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비 내리고
장 만 호
굵은 비 내리고
나는 먼 곳을 생각하다가
내리는 비를 마음으로만 맞다가
칼국수 생각이 났지요
아시죠, 당신, 내 어설픈 솜씨를
감자와 호박은 너무 익어 무르고
칼국수는 덜 익어 단단하고
그래서 나는 더욱 오래 끓여야 했습니다
기억하나요, 당신
당신을 향해 마음 끓이던 날
우리가 서로 너무 익었거나 덜 익었던 그때
당신의 안에서 퍼져가던 내 마음
칼국수처럼 굵은 비, 내리고
나는 양푼 같은 방 안에서
조용히 퍼져갑니다
_《무서운 속도》(랜덤하우스, 2008)
ᆢ
매년 장마철마다 올리는 시입니다.
오늘도 점심은 따끈따끈한 칼국수를 먹을 계획입니다.
신의 울부짖음으로
퍼부어지는 굵은 비 앞에 속수무책이지만,
부디 피해 덜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이즈음에는 한번 읽어야 장마를 견디게 하는 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