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여가 22-37, 체크카드 재발급
체크카드 재발급을 받으러 농협에 갔다. 김민정 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종종 가는 은행이고, 김민정 씨 외에 다른 입주자분들도 자주 들러 은행 일을 보는 곳인 듯하다. 은행 직원들이 입주자를 맞이하고 대하는 말과 태도에서 느껴진다. 입주자와 익숙하게 소통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이렇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더불어 사는 삶은 이렇게나 자연스럽고 스며드는 것이라고, 확인하게 되는 곳 중 하나다. 동료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김민정 씨가 먼저 인사를 전하고, 곁에 있는 나는 체크카드를 재발급하고 싶다고 대신 전한다. 김민정 씨를 대신해 도와야 할 것을 도운 후에는 한두 발자국 뒤에 서 있는다.
재발급을 위해 필요한 서류에 이름을 쓰고 서명을 해야 하는데, 은행 직원이 김민정 씨를 바라보면서 몸을 기울이고 설명해 준다.
“여기 형광펜으로 표시한 곳에 성함 쓰고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예.”
김민정 씨가 서류를 받아들고, 나를 부른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펜을 잡고 “어!” 한다. 김민정 씨에게 다가간다.
“김민정 씨, 지난번처럼
볼펜 잡은 김민정 씨 손에
제 손 얹고 서명하는 것 도우면 될까요?”
“음.”
서명을 마치고, 무사히 재발급 신청이 되었다. 카드를 집으로 수령할지, 농협으로 수령할지 묻는다. 집으로 수령하면 직접 등록해야 사용이 가능하고, 농협으로 수령하면 등록까지 해주니 받아서 바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김민정 씨에게 한 번 더 설명하니 데스크를 콕콕 가리킨다. 농협으로 받으러 오겠다는 뜻으로 이해했고, 은행 직원에게 그렇게 전했다.
한두 발자국의 힘이 참 크다고 느꼈다. 김민정 씨보다 조금 뒤에 서 있으니 은행 직원이 돕는 직원이 아니라 김민정 씨 앞으로 서류를 내밀고 김민정 씨를 바라보며 설명한다. 김민정 씨도 당신의 일로 여기고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앞으로도 이렇게 김민정 씨의 삶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한다. 삶의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김민정 씨 삶의 주인은 당연히 마땅히 당신이기에.
2022년 4월 12일 화요일, 서지연
민정 씨에게 설명해 준 은행직원 고맙네요. 서지연 선생님, 한 발 뒤에 있어 주어서 고마워요. 신아름
‘약자가(도) 살 만한 사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기 복지의 주체로’, 감사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