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노랑yellow'하면 떠오르는 처음이 '바나나banana'고...
그 기억에는 나의 막내 외삼촌이 함께 있다.
육남매의 끝자락에 태어난 울 막내 외삼촌은 外家 식구 모두가 '전라도'에 포진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도 남자와 결혼한 울 어머니의 곁에서, 즉 釜山에서 그의 청장년 시절을 보냈다.
울 아버지의 큰 조카, 그러니까 나의 사촌오빠와 동갑인 울 막내 외삼촌은... 그래서 三寸이라는 항렬의 차이가 무색하게 참으로 편한&친근한 사람이었다.
울 오빠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외삼촌은 오빠와 나의 손을 잡고 북적북적한 시장으로 '나들이'를 감행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국제시장'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곳에서 외삼촌은 오빠에게 '책가방'을 선물했고, 그리고는 당시 비싸고 비쌌던 '바나나banana'를 우리 손에 하나씩 쥐어주었다.
하지만 타고나길 비위장이 약하고, 어지러움증이 강한 나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그 니글니글한 맛을 견딜 수 없어 그 자리에서 바로 오바이트를 하고 말았다.
내 뜻과 상관없이 노랑색 바나나가 그대로 넘어오는데... 그게 얼마나 비싼거고, 울 외삼촌이 큰 맘 먹고 '쐈다'는 걸 아는 나는... 속은 둘째고 마냥 외삼촌에게 미안하기만 했더랬다.
이후 '노랑yellow'에 대한 나의 기억은 매번 좋지 않은 것이었고, 20年을 넘겨 봄 햇살 같은 노랑빛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노랑yellow'은 줄곳 나의 기피색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위 사진은... 용두산 공원에서...
울 오빠가 네살... 내가 세살때... 계산해보니 울 막내 외삼촌이 딱 스무살 때다.
사진을 별로 찍어본 적이 없는 우리들은 처음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앞에서 잔뜩 긴장한 것 같다. 나의 배볼똑이&경계포즈가 그것을 반증하는 듯도 한데... 이제와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참 촌스러운 사람들이란 생각도 든다.^^
울 세남매의 태어남과 성장을 막내 외삼촌이 죄다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외삼촌의 결혼과 두 사촌동생들의 태어남,성장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신비로움 가득했던 갓난 아기가 어느덧 걸어다니고 학교에 들어가고... 이제 큰 애는 멋진 후리아치마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고 작은 애는 똘망똘망 중학생이다.
...
그렇게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을 두고... 마음 여린 우리 외숙모를 두고...
외삼촌은 기약도 없는 먼 길을 떠나셨다.
믿어지지 않는 소식을 접하고 곧장 釜山으로 향하는 길. 기차에서 내내 숨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막내 동생을 떠나보낸 우리 어머니의 마음 또한 어떻게 추스려드려야 하나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갑작스런 한 남자의 죽음은 그를 추억하거나 애도할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끝도없는 눈물을 쏟아냈지만 슬픔과 미안함이 줄어들지 않는 가족들... 먼저 떠난 남자와 함께 고향 논밭을 뛰놀고 젊은 혈기를 뿜고 이제는 '어른'이 된 남자의 친구를... 모든 사람들은 예정된 시간이 되자 애써 각자의 삶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우리는 긴긴~ 여행중 홀연히 떠나간 그가 남긴 큰 여행가방 하나를 받아든 기분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여행가방의 귀퉁이에는 지난 여정을 추측할 수 있는 구겨진 흔적들과 흥건히 땀에 젖은 옷 나부랭이들이 있었고,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곳에 대한 설레임 가득한 계획과 그것을 가능하게끔 하는 여비들이 담겨있었다.
남자가 얼마나 치열하고 외롭게 세상을 살아갔는지, 그리고 이제 막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한 아이들과 평생 돌봐야할 한 여자에게 얼마나 '든든한 가장'이고팠는지... 우리는 그가 남긴 여행가방을 정리하며 또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 막 결실을 맺어가는 그의 일들, 그래서 더욱 성실하고자 결심한 그의 올해를 알고는 대상도 뚜렷하지 않는 원망에 목이 메여왔다.
...
그가 떠난지 이제... 열흘하고도 며칠이 지나갔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나는 그저 오래오래 이 글을 쓰고 지우며 그를 추억할 뿐이고, 작은 항아리 한줌의 재로 남은 물질의 차원을 넘어선 공간에서 앞선 이들과 끝없는 자유와 행복을 누리길... 그렇게 원했던 것처럼 '든든하게' 그의 여자와 그의 아이들을 지켜주길 바란다.
사랑합니다. 외삼촌...
아무런 걱정말고 편히 쉬세요.
첫댓글 친 삼촌 보다 더 친한 외삼촌 언제까지 나도 우리 조카들에게 기억될려는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ㅠ.ㅠ
사무실에서 고개를 돌리면 바로 용두산타워가 보이는데.....마치 지금도 그곳에 삼촌이 계실 거 같은데.....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때론 삶이 너무 허무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외삼촌...엄마의 남동생이지만....특별하지요. 눈물이 나는군요. 헬리오님~~~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남겨진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도 늘 곁에 있기를 빕니다. ㅠㅠㅠㅠ
얼마나 슬프겠어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좋은 추억 기억속에 늘 간직하십시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주 일요일날 외샴촌 칠순잔치 초대장을 받았는데...외갓집과 외삼촌은 어릴적 추억이 참 많지요. 마음 아파하는 헬리오님 어떻게 위로해야할지...ㅜ.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추억 가슴에 새기고 힘내시길...
아...집에 일이 있었다고 하더니...외삼촌 편히 쉴 수 있도록 마음 추스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을 보면서 어린 헬리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는데...그런 아픈일이 있었네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상에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어찌 떠났을까요. 남겨진 이들의 슬픔은 또 어쩌구요...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엉!엉! 왜 오늘은 울음 나오는 기사가 이리 눈에 많이 뜨이나요. 눈물이 울컥 납니다. 감정을 넣지 않고 글을 읽는 법을 좀 알려 주세요. 담배한대 피우고 와야 겠어요.. (고인이 되신분을 위해 기도 드립니다)
너무나 일찍 떠나셨네요. 가족만이 그 아픔 가슴에 안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랬군요......고인의 영혼의 안식과 유가족에게 주님의 깊은 위로가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그리고...헬리오님 기운차리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아픈 일이 있었구나 외 삼촌 이라는 단어는 내게도 참 친근감을 주는데...힘내고 외숙모 많이 위로해 드리세요
아구,,, 핼리오님 잠깐 몇 마디 말도 나누지 못하고 인사없이 헤어져야 했는데...이런 일이 있었군요. 바쁘다는 핑게로 잠수함을 타다가 들어왔는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난 또!... 멋있는 글제인가 했더니... 이런 슬픈일이.하지만 어쩌냐?. 인명은 재천이라던가... 고히 보내드리고 남은 가족들한테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야 되지 않겠어?. 헬리오 힘 내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이들 데리고 외숙모님이 어찌 사실까... 주위에서 많은 베품이 있어야 할것 같네요...힘내시고 ,고인이 편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빕니다..^^*
따뜻하고 힘나는 말씀... 깊이 감사드려요(__)(^^) 외삼촌께 부끄럽지 않은 외숙모&어린 사촌동생들에게 힘되는 헬리오가가 될꺼예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