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창현 기자입니다. 최근 인사이동으로 국제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동안 지난 출입처인 외교부 인사들과 환송회나 뭐다 해서 정신없이 지내다 오랜만에 글을 써 봅니다.
최근 국제부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기사는 역시 미국발 금융위기에 관한 것들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금융부실과 구제책에 관심이 시들해 지고 있지만 이른 바 GLOBALIZATION 이후 단일 경제체제로 편입된 한국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평소의 관심도 있고 해서 관련해서 참고하실만한 글들을 좀 써 볼까 합니다.
이번엔 잭 웰치로 잘 알려져 있는 세계 최고 기업 GE의 위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제너럴 일렉트릭(이하 GE)…
아마 경영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20세기 내내 미국 최고의 제조업체이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칭송 받아 온 제너널 일렉트릭, GE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계실 겁니다.
GE는 백열등을 개발한 에디슨이 설립한 에디슨 제너럴전기회사를 모태로 해서 20세기 내내 가전부터 첨단 엔진과 발전설비 등을 생산해 온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는 무엇으로 두들겨도 흔들릴 것 같지 않던 GE의 아성을 밑동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GE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씨앗은 GE가 배출한 20세기 최고의 CEO로 평가받는 잭 웰치 시절, 본격적으로 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1. 흔들리는 GE
좀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던 GE의 주가는 올해 들어 무려 59%가 빠지는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만 무려 주가가 80%나 빠지면서 2천 6백억 달러를 허공으로 날린 데 이어 충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미국발 금융위기에 휩쓸린 투매에서 자유로운 주식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GE의 주가하락이 주는 심리적 충격은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GM의 몰락에 견줄 만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급기야 GE는 며칠 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주식에 대한 배당을 주당 31센트에서 10센트로 무려 70%나 줄이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연 90억 달러를 절감하고 사내에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는 데, 이후 시장에서는 GE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고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회사들은 AAA로 최고등급인 GE의 신용등급을 2~3단계 내리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CEO인 제프리 이멜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온갖 쇼를 해대고 있지만, 오히려 배당 축소로 화난 투자자들은 이멜트를 사기혐의로 고발하는 등 시장의 불신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2. 위기의 기원
그렇다면 한 때 세계 최고 기업이었던 GE가 이렇게 휘청이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자회사 GE 캐피털 때문입니다.
지난 해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들이 급격히 부실화되면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고, 이미 '좀비'라 불리며 천문학적 구제금융 투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과 더불어 손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는 다른 금융기관들처럼 GE 캐피털의 손실 규모 역시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지경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GE 캐피털의 회사채 금리는 이미 정크본드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입니다. 5일자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장 중에 GE 캐피털의 회사채 금리가 무려 20%를 넘어섰다는군요. 신용도가 떨어질수록 자본 조달 비용인 회사채 금리가 치솟을 수 밖에 없으니 당연한 결과로 보입니다.
GE 캐피털은 사실 GE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큰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원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기반을 둔 GE의 주 수익은 지난 7~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규모 전력 플랜트나 발전설비, 가전 등에서 나왔고 GE 캐피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가전과 발전 설비 등에서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GE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했고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가 바로 잭 웰치입니다.
잭 웰치는 4E(ENERGY, ENERGIZE, EDGE, EXECUTE)와 6SIGMA 등 지난 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풍미했던 경영기법으로 GE를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를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칭송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GE가 겪고 있는 위기는 바로 그 잭 웰치가 뿌려놓은 씨앗에서 잉태된 것이기도 하죠.
3. 금산 복합체제의 위험한 결말…무엇을 배울 것인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는 웰치식 경영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웰치식 경영의 밑바닥엔 대규모 감원과 제조업 기반 약화라는 치명적 약점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웰치는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이후 수익모델의 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합니다. 발전설비와 엔진, 가전 등 기존의 전통적 제조업 대신 선택한 웰치의 대안은 바로 돈 놀이였습니다. GE 캐피털은 이 때부터 눈부신 속도로 성장을 거듭합니다.
90년대 이후 GE 캐피털은 전체 GE 이익 규모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이른바 GE의 CASH COW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 상승 등 자산 거품이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GE 캐피털의 위기는 본격화됩니다. 신용카드와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한 엄청난 자금은 자산 거품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에 허공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지속적인 자산가격 하락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끝을 알 수 없는 손실에 발만 동동 구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결국 한 때 GE캐피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GE를 반열에 올려놨던 잭 웰치식 경영은 주주들의 단기적 이익은 극대화시켰을 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고용악화와 제조업 기반 축소는 물론이고 GE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위기의 씨앗을 확실히 뿌린 셈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의깊게 봐야 할 대목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른 바 금산 분리 완화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 지 바로 이 GE의 위기가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외의 많은 소장파 학자들이 금산분리 완화로 인한 재벌의 은행 소유확대가 은행을 재벌의 사금고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GE의 위기와 GE 캐피털의 추락은 또 다른 각도에서 금산분리 완화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했던 GE는 잭 웰치의 진두지휘 아래 투자와 수익창출의 무게 중심을 금융으로 옮겨 명실상부한 금산복합체제로 변모했고, 그 결과 GE 캐피털이라는 금융 부문의 위기는 GE의 다른 제조업 기반까지 뿌리를 밑둥째 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경제의 기반이 함께 흔들리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미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한 GE 캐피털의 회사채를 인수할 간 큰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그 부실은 GE의 다른 제조업체들과 미국민의 세금에 의존해 해결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월가에서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GE의 위기를 보면서 암울한 경제전망 속에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라는 '철 지난 세계적 추세'로 맹렬히 역행하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의 무모함이 더더욱 걱정스러워 집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성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