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흔드는 것들(‘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읽고)
- 우병녀(월요일 오전반 12주차)-
이 책은 C.S. 루이스가 쓴 책으로 31편의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형식상으로는 스크루테이프가 그의 조카인 웜우드에게 쓰는 편지글이지만 읽다보면 뭔가 이상하다. 내용이 독특하다. 일상적인 편지글이 아니다. 환자, 원수, 악마와 같은 단어들이 종종 등장한다.
C.S. 루이스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가 중 한명으로 우리에게는 <나니아연대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한 때 신앙을 버리고 완고한 무신론자가 되었다. 그 후 회심한 C.S. 루이스는 치밀하고도 논리적인 변증과 명료하고 문학적인 문체로 뛰어난 저작들을 남겼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이 편지의 수신인인 ‘웜우드’는 고뇌, 고난을 상징하는 말로, 여기서는 스쿠루테이프의 조카이자 신참 악마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그럼 편지를 보내는 스크루테이프는 누구인가? 그는 경험 많고 노회한 고참 악마이다. 그가 조카인 신참 악마 웜우드에게 31통의 편지를 보내는데 목적은 악마들이 맡은 사람, 즉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사람들 (‘환자’)을, 그리스도(‘원수’)로부터 떼어놓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인간을 그리스도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하는데 그들의 노력은 치열하다.
서문에서 C.S. 루이스는 악마에 대해서 생각할 때 우리 인류가 빠지기 쉬운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악마를 믿되, 불건전한 관심을 지나치게 쏟는 것이라고 한다. 그 내용은 서로 정반대이지만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인 오류들이다. 악마들은 이 두 가지 오류를 똑같이 기뻐한다고 한다.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도, 악마의 존재에 지나치게 매이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 그는 악마의 삶을 고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인간의 삶을,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의 삶을 고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각 편지에서 악마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략들은 무엇인가를 통해 악마에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고, 그리스도인이 가져야할 무기가 무엇인지, 그리스도가 진정 기뻐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 아닐까?
1. 책 내용 정리(각 장의 주제) *기쁨의 집 대표 김현호 집사님의 정리
단란 | 각 장의 주제 |
1 | 논증은 잠자고 있는 사람의 이성을 흔들어 깨워서 진리를 찾아가도록 한다. 그러므로 논증과 이성을 피하라. |
2 | 실망감이란 삶의 모든 부분에서 꿈으로만 간직해 왔던 야심을 힘겨운 실천으로 옮길 때 나타나는 표시이므로 교회에 실망시켜라. |
3 | 내면 생활에만 집중시키고 가까운 가족간의 사소한 갈등을 유발하라. |
4 | 진지한 기도를 할 마음을 막아라. 건강하지 못한 기도를 시켜라. |
5 | 죽음을 환기시키고 적절한 공포를 유발하라. 극단적 애국지사가 되게 하거나 열렬한 평화주의자로 만들어라. |
6 | 인간의 영혼에는 어느 정도의 악의와 함께 어느 정도의 선의가 있게 마련인데 악의는 가까이, 선의는 상상 차원에 머물게 하라. |
7 | 세상을 목적으로 만들고, 믿음을 수단으로 바꿔라. |
8 | 신앙생활에도 기복이 있기 마련이니, 침체기를 적극 이용하라. |
9 | 쾌락은 감소시키고 그애 대한 갈망은 증대시켜라. 침체기 때에 쾌락을 이용하라. |
10 | 사람들의 이중성을 활용하고 사회적, 성적, 지적 허영을 이용하라. |
11 | 우리는 기쁨의 근원을 모르지만, 불건전한 웃음, 특히 경박함을 이용하라. |
12 | 기도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지루하게 만들고, 이를 위해 사소한 산만함을 이용하라. |
13 |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순수해 질 수 있으니 개인적 취향, 순수한 취미활동을 금하라. |
14 | 기독 신앙을 받아들일 때 겸손해진다. 이 겸손이란 미덕을 ‘세상에 내가 이렇게 겸손해지다니’ 하는 식의 만족맘을 슬쩍 끼워 넣으라. 기독교인의 겸손을 변질시켜라. |
15 | 과거보다는 미래 속에 살게 만드는 것이 낫다. 무조건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하라. |
16 | 신자를 교회 밖으로 끌어 내지 못한다면 교회를 평가하면 분열시키는 사람이 되게 하라. |
17 | 탐식을 이용하라. 탐식은 인간의 영혼을 낚아채는 탁월한 수단이가도 하다. |
18 | 초월적 관계를 만드는 애정과 가정을 파괴하기 위해서 성(性)을 이용하라. |
19 | 대체 원수는 인간에게서 무엇을 얻을 심산일까? 사랑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라. 사랑을 변질시켜라. |
20 | 관능을 이용하라. 즐겁게 파멸시킬 수 있는 특별한 욕망이다. |
21 |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불어넣어서 청지기임을 망각시켜라. |
22 | 이윽고 순결하고 순수한 아가씨와 결혼하고 말았다. 원수가 창조한 쾌락 속에서 영원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보는 것은 비참한 일, 우리는 전 우주를 소음으로 만들고 말테다. |
23 | 나의 환자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그의 삶에서 영성을 제거할 수 없다면 영성을 부패시켜라. 타락한 성직자나 존경받는 자들을 이용해라. |
24 | 크리스챤의 영적인 교만을 자극시켜라. 즐거운 집단과 지루한 집단의 차이를 신자와 불신자의 차이로 착각하게 만들어라. |
25 | 유행에 민감하게 유혹하고 오래된 소중한 것들을 식상하게 만들어라. 전통적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켜라. |
26 | 연애기간이란 10년후 가족이 불화로 자라날 씨앗을 미리 뿌려두는 시기이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의 사랑의 수고라는 비이기주의를 왜곡시켜라.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하라. |
27 | 기도와 자유의지, 기도를 하든 하지 않든 어차피 일어날 일을 일어나고 기도해도 이뤄지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하라. 기도해도 소용없다라고 속삭여라. |
28 | 전쟁 중에 믿음이 좋은 상태로 죽게 해서 그 영혼을 잃어버리게 해서는 안된다. 눈동자를 지키듯 잘 지켜서 천국을 갈망하지 못하게 하고 교만의 도움을 받아서 세속화시켜라. |
29 | 비겁함을 유발하라. 용기란 단순히 수많은 미덕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시험의 순간, 즉 가장 첨예한 현실과 마주치는 순간에 모든 미덕이 하나같이 취하는 행동이다. |
30 | 피로할 때 감정을 건드려라. 특히 실제와 주관적 감정을 흔들어라. |
31 | 다잡은 영혼 하나를 허무하게 놓쳤다고 힐난하는 스크루테이프, 그리고 악마조카 웜우드의 최후 |
2. 악마들이 사용하는 전략
위 책 내용을 보면 악마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환자들을 그리스도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방해하여 논리나 이성 대신 감각적인 경험의 흐름이 실제의 삶이라고 믿도록 한다든지, 영적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그리면서 외형의 모습, 옷차림, 찬송가 음정 등 본질적인 게 아닌 것에 집중하여 실망감을 갖도록 한다든지, 영적인 기도만 줄창 읊어대면서 정작 주위의 사람들의 아픔은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든지, 아내와 아들의 영혼을 위해서는 열렬한 기도를 하면서 진짜 아내와 아들에게는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같은 것은 악마들이 즐겨 사용하는 전략들이다. 현재에 살지 못하고 미래 속에 살게 만드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악마들의 유혹이며 교회를 분열하는 것, 탐식도 인간의 영혼을 낚아채는 악마들의 전략이라는 시선은 참신하다.
그 외에도 서로 거슬리는 말투나 표정을 이용하거나,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 기도할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막거나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기도, 경건한 기분만 내거나 침묵기도 비슷한 속여 넘기는 기도하기, 세속에 만족하는 마음, 불안과 걱정, 현재의 두려움, 극단적인 경향들, 균형을 잃고 편가르기 하기, 교회의 파당, 종교적 행위(집회, 강령, 운동, 대의명분, 개혁운동 따위)를 기도나 사랑, 성례보다 중시하는 인간, 지혜가 마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여 골짜기를 지나가는 시기(지금 경험하는 건조함)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 이중적인 생활 태도(자기 삶의 이중성), 막연한 평화주의자, 농담, 유머, 경박함, 사소한 죄, 거리끼는 마음, 허영심, 부산스러움, 아이러니, 사치스러운 따분함을 쾌락인양 속임, 세상의 기준과 관습과 유행에 따르게 하는 것, 교만, 자랑, 자괴감, 자기혐오감, 자기경멸, 우울함, 냉소주의, 잔인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들을 그리스도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한다. 이것들이 우리들을 흔드는 것들이다. 악마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런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서 흔들리기도 하고 더러는 넘어져 허우적대기도 한다.
3. 그리스도인의 무기
그러면 이런 악마들의 전략에 대응하는 그리스도인의 무기는 무엇일까? 스크루테이프가 웜우드에게 보내는 편지 중간 중간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악마의 전략에 대응하는 무기들은 어떤 것들을 쓰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들도 적을 알기 위해 이런 전략들을 조심하라고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서, 과학, 논증, 진리, 겸손, 기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현재의 걱정과 불안)을 인내로써 받아들이는 것, 인간의 미덕이 반드시 의지의 원에 도달하여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 웃음, 재미, 기쁨, 유머감각, 진정한 쾌락 (책이나 산책을 통해 제 모습을 찾는 것), 개인적 취향 (누가 뭐라든 개의치 않고 아무 사심없이 좋아하는 대상을 하나라도 가지는 것,) 유머감각, 균형감,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기와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악마가 틈타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역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런 무기들만 장착한다면 아무리 악마가 손을 뻗쳐 와도 끄떡없을 것이다. 논리와 진리로 무장하고 겸손하며 항상 기도하는 자세, 삶의 재미와 유머감각을 가지는 것, 균형감을 가지고 제 이웃을 사랑하며 무엇보다 책이나 산책을 통해 제 모습을 찾는 것 등~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무기를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독서로, 의지적 습관으로, 재미로, 진정한 쾌락으로~~
그리스도는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든 피조물은 하나같이 영광스럽고 뛰어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또한 그리스도의 이상형은 하루 종일 후손의 행복을 위해 일한 다음(그 일이 자기 소명이라면), 그 일에 관한 생각을 깨끗이 털고 결과를 하늘에 맡긴 채 그 순간에 필요한 인내와 감사의 마음으로 즉시 복귀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순간순간 우리를 흔드는 것들을 만난다. 그럴 때 그것이 악마의 유혹이라는 것을 깨닫고 빨리 그 흔들림으로부터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유혹으로부터 굳건하게 자신을 지키고 유연하게 반응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부단히 그리스도인의 무기를 장착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