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확 달라졌습니다.
세상이, 바람 끝이요...
그동안 지겨우리만치 우리를 힘들게 했던 더위가, 정말 단 몇 시간 만에 바뀌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저는 그동안 비교적 다른 곳보다는 시원한 '봉화' 산골에서 여름을 지내면서는,
이런 (서울에서의)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봉화에 와서 여름을 난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개인적으론 행운에 감사하면서도,
그밖의 지역에서 더위와 싸우고 계실 여러분께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답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정확히 한 달 전에 이곳으로 내려왔는데,
'서울의 열대야가 며칠째 계속된다.'는 보도에,
나만 좋아할 수는 없는데...... 하는 심정이었거든요?
사실 저는요, 서울 '내 자리'에 에어컨 설치가 돼 있지 않아서,
만약 제가 서울에서 여름을 났다면?
올해라고 특별히 에어컨을 설치하지는 않았을(못했을) 터라, 그 더위를 온몸으로 맞았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봉화에서는,
물론 한낮에는 여기도 땡볕에 세상이 시들어갈 수밖에 없었지만(특히 이 지역이 제가 온 이래로(그 전부터도 가뭄이었다는데), 두어 차례 땅이 적시지도 못할 만큼의 소나기가 내리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열대야'는 거의 없었고,
이 공동체의 숙소엔 에어컨도 설치돼 있어서,
한낮 더울 때는 몇 시간씩 문을 걸어닫은 채 에어컨과 함께 할 수도 있었기에,
이래저래 서울에서의 제 생활과는 비교 자체를 할 수가 없기도 했는데요......
어제 오후에도 바짝 타들어가는 꽃밭의 꽃나무들에 물을 주어야만 했는데,
땅이 매말라 있다 보니, 물을 주면 속으로 스며드는 대신 마른 흙을 실은 물이 아래로 굴러내려가는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덥고도 매마른 상태였는데,
자다 보니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깨어났는데(2시 경),
(아니, 제 첫잠에서 깨어났는데)
뭔가 이상해서 보니,
비가 내리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얼마나 반갑던지!
사실은 제가 여기 '분천'으로 왔을 때 보니,
요 앞 '분천천'에 물이 흐르긴 하던데, 그 폭이 채 1m나 될까 말까 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 개울이 바짝 말라 있는 겁니다.
그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있을 땐, 전국적으로 비가 엄청 내린 줄 알았던 저는,
개울에 물이 좔좔 흐를 줄 알고, 가끔 나가서 물에 발을 담가 더위를 식힐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러기는커녕 날마다 정규적으로 교육을 받으러 '본부' 건물에 갈 때는,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우산을 들고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개울을 건너면서는,
바짝 말라 있던 개울을 보면서,
아, 언제 비가 내려... 이 개울에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하루 하루 목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가,
평생 해본 적도 없던 '꽃밭'을 만들면서는,
더욱이 꽃나무들을 옮겨 심을 때와 그 뒤로는 애타게,
언제 비다운 비가 내릴까? 하는 심정은 물론,
이러다 영영 가을이 안 오는 거 아닐까? 할 정도로 제 심신마저 시들어가는 기분이었는데요,
그렇게라도 비가 촉촉하게 내려주니(어젯밤),
새벽에 나가 제일 먼저 꽃밭을 살피게 되었고,
본부 쪽에는 물안개가 날아가고도 있었답니다.(아래)
여전히 약간의 빗방울도 떨어지고 있었구요.
어디 그뿐이던가요?
아침 9시에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 개울을 보니,
그나마 조금이라도 물이 다시 흐르고 있더라구요. (아래)
근데요, 그 물도 몇 시간 뒤엔... 다시 사라져버릴 정도로 여기는 가물었답니다.
어디 그뿐이던가요?
태풍 '산산'이 더운 수증기를 몰고 와서, 점심 무렵에도,
금방 옷을 갈아입었는데도 옷이 땀에 젖는 등,
아주 기분 나쁜 후텁지근한 공기에 짜증까지 났었는데,
저녁 무렵,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살갗이 뽀송뽀송해져 있었고,
공기마저 선선해져 있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얼마나 기뻤으면,
미국에 있는 멍신부님께 '보이스톡'으로,
"오늘로 더위가 끝나는 것 같고, 이제 가을이 오는 것 같습니다." 하고 자랑(?)까지 했답니다.
아, 그 무덥던...
여름이 가나 봅니다.
이제 '9월의 노래'라도 들어봐야 하겠습니다......
첫댓글 시골 생활 흥미 진진 합니다.한번 가보고 싶네요.
서울도 열대야는 한물 꺽긴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11월 까지....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