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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문학(소설)
열세 번째 사도
김영현 지음|푸른사상 소설선 45|153×210×23mm|464쪽
25,000원|ISBN 979-11-308-2029-3 03810 | 2023.5.2
■ 도서 소개
가룟 유다의 진실과 비밀의 책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이자 구도소설
김영현 작가의 장편소설 『열세 번째 사도』가 <푸른사상 소설선 45>로 출간되었다.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물이자 배신자로 낙인찍혔던 가룟 유다의 새로운 이야기가 이 소설집에 펼쳐진다. 한 종교학과 교수가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역사의 뒷전에 감추어졌던 진리를 추적하는 이 소설은 동서고금을 넘어 진정한 영적 거룩함을 찾아 나선다.
■ 작가 소개
김영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창비신작소설집에 단편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해남 가는 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일락 향기』, 장편소설 『풋사랑』 『낯선 사람들』 『폭설』, 시소설 『짜라투스트라의 사랑』, 시집 『겨울바다』 『남해엽서』, 산문집 『나쓰메 소세키를 읽는 밤』 『생의 위안』, 기행문 『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흘러간다』, 철학 산문집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가 있으며 1990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명지대, 한신대, 국민대 등에서 소설 창작을 강의하였고,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과 실천문학 대표를 역임하였다.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서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prologue 가장 길었던 하루
1 2천 년 후 서울, 살인 사건
2 미나
3 설희
4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자에 관한 기록 1
5 붉은 수염의 수도사
6 마포
7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자에 관한 기록 2
8 아주 오래되고 위험한 책
9 수도사 그레고리
10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자에 관한 기록 3
11 동방으로 간 유다
12 검은 기사단, 최후의 사명자
13 차 대령
14 재회
15 라틴어 성경
16 사랑은 마술처럼
17 몽골제국의 장군 수부타이와 책의 여정
18 동방교회의 일곱 수호자와 문 장로
19 콘스탄티누스 황제, 그리고 사라진 책들
20 동방으로 간 빛과 서방으로 간 빛
제2부
21 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장 홍세범
22 또 하나의 살인 사건
23 암호를 부탁해!
24 파드마삼바바, 그리고 양혜경
25 머리 없는 강
26 양화진 절두산
27 겨울로 가는 비
28 납치
29 과거와 현재의 미로 속에서
30 절두산에서 일어난 일
31 망원동의 밤
32 빈 상자
33 스테판 신부
34 오래된 수도원
35 한번 흘러간 강은 돌아오지 않는다
36 불타는 성당
epilogue 영결미사
작품 해설 : 역사와 신학, 그 틈새에서 피어난 불온한 이야기 _이지은
■ '작가의 말' 중에서
죽음과 부활이라는 거대한 예수 드라마에서 가룟 유다는 과연 어떤 역을 맡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과연 서양의 모든 역사, 교회와 신학과 문학이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사탄이나 악령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가룟 유다는 정말 그의 참모습일까? 거기엔 어떤 숨겨진 진실 같은 게 없을까? 이런 오랜 질문은 그 후에도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다복음』이라는 것을 읽게 되었다. 『유다복음』은 1976년 이집트의 한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되어 2006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의해 일부 복원되어 세상에 알려진 기독교의 오래된 저작이다. 첫머리에 ‘예수님이 유월절을 기념하시기 3일 전부터 가룟 유다와 나눈 1주일간의 은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복음서에는, 유다가 다른 사도들에 비해 훨씬 우위에 있고,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예수가 육신을 벗어야 부활할 수 있음을 유일하게 인식한 수제자로 그려지고 있다. 더구나 예수는 직접, ‘너는 열세 번째가 될 것이며 다른 모든 세대들에 의해 저주를 받을 것이다.’고 말씀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글을 읽고 나서 나의 작가적 상상력은 그의 생애와 그의 있음 직한 후대의 삶에 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대민족의 독립을 위해 열심당으로 활동했던 젊은 시절, 그리고 예수와의 극적인 만남과 예수 사후의 활동 등…….
나는 어쩌면 가룟 유다야말로 로마화 되어가던 기독교와 다른 길, 즉 초기 예수의 가르침을 온전히 보존한 채 역사의 뒤로 사라져간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그리고 나의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 그가 동방의 어느 수도원에서 남긴 『유다계시록』을 둘러싼 이야기가 이 작품의 줄거리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오라, 내가 너에게 이제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비밀의 세계에 대하여 가르쳐주겠다. 왜냐하면 크고 끝없는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대한 영이 계시는 곳으로 그 크기는 천사의 세대들도 보지 못하였다. 천사의 눈으로도 보지 못하고 그 어떠한 사람의 생각으로도 이해할 수 없었고 그 어떠한 이름으로도 불러진 적이 없다.”(『유다복음』) 나는 그때 그가 본 것을 기록한 문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유다계시록』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작품은 그러니까 아직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는 책 『유다계시록』을 둘러싼 추리 소설이다.
■ 추천의 글
정신없이 읽었다. 과거와 현대를 바삐 오가고 동서양의 대지를 무른 메주 밟듯 누비는 김영현의 상상력에 몇 번이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의 놀라운 박람강기 앞에서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천 년 이천 년 오직 비난과 매도의 대상이던 가룟 유다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꾀하는 작가의 용기가 퍽 자연스러웠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지만, 김영현은 여전히 「포도나무집 풍경」과 「벌레」 시절부터 내가 알고 또 시샘했던 그 이야기꾼에 틀림없다. 그런데, ‘열세 번째 사도’ 유다의 복음서가 뒤늦게 발견되었듯 그의 계시록 또한 언제고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 김남일(소설가)
김영현의 이번 신작 장편은 역사의 뒷전에 감추어진 일말의 진리를 탐문하고 추적하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서사시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인간의 공통된 유한성과 우연성의 운명을 기꺼이 떠맡은 채 영원한 생명의 길, 그러나 그새 잃어버린 영적인 거룩함을 찾아 나선 장엄한 구도 소설에 해당한다. 우린 지금 가룟 유다가 추적자들의 눈길을 피해 도망하거나 은적(隱迹)해야 했던 동방의 길을 따라 그동안 단절된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훌쩍 뛰어넘은 새로운 종교와 문명의 실크로드, 이제껏 아무도 본 적이 없거나 불려본 적 없는 저마다의 소중한 심연의 별을 찾아가는 고독한 순례의 ‘차마고도’에 서 있다.
― 임동확(시인)
■ 작품 세계
『열세 번째 사도―배신자 가룟 유다에 관한 또 하나의 다른 이야기』(이하 『열세 번째 사도』)는 신학과 역사를 가로지르며 금기된 질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바로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실은 예수의 뜻을 가장 충실히 받든 제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불온한 상상이다. 일견 당황스러운 질문인 듯하지만, 이는 실제로 1970년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유다복음』을 비롯하여 기독교 역사의 맥락 속에 기입됨으로써 개연성을 획득한다. 2006년 전 세계에 공개된 『유다복음』은 유다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기에 충분했다. 곧, 유다가 탐욕에 눈이 멀어 예수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그 배신마저 예수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죽음에서 부활로 이어지는 예수의 운명을 완수하는 데 가장 결정적이고도 고통스러운 역할을 맡은 이가 바로 유다가 된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에서는 『유다복음』이 이단 집단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 보고 이를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다복음』의 진위를 고증하는 일이 고고학과 신학의 몫이라면, 문학의 심문은 보다 도전적이고 위협적이다. 『유다복음』을 마주한 소설가 김영현은 이렇게 질문한다. 『유다복음』이 ‘이단’이라면, ‘정경(cannon, 正經)’을 정경이게끔 하는 권위의 원천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기독교사를 되짚어볼 때 정경이 신의 뜻만으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학과 역사학 사이의 메꾸어지지 않는 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불온하게 피어난다.
『열세 번째 사도』는 ‘인간 역사에 있어 종교란 무엇인가’, 그리고 ‘신학도 역사도 아닌 문학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무겁고도 어려운 주제를 추리소설의 형식을 통해 흡인력 있게 풀어낸다. 어느 종교학과 교수의 피살 사건을 계기로 2천여 년 전 예수와 유다의 밀약이 지금 여기로 호출되는 것이다. (중략)
사건의 핵심에 있는 미스테리한 책은 『유다계시록』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가상의 문서이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유다복음』은 유월절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예수가 죽기 얼마 전에 유다와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허구의 세계’라는 소설의 영토 안에서 『유다복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유다가 자신만이 알게 된 예수의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후세에 남겼으리라 상상해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예수 부활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자기 손으로 스승을 팔아넘겨야 한다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고통스럽고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유다. 유다가 이 욕된 사명을 수행하기에 앞서 밀약을 위한 신뢰의 증표로 예수로부터 은밀한 계시를 받았다면,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이후 그는 예수의 가르침을 기록하는 일로써 스승을 그리워하고 자신의 삶을 위로하고 싶었을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문학적 상상력으로 탄생한 허구적 장치가 바로 『유다계시록』이며, 『열세 번째 사도』는 이 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에 의해서 전개되고 있다.
- 이지은(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해설 중에서
■ 출판사 리뷰
기독교 역사에서 배신자로 낙인된 가룟 유다는 죽음과 부활이라는 예수의 거대한 서사 속에서 과연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을까? 기독교의 외경 『유다복음』은 1970년대 이집트에서 발견되어 2006년에 세상에 알려졌는데,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책을 이단이라 간주하고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책은 유다야말로 가장 헌신적으로 예수를 사랑한 제자이며, 예수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예수가 육신을 벗어야 부활할 수 있음을 유일하게 인식한 수제자라고 주장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날, 유다가 알려진 대로 목을 매단 것이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동방을 향해 떠났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가 김영현의 소설 『열세 번째 사도』의 출발점이다. 역사의 뒤로 감추어졌던 2천여 년 전 예수와 유다의 밀약을 소환하여 숨겨진 진실을 찾는 여정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종교학과 교수인 윤기철이 피살된 채 발견된다. 경찰이 지목한 유력한 용의자는 윤기철의 연인 허영의 별거 중인 남편, 즉 사건은 단순 치정 관계 살인 사건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사회부 기자 마동탁은 이 살인 사건에 오래된 종교적 갈등이 숨어 있음을 간파한다. 네팔에서 온 라마승 유학생 하잔, 그리고 루마니아의 일명 검은 수도원에서 온 수도사 그레고리도 수상하다. 윤 교수가 생전에 남긴 논문에 의하면,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물이자 배신자인 가룟 유다가 예수의 은밀한 계시를 받은 열세 번째 사도라는 것이다. 유다가 쓴 것으로 짐작되는 비밀스러운 책 『유다계시록』을 파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 그리고 의문의 죽음. 수천 년 전 가룟 유다의 족적과 비밀의 책 『유다계시록』의 행방을 따라가는 숨 가쁜 추적이 시작된다.
■ 작품 속으로
예수께서는 유다를 산 위로 데려가 이 세상의 처음과 마지막에 대해 일찍이 천사들도 보지 못했던 은밀한 비밀들을 모두 보여주셨다. 그것은 존재하는 심원하고 무한한 세계이며, 그 무한한 세계의 넓이는 아직 어떤 천사의 눈도, 어떤 사려 깊은 사람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아직 이름조차 없는 곳이었다.
그러고 나서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유다야, 머지않아 이곳에 종말이 올 것이다. 마사다에서 피가 강을 이룰 것이며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하늘에 닿을 것이다. 성전은 무너지고, 집들도 돌멩이 위에 돌멩이 하나 없이 허물어질 것이며, 이 민족은 뿔뿔이 사방으로 흩어질 것이다. 기약 없이 수천 년간 정처 없는 방랑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슬픈 눈으로 유다를 보며 마지막 유언처럼 덧붙이셨다.
“이 일이 모두 끝나면 너는 동방으로 가거라. 동방 끝까지 가서 내 말을 전하고, 나의 나라를 세우거라.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라.” (95쪽)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 계시던 예수님의 머리 위엔 어느새 가시 면류관 대신 황금 면류관이 씌워졌고, 갖가지 보석과 비단옷으로 장식되었지. 금으로 입혀진 드높은 황금 성당들이 세워졌고, 그 성당의 높은 자리에는 그들 로마의 귀족들이 차지하고 앉았지. 황제는 교황이 되었고, 공작은 추기경이 되고, 백작은 주교를 겸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자리는 대대로 세습이 되었지. 모든 설교는 일반 민중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로 진행되었고, 성경도 라틴어로만 되어 있어 그들 외에는 읽을 수도 없게 만든 거야. 대신 일반 민중들은 그때 만들어진 사도신경을 앵무새처럼 외우게 만들었지. 믿으며, 믿습니다, 하는 식으로 끝나는 그 사도신경 말이야. 지금도 교회나 성당에서 전해오는 지극히 단순하고, 지극히 복종적인 내용의 사도신경이 그때 만들어졌던 거야. 무지한 대중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219~220쪽)
열세 번째 거룩한 사도, 가룟 유다의 이야기는 그들의 죽음과 함께 그냥 다시 성경에 기록된 대로 전해질 것이다. 스승 예수를 팔아먹은 악당이자 영원한 지옥불에 던져질 사탄으로……. 윤 교수 논문 속 유다 이야기는 그저 몇몇 사람 사이에 전설처럼 떠돌다 사라질 것이다.
그게 또 어떻다는 말인가. 설희 말대로 죽음과 부활이라는 거대한 예수 드라마는 여전히 변함없이 이 지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믿음 속에서 살아 있을 것이다. 사도 유다 또한 그 속에서 어쩌면 즐거이 자신의 역을 감당해 나갈 것이다. (444~4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