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심妄心 다스리는 마음공부

[doban79]

망심妄心 다스리는 마음공부

오늘은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공부에 대한 지눌 스님의 가르침을 올릴까 합니다.

1) 각찰覺察 - 깨달아 살피기

참 마음은 망심이 없다는 것이지,

미묘한 작용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종래의 여러 스님들이

무심공부에 대하여 말씀한 것이 여러 가지로 저마다 다르니,

지금 그 대략적인 내용을 총괄하여 간략히 열 가지로 밝히겠습니다.

첫째는 깨달아 살피는 것, 각찰覺察입니다.

이는 공부할 때에

항상 마음을 평상이 하여

생각을 끊고 일어나는 생각을 막는 것입니다.

즉, 한 생각이 겨우 일어나면

곧 그것을 알아채어 부수어(파破)버리는 것입니다.

망념이 깨달음-알아차림-으로 부서지면

다음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니,

깨달았다고 아는 그것마저도 버려야 합니다.

망념과 깨달음을 함께 잊어버리면

그것을 무심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조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다만 그것을 알아채서

깨닫는 일이 더디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또

“진심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오직 망령된 생각만 쉬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깨달아 살피어 망심을 쉬는 공부입니다.

2) 둘째는 쉬는 것, 휴헐休歇입니다.

이는 공부 할 때에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 일어나면 곧 쉬고,

인연을 만나거든 바로 쉬는 것입니다.

옛사람이 말씀하시를,

“한 가닥 흰 비단인 듯,

차가운 땅에 서리 내린 듯이 싸늘하고,

옛 사당 안의 향로인 듯 괴괴하여

분별을 잊고 바보와 같고,

말뚝과 같이 되어야,

비로소 약간이나마 참마음과 합일 될 것이다.”고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망심을 쉬는 공부입니다.

3) 셋째는 마음을 없애고,

대상(경계)을 두는 것입니다.

마음을 없애고 대상을 두는 겁니다.

이는 공부 할 때에

모든 망념을 모두 쉬어 바깥경계를 돌아보지 않고,

다만 스스로 마음을 쉬는 것이니,

망심만 쉬면 경계가 있은들 무슨 방해가 되겠습니까?

이것을 임제 스님이 이른바,

“사람만 빼앗고 경계는 빼앗지 않는다.”는

법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는

“여기 꽃다운 풀이 있는데,

온 성안에 친구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 방거사는

“다만 스스로 만물에 무심하면,

만물이 항상 나를 둘러싸고 있은 들

무슨 방해가 되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곧 마음을 없애고,

경계(대상)을 두어 망심을 쉬는 공부입니다.

4) 넷째는 대상을 없애고 마음은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이는 공부 할 때에

안팎의 모든 대상을 비워 공적하다고 관觀하고,

다만 마음만 두어

외로이 드러나 홀로 서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과 짝하지 않고,

모든 대상과 상대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마음이 경계(대상對象)에 집착하면

그 마음은 곧 망심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미 대상이 없어졌는데 무슨 망심이 있겠는가?

참마음이 홀로 비추어 도에 장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임제 스님이 이른바

“경계를 빼앗고 사람은 뺏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는 말씀하시기를

“동산에 꽃은 이미 다 떨어졌는데,

수레와 말은 아직 붐빈다.”고 하였습니다.

또 “삼천검객三千劍客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홀로 장주莊周가 태평을 이룩했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상(대상對象)를 없애고,

마음을 두어 망심을 쉬는 공부입니다.

5) 다섯째는 마음과 대상을 함께 없애는 것입니다.

이는 공부 할 때에 먼저 바깥 경계(대상對象)를 비우고,

다음으로 안의 마음을 없애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안 팍의 마음과 대상이 함께 비었는데,

결국 망심이 어디서 일어나겠습니까?

그러므로 관계灌溪 스님도,

“시방에 벽도 없고,

사면에 문도 없어 옷을 벗은 듯,

물을 뿌린 듯,

환하게 드러나서 맑고 맑도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임제 조사의

“사람과 경계를 함께 빼앗는.” 법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는

“구름이 흩어지고 물은 흘러가니,

온 누리가 고요히 비었구나.”고 말하였습니다.

또한

“사람과 소를 모두 볼 수 없으니,

바로 달 밝은 때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과 경계를 함께 없애어 마음을 쉬는 공부입니다.

6) 여섯째는 마음도 두고 대상도 두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에

마음은 마음의 제자리에 머무르고,

대상은 대상의 제자리에 머물러,

때로는 마음과 대상이 서로 맞서더라도,

마음이 대상을 취하지 않고,

대상은 마음에 이르지 않아,

저마다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

저절로 망념이 생기지 않아 도에 장애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화경에 이르기를,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세간의 모든 상(相)들도 항상 머문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곧 임제 조사의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는.” 법문입니다.

그러므로 한 말씀이

“한 조각달이 바다에서 나오니,

몇 집에서 사람이 누각에 오르는가?”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산 꽃 천만 송이에

노는 사람 돌아 갈 줄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계도 두고

마음도 두어 망심을 없애는 공부입니다.

7) 일곱째는 안 밖이 하나의 체體가 되도록 합니다.

안팎을 하나의 본체로 삼는 것입니다.

공부 할 때에 산하대지山河大地와

해와 달 별, 안의 몸과 바깥 세상 등

모든 법이 모두 참마음의 본체이므로,

고요히 비고 밝기가 털끝만큼도 다름이 없어,

모래알 수만큼이나 많은 대천세계를

한 덩어리로 두드려 만드는 것이니,

다시 어디서 망심이 나오겠습니까?

그러므로 승조법사도,

“천지가 나와 더불어 한 뿌리요,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 밖을 하나의 본체로 삼아 망심을 없애는 공부입니다.

8) 여덟째는 안팎을 모두 작용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공부할 때에 일체 안팎의 몸과 마음,

세계의 모든 법,

그리고 일체의 행동과 쓰고 베푸는 일들이 모두

참마음의 미묘한 작용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어떤 생각이든 일어나기만 하면

그것은 참마음의 미묘한 작용이 앞에 나타난 것이니,

이미 모두가 다 참마음의 미묘한 작용일진대,

망심이 어느 곳에 발붙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영가 스님은 말씀하시기를,

“무명의 참 성품實性이 곧 불성佛性이며,

허깨비 같은 공한 몸이 바로 법신法身이다.”라고 하였다.

또 지공誌公 스님의 〈십이시가十二時歌〉에는

“새벽 인시寅時라네,

미치광이 근기 안에 도인의 몸이 숨어 있구나.

앉거나 눕거나 그것이 원래 도인 줄 모르고

다만 허덕이며 고생만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 밖을 모두 작용으로 보아 망심을 쉬는 공부입니다.

9) 아홉째는 본체가 곧 작용임을 보는 것이다.

공부할 때에

비록 본체에 가만히 계합하여 한 맛으로 비어 고요하게 있으면,

그 가운데에 안으로는 신령한 밝음이 숨어 있으니,

그것이 본체가 곧 작용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각 스님은

“뚜렷하면서도 고요한 것(성성적적惺惺寂寂)은 옳지만,

뚜렷뚜렷하나 망상이 죽 끓듯 하면(성성망상惺惺妄想) 그른 것이고,

고요하면서도 또렷한 것(적적성성寂寂惺惺)은 옳지만,

고요하나 멍청한 것(적적무기寂寂無記)은 그른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흐리멍텅한 것을 용납 치 않았고,

또렷또렷한 가운데에 어지러운 생각을 쓰지 않는데,

망상이 어떻게 생기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본체가 곧 작용인 것으로써 망심을 없애는 공부인 것입니다.

10) 열 번째는 본체와 작용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는 공부 할 때에 안팎을 나누지 않고,

동서남북도 가리지 않고,

사방팔면四方八面을 다만 하나의 큰 해탈 문으로 만들어

뚜렷이 본체와 작용을 나누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털끝만큼도 망상으로 샐 틈도 없이

온몸을 부수어 한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니,

망심이 어디서 일어날 것입니까?

옛 사람도

“온몸에 꿰맨 자리가 없고

위아래가 온통 둥글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곧

본체와 작용을 초월함으로서 망심을 없애는 공부입니다.

11) 한 가지라도 맞는 방법으로 공부하라.

이상의 열 가지 공부하는 법은

꼭 전부를 다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한 가지 방법을 택하여 공부를 성취하면

망심은 저절로 사라지고 참마음이 곧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기에 따라

과거에 익힌 버릇이 어느 방법과 인연이 있는지

그것을 따라서 익혀가야 합니다.

이 공부는 한다는 생각이 없는 공부이므로

유심有心으로 애서서 노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망심을 쉬는 법문이 가장 긴요하기 때문에

특히 많은 설명을 했으나 글에는 번거로운 것이 없습니다.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진심직설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2024년 05월 22일 오전 05:44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雲月野人 진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