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김낙연의 ‘자리 짜기’
집사람이 그저 밥이나 축내면서 빈둥거리는 내가 답답하였던지 처가 형제들에게 자리 짜는 재료를 얻어다가 나에게 자리라도 짜라고 성화를 대는 한편 이웃 늙은이에게 자리 짜는 법을 가르쳐 달라 하였다. 내가 하는 수 없이 마음을 누르고 해보니, 처음에는 손에 설고 마음에 붙지 않아 몹시 어렵고 더딘 탓에 하루종일 한 치를 짰다.
이윽고 날이 오래되어 조금 익숙해지자 손놀림이 절로 빨라졌다. 짜는 법이 마음에 완전히 무르녹자 종종 옆 사람과 말을 걸면서도 씨줄과 날줄을 짜는 것이 모두 순서대로 척척 맞았다. 이에 고단함을 잊고 일에 빠져 식사와 용변 및 접객할 때가 아니면 놓지 않았다. 헤아려보건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자는 됨직하니, 잘 짜는 사람에 견주면 여전히 무딘 편이지만 나로서는 크게 나아진 셈이다.
손재주 없고 일에 서툴기로 천하에 나만한 사람이 없거늘 배운 지 한 달 만에 이만큼이나 되었다. 이 기술이 천하의 하찮은 것인 줄은 알겠거니와 내가 하기에는 정말로 맞춤이다. 종신토록 이 일을 한다 하더라도 사양하지 않을 터이니, 분수에 맞기 때문이다.
자리 짜기를 해보니 나에게 이로운 것이 다섯이다. 밥만 축내지 않는 것이 하나요, 쓸데없는 외출을 줄이는 것이 둘이요, 한여름에 더위를 잊고 대낮에 곤히 자지 않는 것이 셋이요, 시름을 어느새 잊고 입을 절로 다무는 것이 넷이다. 만들고 나서 곱게 짠 것으론 늙으신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드리고 거칠게 짠 것으론 나와 처자식이 깔며 어린 계집종들도 맨바닥에서 자는 것을 면하게 해 주는 데다, 남은 것으론 나처럼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다섯이다.
김낙연(1706 - 1766). 영조 때 문인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는 아침부터 컴 앞에 앉아서 밥이나 축내는 데, 그래도 글도 쓰고, 공부도 하다 보니 위의 선비님이 든 다섯 가지 중에 앞의 네 가지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 같아서, 돈은 젊을 때 미리 벌어두었으니 집 사람이 돈 벌어오라고 성화는 아니하고.
ㅋㅋ
저도 이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참 재미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