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사무엘이 점점 자라매(삼상2:18-26)
갈등
1. 한밤중, 온 집안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어린아이가 작은 손으로 등잔을 들고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어린아이가 들고 있는 등잔불은 희미하게 깜빡였고, 어둠 속에서 그 작은 불빛이 방을 천천히 밝혔습니다.“아빠, 불을 꺼도 돼요?”아이는 아버지가 잠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합니다. “그 불을 끄기 전에 창문을 한번 열어보렴.”아이는 창문을 열고 밖을 보았습니다. 창문을 여는 순간, 차가운 밤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별빛이 눈부시게 쏟아졌습니다. 어두운 밤하늘이 별빛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아빠, 밤하늘에 불이 다 켜져 있어요!”아버지가 말했습니다.“그래, 우리가 작은 등불 하나를 끈다고 해도, 하나님은 항상 저 큰 별빛으로 세상을 비추고 계신단다.
하지만 그 작은 불빛도 너에게는 참 소중했지? 그게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주신 사명이란다. 작아 보여도, 세상을 밝히는 하나님의 빛을 이어가는 일이야.”이 이야기는 사무엘의 삶과 닮았습니다. 어린 사무엘은 성소에서 작은 불을 켜고 기름을 채우는 일을 했습니다. 그의 손은 작았지만, 그의 섬김은 하나님의 빛을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이었어요. 오늘 본문에서도 하나님은 어린 사무엘을 통해 어둠을 뚫고 이스라엘에 새로운 소망의 빛을 비추십니다. 우리도 사무엘처럼 작은 불빛이지만, 하나님의 빛을 비추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손에는 어떤 등불이 있습니까? 그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나님 앞에서 함께 밝혀가기를 원합니다.
2. 오늘 본문에 아주 대조적인 두 가정의 자녀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질문하는데, 이런 일은 세상에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한나의 아들 사무엘과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 이야기입니다. 삼상1-2장은 사무엘의 출생 이야기입니다. 엄마 한나가 아이를 낳지 못하고 오랜 시간 깊은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한나는 깊은 탄식으로 하늘을 향해 입술을 움직였습니다. 그녀의 마음속 외침은 성소의 조용함을 깨뜨릴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이후 21절,“여호와께서 한나를 돌보시사 그로 하여금 임신하여 세 아들과 두 딸을 낳게 하셨고 아이 사무엘은 여호와 앞에서 자라니라.”자녀를 낳지 못하던 한나가 사무엘과 5남매, 여섯 자녀를 낳은 이야기입니다.
한나는 사무엘을 낳고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1:18,“그러므로 나도 그를 여호와께 드리되 그의 평생을 여호와께 드리나이다 하고 그가 거기서 여호와께 경배하니라.”아들을 낳은 어머니가 이런 결단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대단한 믿음의 어머니였어요.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라고 할까요? 신앙과 인격에서 빼닮은 모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성소에서 아침마다 사무엘은 조용히 제단을 돌보고 촛불에 기름을 채웠습니다. 그가 걷는 발소리는 마치 성소에 울리는 찬송처럼 경건했습니다. 난세에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하지만, 사무엘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참 선지자-존경받는 선지자로서 역할을 감당하기까지 그는 어떻게 그 시대의 위대한 인물이 되었을까요?
갈등 심화
3. 사무엘의 출생과 성장기 전후에 엘리의 아들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무엘의 출생과 성장과 사역이 어쩌면 저렇게 위대할 수 있을까? 감탄하는데, 엘리의 두 아들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사람들이 직분을 막론하고 악을 행하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나님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하면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엘리의 아들들은 성소를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그 신성한 공간을 탐욕과 쾌락으로 더럽혔습니다. 성소 문 앞에서 여인들을 능욕하며, 백성들은 두려움 속에서 떨었습니다. 제사장이라는 옷을 입고도, 그들의 영혼은 이미 하나님을 떠난 지 오래였습니다. 엘리는 매우 늙었고 두 아들을 책망했지만 효력이 없었습니다. 23-24절,“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느냐 내가 너희 악행을
이 모든 백성에게서 듣노라, 내 아들들아 그리하지 말라 내게 들리는 소문이 좋지 아니하니라 너희가 여호와의 백성으로 범죄하게 하는도다.”아버지 제사장 엘리는 두 아들 제사장들을 책망했습니다. 너희 악행을 내가 백성들에게서 듣고 있다. 그가 듣고 알았으면, 다시는 범죄하게 하지 말도록 징계를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히12:8,“징계는 다 받는 것이거늘 너희에게 없으면 사생자요 친아들이 아니니라.”성경은 친아들은 징계를 제대로 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사생자라고 말씀해요. 그만큼 이스라엘 신앙 공동체에서는 징계를 중요하게 여겨왔습니다. 자녀 교육에서 징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온전한 신앙 인격 형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징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녀 교육에 실패한 대표적인 가족이 엘리 가정입니다. 부모의 훈계와 징계에 대해 엘리의 아들들은 25절,“사람이 사람에게 범죄하면 하하나님이 심판하시려니와 만일 사람이 여호와께 범죄하면 누가 그를 위하여 간구하겠느냐 하되 그들이 자기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죽이기로 뜻하셨음이더라.”엘리는 아들들에게 우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아버지가 심각하게 말을 하면 자녀는 스스로 깨닫고 돌이켜야 하는데,
그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두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은-회개하고 삶을 돌이키지 않은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죽이기로 계획하셨기 때문이라고 전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는데, 하나님의 말씀과 아비의 훈계까지 무시했던 가정은 재기할 기회조차 없이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가정의 이야기가 사무엘의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며 세대를 넘어서 전해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실마리
5. 송년 주일을 앞두고 오늘 본문을 나누는 의미가 큽니다. 두 가정의 신앙교육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한나를 통한 사무엘의 교육과, 엘리 제사장을 통한 홉니와 비느하스 이야기입니다. 사무엘서에 나오는 한나의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다워요. 성경에 나오는 명작 스토리 가운데 하나로 뽑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한나와 사무엘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우리는 언제나 즐겁게 읽어갑니다.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 자녀들도 이렇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늘 있습니다.
한나는 불임 때문에 결혼생활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남편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남편의 다른 아내-일부다처-브닌나로 인해서 늘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브닌나는 자녀가 있었고 한나는 없었기에. 고대 세계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참 곤란했습니다. 사라도 이런 경험을 한때 했습니다. 본인이 불임 증세를 보이니까 자기의 종 하갈을 통해서 아들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하갈이 임신한 후 주인인 자기를 향한 자세가 바뀌는 것을 보고서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맛보았습니다.
6. 사라도 자기 몸에서 이삭을 낳고서야 안심했습니다. 한나의 남편 엘가나는 아내에게, 내가 그대에게 열 아들보다 낫지 아니하냐고 답했지만, 한나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어요. 한나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통곡하고 서원하며 아들을 주시면 그 아들을 평생에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나실인, 하나님의 사람으로 평생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한나의 기도를 들으시고 사무엘을 주셨습니다. 한나는 하나님께 서원한 것을 그대로 지켰습니다. 한나는 젖을 먹일 때까지만 집에서 양육하고 아이가 성막(성전의 전신)에서 자라게 했습니다. 사무엘을 품에 안고 성소로 걸어가는 한나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에는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지키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서원을 하고 지키는 자에게 복을 더하십니다. 한나의 경우, 서원을 지킨 후-사무엘을 낳고 그를 하나님께 드린 후 5남매를 더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가정이나 개인에게 하나님은 그대로 복과 은혜를 주세요. 성경은 이 아름다운 한나와 사무엘 이야기만 하지 않고 엘리와 두 아들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이것이 성경의 위대함입니다. 성경은 세상 전기와 다릅니다. 세상 전기는 좋은 이야기들만 소개하지만, 성경은 사람들이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기록을 해줍니다.
7. 성경은 거룩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아니라, 타락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대로 전해줍니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다윗의 타락, 솔로몬의 타락, 오늘 본문의 엘리 가정의 두 아들의 타락 이야기까지요. 한나의 거룩한 가정 이야기와 대비되어서 엘리 가정의 타락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선인과 악인은 공존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차이를 잘 분별하여 보아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악인을 비호하고 그편에 서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도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믿음으로 살고자 분투하고 영적인 전쟁에서 이기는 가정은 한나와 사무엘과 같이 멋진 생애를 살아갑니다. 세상 모두가 존경하고 흠모할만한 가정이 됩니다. 하지만 믿음은 수단에 불과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살아간다면, 자기의 본분도 고 허무한 삶을 살다가 죽고 맙니다. 엘리의 두 아들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제사장 이란 귀중한 직분도 잊고, 보통 사람도 범하기 쉽지 않은 죄를 아무 죄책감도 없이 지었습니다. 오늘 세계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이것입니다. 죄를 짓고도 자기가 지은 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자기가 받을 심판조차 계산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생들입니다.
복음 제시
8. 오랜 인류사의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성경은 위인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누구이시고, 인생은 누구인가를 말씀해줍니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고 우리를 가장 사랑하시며 지으셨어요. 하나님은 그 누구보다 우리를 향한 기대가 가장 크십니다. 솔로몬이 처음에 왕으로 등극할 때, 그의 자세를 보고 기대하신 것처럼요. 인류는 아담부터 하나님께서 그렇게 기대하셨던 솔로몬까지 결국은 하나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인간은,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롬3:23,“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미치지 못하더니.”사도 바울은 복음을 발견하고 전해주었습니다.“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아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3:24) 인류의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의 속량-십자가에서 대신 죽으시며 우리의 죄 값을 치름-으로 말미암았습니다. 죄악으로 물든 어두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한 줄기 빛을 비추셨습니다. 그 빛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모든 어둠을 뚫고 세상 구석구석에 닿았습니다.
기대
9. 이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성탄을 지내고 송구영신을 기다리는 우리가 알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송년과 신년 사이를 지나는 이 순간, 과연 우리의 손에는 어떤 등불이 들려 있을까요? 하나님께서 맡기신 등불을 우리는 잘 지키고 있습니까? 아니면 어둠 속에서 꺼져 가고 있습니까? 오늘 두 가정 이야기를 보았는데, 성경 전체를 읽으면 세상에 자랑하기 어려운 것이 자녀 교육 이야기입니다. 한나와 사무엘과 같이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가 사무엘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사무엘의 아들들로 인해서 이스라엘이 왕정제를 하나님께 요구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고 칭찬받았지만, 그의 아들 솔로몬이 결국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히스기아야와 요시야의 경우는 아버지들의 신앙과 인격은 별로였지만, 본인들은 탁월했고, 또 그들의 자녀들의 신앙과 인격은 형편이 없어 유다 왕국이 멸망하게 한 장본인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해보면, 결국 인생은 나 혼자 하나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나라도 온전한 신앙과 인격을 구비하고 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이 시간 기도합니다. 나도 자녀들도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온전한 신앙과 인격을 구비하게 하옵소서. 나와 내 가정, 그리고 자녀들이 하나님 앞에서 작은 불빛이라도 꺼지지 않고 타오를 수 있도록 오늘도 기도합시다. 그 불빛이 결국 하나님의 나라를 비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