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진 손바닥/강미정

[길손]

펴진 손바닥/강미정



어쩌다가 방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이가 서럽게도 울었다
놀라 눈을 떠보니
펴진 내 손가락을 오므리고 있었다
손바닥 가득 동전을 얹어놓고
손가락을 오므리며 울고 있었다
얼른 아이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며
왜 울었느냐 물어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걸 주는데도
엄마는 받지 않아서 울었다고 했다
자꾸 놓아버리기만 해서 울었다고 했다
이제 막 돈이라는 것을 알아서
맛있는 과자를 바꿀 수 있는
동전이 제일로 큰돈인 줄 알아서
가진 것 다 엄마에게 주었는데
받지도 못한 내 손바닥 잠든 손바닥,
얼굴이나 움켜쥐고 울 줄만 알았지
끝내 사랑도 돈도 움켜쥘 줄 몰랐던
가난한 내 손바닥
독하게 움켜쥐지 못하고 놓아버린 인생이
내게도 몇 있었다


『검은 잉크로 쓴 분홍』북인,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