 시기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고착이 심할수록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쉽게 그 시기로 퇴행하곤 한다.
<저항>
억압된 자료들이 의식세계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식화되면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대해 아예 기억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해리>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근원적 성격의 일부가
자신의 의식적 지배를 벗어나
다른 독립된 인격처럼 행동하는 케이스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그 좋은 예이다.
<부정>
의식화된다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어떤 생각이나 욕구,
현실적 존재 등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는 상태이다.
불치병으로 죽어가면서도
명랑하게 장래 계획을 세우는 환자가 그 예이다.
<격리>
고통스러웠던 사실은 기억하지만 감정과 정서는 억압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실은 의식세계에,
감정은 무의식세계에 각기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강박장애에서 흔히 보는 케이스이다.
누군가에게 살인적인 증오심을 품고 있지만
그 감정은 무의식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어
겉으로는 손을 자주 씻거나
칼을 보면 피하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주지화>
감정과 충동들을 억누르기 위해 그것들을 경험하는 대신
되풀이해서 생각만 하는 상태를 말한다.
어떤 감정도 억압하고 세상의 모든 일들을 생각으로만 풀려고 한다.
<신체화>
여러 생각과 감정의 갈등이 몸으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흔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질투심이 배 아픈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환>
심리적 갈등이 신체 감각기관과 근육기관으로 오는 상태이다.
참을 수 없게 남편이 보기 싫을 때
갑자기 이유 없이 눈이 안 보이는 경우가 그 예이다.
글쓰는 데 갈등을 느끼는 작가가 역시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팔이 마비되는 것도 같은 케이스이다.
<승화>
본능적 욕구나 참기 힘든 충동 등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건강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어기제이다.
두려움이 심한 사람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다가
유명한 모험가로 성공하기도 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유머>
승화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방어기제이다.
거북하고 불쾌한 감정을 주지 않으면서
자기 느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유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나〉라는 존재 안에는 자기의 진짜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에게도 숨기는 많은 정신기전들이 작용한다.
물론 이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불안이나
충동, 본능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진짜 자신의 모습과 멀어지는 역할도 한다.
그러므로 자신과의 관계에서나 대인관계에서 심하게 어려움을 겪을 경우,
자신이 대체 어떤 방어기제를 동원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혼자서 해결하기 힘들 때는 주변의 선배나 친구들,
또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첫댓글 좋은 자료 정보 감사합니다^^
공부한 내용이지만 다시보니 새롭군요!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감과 승화 유머가 건강한 방어기제엿군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