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장님, 편지가 왔어요.
당신에게 온 편지에요. 환풍기와 침울한 날씨와 오늘
의 업무로부터 당신에게
각종 고지서에는 언제나 이곳을 벗겨내시오,
라고 적혀 있죠. 부고는 반드시
도착하고요. 기관에서 법원에서 전쟁터에서 그리고
더 멀고 외로운 곳에서
편지가 왔어요. 전보가 왔어요. 청첩장이 오고 계고장
이 오고 내용증명이 도착했어요. 옛 친구와 주차 위반과
티라노사우루스의 세계에서
당신에게
편지를 열어 보기도 전에 당신은
인생을 회상하는군요. 아아. 나는 참으로 오래 살았다.
수많은 사랑의 문장을 배달했으며 국가의 세금을 고지했
으며 수신자가 사라진 전보를 반송하였다. 그러니 이제는
내게 도착한 편지를 개봉할 때
하지만 우체국장님, 당신은 늙은 채로 태어났잖아요.
이젠 지쳤다고 생각하며 청춘을 맞이하고 슬픈 표정으로
첫 울음을 터뜨리고 마침내
잉태되었잖아요
당신은 우체국을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당신은 영원히
전달하는 사람이에요.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전봇대와 반도체와 어지러운 네트워크의 세계를 건너서
단 하나의 문장을 전달하는
우체국장님, 오늘도 놀라운 소식이 있었잖아요. 무서운
사건이 있었잖아요. 당신조차 도망치고 싶잖아요. 당신은
어머니를 낳고 어머니는 할아버지를 낳고 할아버지는
당신의 손자가 되었잖아요
당신은 우리의 연인이고 독재자이고 무적의 군대이며
거의
우리의 창조주
마침내 당신은
우리의 가장 나종에 그리운 사람
우체국장님, 편지가 왔어요.
울음을 터뜨리는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로부터 당신께
우리는 우리의 영원한 사랑을 당신께
당신께 전할 뿐이랍니다.
[음악집],문학과지성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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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
살아있는 곳과 죽어있는 것을
생각합니다
훌륭하신 단상에
감동 -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