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은 눈꺼풀을 가지고 있어
감았다 뜰 때마다 다른 풍경이
끝도 없이 뻗어가는 등나무 모공에서 뻗어가는 투명한 줄
기들 당신이 밟으면 피를 흘리는 식물들 한순간에 시들어
버리는 산림 바람이 불고 모래가 되었다가 먼지가 되어 풀
풀 날리는
빨리 감아, 다른 풍경이 박히게
꽃과 나무가 어린 시절 없이 울창하다
깜빡깜빡 자꾸 새로운 필름을 끼웠다가 뺐다가
늘어나다 흩어지고
나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시작되는
이 명상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명상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불러들이는 일 이 장소 교탁 화장실 숲
속 사막 계단 밑과 담벼락 너머 네잎클로버밭 샐비어밭 한
없이 펼쳐지고 혼은 범위가 없이 넓어지고 우거지고 폭발
하고 명상 끝에
투명한 줄기로 당신의 목을 조일 수 있다 양손에 줄기를
잡고 꽉 잡아당기면
당신의 목 풍선 꼭지처럼 조여들고
나는 풍선이 터질 때 폭죽이 터질 때 항상 눈을 감지
깜짝이야
깜짝이야?
시발, 개같은 에너지들이 우거지고
그걸 말로 해야 하는데, 말로 해선 안 되는데......
자꾸 서성거리는
욕으로 번져 나오는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탄생하는
공간에 대해
노래하는 식물 말 없는
욕설에 대해
* 바흐 칸타타 제140번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에서 제목
을 빌려왔다.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문학동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