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적정 온도 [조온윤]</p><p> </p><p> </p><p> </p><p> </p><p>주민센터에 왔어요</p><p>창구에서 나를 응대해준 공무원은</p><p>친절하지 않았지만</p><p>무례하지도 않았습니다</p><p> </p><p>대기표를 들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내내</p><p>그들의 첫인사와 끝인사는 엇비슷했습니다</p><p>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p><p> </p><p>똑같은 표정과 말투로 서류를 건네고</p><p>다음 번호를 부르죠</p><p> </p><p>전문기구가 권장하는 겨울철 적정온도는 이십도</p><p>겨울이면 이곳은 항상 적정 온도를 유지합니다</p><p> </p><p>평온하다는 것, 지금 내 몸이 식어 있지도</p><p>뜨겁지도 않다는 것</p><p>손을 잡아도 느낄 수 없을 만큼</p><p>투명한 체온이라는 것</p><p> </p><p>다음 사람을 위해 내가 앉은 자리에</p><p>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듯이</p><p>휴대전화를 보며 걸어오는 이를 피해</p><p>잠시 무해한 공기가 되어주듯이</p><p> </p><p>오늘도 우리는 호의도 적의도 없이 안녕을 건넵니다</p><p> </p><p>용무를 끝내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서</p><p>주민센터를 나왔습니다</p><p>바깥은 공기가 찼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어요</p><p>저녁 약속은 없었고 이제 내가 할 일은 그들에게서</p><p>깨끗하게 지워지는 일뿐이었습니다</p><p> </p><p>그런 날은 기억하기 어렵습니다</p><p>많은 날이 그런 날의 계속이지만요</p><p> </p><p>안녕하기를</p><p>기억나지 않을 만큼 평온한 하루이기를</p><p>차례가 오지 않은 대기표를 주머니에 넣고</p><p>사라지는 </p><p>투명한 인기척처럼</p><p> </p><p> </p><p>              - 햇볕 쬐기, 창비, 2022</p><p> </p><p> </p><p> </p><p> </p><p> </p><p> </p><p>* 평온(平穩)하다는 건 고요하고 평안하다는 것이고</p><p>평온(平溫)하다는 건 평상시의 온도를 말한다.</p><p>겨울엔 실내 온도, 25도쯤이면 좀 아늑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고</p><p>여름에도 실내 온도, 25도쯤이면 그럭저럭 땀없이 지내지 않을까.</p><p>사람마다 평온한 온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p><p>추위를 타는 사람이 있고 더위를 타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p><p> </p><p>7월에 비는 억수로 많이 내렸고 비구름 걷히면 무지하게 습하고 더웠다.</p><p>그랬던 장마가 물러갈 채비를 하고 있고 이제 평온(平穩)과 평온(平溫)을  느끼려고</p><p>여름 휴가들을 꾀하고 있다.</p><p>어디에서 그런 평온을 누릴 지는 모르지만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평온한 휴식을 하면 좋겠다.</p><p>평온!</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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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람은 불지 않았어요 ^^*
joofe님도 이런 실수를 ㅋㅋㅋ
전 님이 정리해 주신 ` 장마'를 읽다가 ㅆ을 ㅅ으로 오타내는 게 지 버릇인지라 수정할려고 들어가다 보니 ....
항상 고맙습니다 ~~ 브라보 joofe님
ㅎㅎ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