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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잊을 수야
(장편소설 350페이지) 2편 중 1편 공개
글/ 韶譚
글을 쓰면서
누구나 문학의 꿈 있겠지만 생활 여건 속 이행할 수 없는
우리들의 현실인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이루어야 한다는 집념 있다면 세월이 얼마만큼
흘러가도 그 꿈 실현 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나 역시 뒤늦게 필을 잡고 짧은 소재나마 몇 자 쓰려니
마음만 앞서고 역시 글이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남들이 써 놓은 글 읽기 쉽고 소감의 갈래가 다르지만 자신이
쓴 글은 본인 스스로 평가할 수 없다
부족함과 아쉬움 뒤범벅 속 끝 맺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마음 달래며 위로할 뿐이다
이번 글은 인간 삶의 있어서 사랑과 아픔 친구사이 우정 이웃 간 인정
상하 간의 예의 그리고 현실에 당면한 여건 등 주제로 했다.
그러나 표현력이 그 뜻에 못 미치는 결과 되었을지 모른다.
어려운 환경 속에 어린 시절 보낸 우리 이젠 의식 구조가 변해가는
경제성장 속 물질 만능 시대를 열었다
사랑도 돈으로 혼사도 계층 간 맺어지는 정신적 행복이 아니라
물질적 만족 취하려는 현실 앞에 우리 모두 갈등의 속 몸부림치는
아픔으로 덮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려운 틈바구니 파고들어 인간의 본능을 묘사하고
진실을 불태우며 삶의 진리를 구사하고 모두 함께 생각해 보려는데
초점 맞추어 한 페이지씩 엮어 보기로 했다
나의 입장과 남의 생각 모두 함께 모아 합리적 줄거리로 맺으려
했지만 결국 비운으로 끝나 버리는 것 같다.
인간의 참모습은 사랑이라 믿는다.
부모, 형제, 친척과 이웃 없다면 자신의 존재 아무런 의미 없고
남녀 사이 애틋한 감정 생기지 않는다면 젊음 잃어버린 것이다
물질의 만족 아니라 뱃속의 마음으로 세상 밝게 보는 자세가
자기 행복을 지켜주는 울타리 아닌가 생각하며 참된 삶을 빌어보는
간절한 소망으로 하늘 본다.
끝으로 글 쓰면서 마음 적시고 아픔 함께하며 끝맺을 수 있었다는
것으로 위안 삼는다.
서기 1985년 8월
너를 잊을 수야
1969년 2월 13일 12시 40분 안동발 청량리행
완행열차는 서서히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늘은 파랗게 맑고 뭉게구름 한점 떠 있는데
강일은 마음이 무겁고 찹찹하다.
홀어머니와 살아가면서 많은 고초와 피눈물
얼마나 흘렸든가
문중 어르신네 도움과 우정어린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
내가 존재하기까지 많은 분의 보살핌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 서 있을 수 있을까?
잡념에 잠긴 것도 잠시 승객으로부터 떠밀려 올라간
강일은 창가에 자리 잡고 밖을 내다보았다.
강일은 오늘 아침 주름진 얼굴 손마디마다 갈라진
어머니 손을 잡고 한동안 울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농사도 없는 산골 어머니 홀로
학가산을 숨차게 올라 산나물 약초 등 채취해
가까운 시장에 나가 팔아 겨우 입에 풀칠하며 외아들
뒷바라지해 왔다.
고달픈 삶이지만 향학열 높으시고 인자하신 분이다
강일은 중, 고등을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친지 문중 어른 도움으로 서울 명문 S 법대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서 2학년을 마친 후 군 입대하여
군 복무 마치고 복학하여 가정교사와 아르바이트하며
어렵게 졸업식 맞이하게 되었다.
명예로운 졸업보다 15개월 전부터 발견된 폐결핵
사회진출을 막아놓는 장애가 되고 보니 생각할수록
가슴 터질 것 같고 고생하신 어머니께 죄스러운 마음인데
집을 나오기 전 어머니께서 오히려 위로와 격려하셨다
“강일아”
“네 어머니”
“군 보건소 가서 약 타오고 좀 더 안정시켜 졸업 하루 전
올라가거라. 집에 있기보다 집 뒤 암자에 가 있으면
좋을 것 같구나! 스님께 부탁할 테니까“
“어머니 뜻은 잘 알았습니다만 한 달 한번 친구 모임
있는데 빠질 수가 없네요. 죄송해요. 어머니“
-1-
“하기야 너희의 우정 어디에 비기겠느냐?”
“이번 상경하여 졸업식 마치고 내려와 깨끗한 공기 마시며
어머니와 지내면서 사법시험 준비하고 건강 회복되면
상경할까 합니다.“
"그렇지만, 졸업식에 어미가 못 가서야 될 말이냐“
“오시지 마세요. 제가 졸업식 마치고 바로 내려오렵니다.”
“경비가 부담스러워 그러느냐?” 하시며 그늘진 얼굴 보이셨다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힘드실까 그러죠”
“알았다. 가려면 어서 가거라. 기차 시간 늦을라”
“예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산에 가시지 말고 집에 계세요.”
“오냐”
강일은 어머니와 헤어진 후 산을 돌고 돌아 1킬로 이상
내려왔어도 어머니께서 수건 흔드시며 산 중턱에 그대로
서 계셨다.
어머니! 마음속으로 외치며 다시 한번 강일은 다짐 한다
지금까지 어머니의 깊은 사랑 모든 사람들로부터 받은 은혜
생각할수록 감정의 눈물 솟구친다.
기차는 벌써 영주 역 지나 인삼의 고장인 풍기로 달렸다
“차표 좀 봅시다.” 차장 말에 정신 번쩍 들었다.
안동 청량리 간 수없이 타고 다녔지만 8시간 달리는 열차 속
언제나 책과 씨름하기에 지루한 줄 몰랐다
그러나 오늘은 책을 들고 있어도 펴보고 싶은 마음 없으니
조금 전 약을 복용해서 인지 약 기운 도는가보다 하며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 흘렸을까 생각하는데 누군가 옆자리에 앉는다.
-2-
“혹시 자리 비어 있는지요?” 두 학생은 강일에게 물었다
“글쎄요 지금껏 노인 분께서 옆에 계셨는데 제천서 내리신 것
같습니다.“
“그럼 앉아도 되겠지요?“
“빈자 석이니 앉으세요.“
대학생인 듯한 두 학생 중 한 사람은 용모가 단정해 보였고
한 학생은 보기 드문 미모 아가씨였다.
“아저씨 어디까지 가세요?”
“종착역까지 갑니다만 아저씨라고 하니 이상하네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학생이 물었다
“아직 학생 신분이니까요.”
“군에 갔다 복학한 모양이군요?”
“그래요 하지만 졸업식이 며칠 남지 않았네요.”
“실례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계획은?”
“아직은 공부해야지요. 목표 달성될 때까지”
"책을 보니 법률 서적인데 법대?“
“글쎄요”
강일은 조금 전까지 피로 가시고 학생과 대화 속 몸은
개운한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이라 더는 서로 할 말 잊은 체
시선은 창가로 보내고 온통 하얗게 눈으로 덮힌 배꽃 같은
산천 바라보는데 벌써 완행열차는 원주에 닿았다
“원주김밥이요 따뜻한 김밥” 하며 홍익회 아저씨 소리쳤다
“아저씨! 여기 김밥 3인분 주세요.” 하며 옆에 아가씨가
어느새 돈을 내어 판매원에게 주면서 한마디 한다
“영애 언니와 같이 다니면 항상 배고프다니까”
“그럼 어떻게 해 참아가면서 살아야지 먹을 것 다 먹고
무슨 일 하겠어.“
“ 알았어. 언닌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 하며 실쭉거린다.
“미안하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3-
“절약도 좋지만 다 먹으려고 사는 건데” 하며 강일에게도
김밥과 음료수 한 컵 건네주었다.
“우리 같이 먹어요. 점심시간 넘었네요.”
“초면인데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강일은 김밥 먹으면서 정말 고마웠다 열차 타고 오르내려도
한 번도 김밥 사 먹은 일 없고 주린 배 안고 다녔는데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다는 백의민족의 마음씨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 아닌가.
“천천히 드세요. 물 한 모금 마시고요.”
“네 그러지요. 손위인데 내가 대접해야 하는데 받고 보니
부담됩니다. " 그리고 학생을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인사해요.“하며 밝게 웃는 학생 모습 너무 맑아 보였다
“그럽시다. 이름은 김강일이고 28세 S 법대 졸업반입니다”
“와~ 대단하시네요. 명문대학 최고인기학과 아닌가요?”
“저는 가정형편상 보잘 것 없어요. 나이 21세 최귀자이고
도양섬유근무중이며 야간부 3학년 올라가요“
자기소개 한 귀자는 학벌 직업과 관계없이 당당해 보였다
“저는 서영애라고 합니다. 나이 23세 귀자와 같이 있어요.”
“영애 언닌 저와 같은 학년이면서 반장이고 더구나 머리가
컴퓨터라서 생산부에서 총무부로 스카우트할 정도로 능력과
인기 대단해요“
“소개 받고 보니 동생뻘 되지만 아름다운 마음씨
정말 훌륭합니다.“
강일은 두 학생의 순수한 마음과 모습에서 너무 흐뭇했다.
“우리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게요. 언니도 오빠가 없고” 하며
귀자는 강일이 얼굴 빤히 쳐다본다.
-4-
강일은 소개 받은 두 동생도 나와 처지 비슷한 농촌마을
가난 벗어나려는 몸부림과 배움 굶주림의 뜻 높은 것
같아서 존경스러웠다.
부유층 자녀라면 감히 생각 못하고 그들의 아픔 알겠는가.
우리 조상은 예부터 가난과 싸워왔고 아직도 가난의 굴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젠 벗어나야 한다. 누군가 막중한 무거운 짐 짊어지고
옛 방식 버리고 새마을운동으로 풍악 울려야 하는데.
강일은 3등 열차 꽉 메운 승객들을 둘려 보았다. 시장 바닥
같은 열차 안 너무 어둡다.
상념에 잠긴 강일을 부른 것은 귀자였다.
“강일 오빠! 영애 언닌 5남매 장녀로서 동생 학비 보태고
혼자 계시는 어머니께 정성 대단하고 효녀지요.“
“그렇군요. 영애 동생도 아버지가 안 계시나 봐요
나도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오빠는 서울 가면 어디서 지내게 되는가요?”
“이제까지 아르바이트해서 침식 걱정 안 했는데 졸업 때까지
친구 집에 잠시 있다. 고향으로 가서 휴양 겸 공부할
예정입니다“
모처럼 침울에서 벗어나 해맑은 모습으로 대화 주고받으며
기분 좋은 하루였다
“언니! 벌써 청량리야 내릴 준비 해야겠어”
귀자는 서둘러 선반 위 짐을 내리고 승객들도 일어나서
부산하게 움직였다.
즐거운 여행 너무 짧은 시간 아쉬움만 가슴에 남는데
셋이서 홈을 빠져나오니 별은 총총 나있고 시계는 벌써
밤 8시 넘어서고 있었다.
“오늘 여행은 두 동생 덕분에 즐거웠는데 여기서 헤어짐이
섭섭하지만 인연 되면 또 만나요.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 뜻
바로 세우고 훌륭한 사람 되세요.“
-5-
“강일 오빠! 우리가 열차 안에서 만났지만 헤어지려니 섭섭하네요. 졸업식에 언니와 참석하고 싶은데." “아니요 말만 들어도 고마워요.” “아무튼, 연락처라도 가르쳐 줘요” 귀자는 강일을 쳐다보았다. “아직은 정착지가 확실하지 않아서 연락처가” 사실 그러했다. 졸업 때까지 어디가 있어야 할지 강일은 고민해야 했다 “우리 회사로 연락 주세요. 저는 생산부라 통화 어렵고 영애 언니에게 하세요." 하고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귀자는 방긋이 웃었다. 세 사람은 손 흔들며 아쉬운 작별 고하고 대왕코너 앞에서 서로 반대쪽으로 헤어졌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멀어져가는 영애와 귀자를 보면서 나는 지금 어디부터 가야 하는지 발길은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생활 4년 어디 한번 제대로 다녀 보지 못하고 서울지리마저 익숙하지 못했다. 그간 얼마나 얽매이고 바빴던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학교 다녀오면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 가정교사로서 생활 자투리 시간 내어 새벽까지 책과 씨름해야 했다. 어느새 건강 나빠지고 지나가는 시간 아까운데 어이하랴. 아! 밤하늘 반짝이는 별처럼 내 마음과 건강 가볍고 깨끗했으면 얼마나 좋은가. 강일은 공중전화 박스로 가서 천천히 다이얼을 돌렸다. “ 아~ 여보세요” “네. 성북동입니다. 누구세요?” 하숙집 아주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강일입니다” “언제 올라왔어요?” “지금 막 도착해서 전화 올리는 겁니다.” -6-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 친구한테서 연락 왔던데 이리 오세요. 저녁준비 할게요.“ “아닙니다. 오늘은 고모님 뵙고 자고 내일 들리겠습니다.” “어쩌나. 친구들이 집에 와 있으라고 하면서 무슨 약속인가 있어 늦어진다고 하던데.“ “고모님한테 갔다 말해 주시고 내일은 꼭 갈게요” “그럼 내일은 꼭 와요.” 정말 고마운 아주머니다 오덕과 일석이가 3년 동안 하숙해온 곳이지만 다정다감하시며 하숙생 아니라 친남매처럼 생각하며 지내왔다. 올해 나이 46세 이고 명문대학 나온 인텔리이며 아들은 21세로 육사 3년생 단, 두 식구뿐이다. 남편은 13년 전 육군 소령으로 대간첩작전 중 사망했다. 아픔이 많은 그녀였지만 한점의 그늘도 발견 할 수 없고 우리 오 총사(다섯 친구모임 명칭) 친구에게 관심 많으며 격려 아끼지 않았다. 오 총사는 안동출신으로서 중, 고 동창으로 대학 같이 진학하면서 모든 일 뜻 같이하고 서로 믿으며 성실한 자세로 생사고락 같이하며 실력 배양하여 사회 기둥 되자고 뭉쳐진 다섯 친구이다. 친구들은 모두 제자릴 찾아갔다. -7- <오 총사 중 친구 권오덕29세 S 법대 졸 지법판사 약혼녀 이영옥25세 E대 졸 T 시장의 차녀이고 이일석28세 S대 건축과 졸 대영건설 설계실장이며 애인 변경옥 25세 E대 졸 박현태28세 Y대 경영과 졸 삼안그룹 3남 기획실장이며 애인 이영희 24세 S 여대 졸 영광그룹 외동딸이다. 이강호 28세 H대 토목과 졸 금계건설 토목담당 대리이며 약혼자 정선영 26세 K대 졸 가수이다. 김강일 28세 S대 법대 졸업반 폐결핵 환자로 요양 중 파트너로서 박미라 24세 E대 졸업반 (박현태 여동생)> 강일은 하숙집 아주머니와 통화한 후 고모 집으로 가는 시간 명동 가베 커피숍에는 강일 뺀 아홉 명 모였다. 매월 정기모임은 매달 15일로 되어 있지만 강일이 문제로 임시모임 자리였다. 오 총사 연장자인 오덕이가 먼저 강일 문제를 꺼냈다. “오늘내일 강일이가 상경 하는데 오기 전에 강일 문제 해결하고자 한다.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하게.“ “강일이가 졸업해서 공기 좋은 고향에서 요양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치료 영양보충 관계 등 서울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여러분 생각 어떤가?“ “일석의 말에도 일리 있네. 우리 친구들이 합심해서 상경하는 대로 전문병원 데리고 가야겠어“ 현태가 말하며 안쓰러운 표정 지었다. “병원 가는 일은 여자 쪽에서 맡겠어요. 남자 분들은 직장일로 바쁘니까“ “고맙다. 미라야. 그렇게 해다오.” 현태는 동생 미라 어깨를 토닥거린다. “병원 가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건강회복 위한 경비와 불편하지 않도록 기거할 곳은 어떻게 하면 좋은가?“ -8- “문제는 돈인데 내 생각으론 우리 9명이 성의껏 매달 얼마씩 낸다면 좋을 것 같은데“ 하고 현태 말하자 오덕은 “남자는 정액으로 여자들은 성의대로 하면 어떨까?” 고개 숙여 듣고 있던 경옥이가 입 열었다. “남녀평등에 어근 나는 것 같고 우리 여자도 남자 못지않게 강일씨 아끼고 있어요.“ 옳소! 하고 여자 측에서 모두 동조하고 나셨다 “이건 내가 실언한 것 같군 취소합니다. 그렇다면. 개인당 얼마 내어야 할까? ” 오덕의 말 받아서 강호 말했다 “우선 하숙비 3천 원 병원비 3천 원 영양보충비 5천 원 잡비 2천 원 합 1만 3천 원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지 그 정도 되어야지 매달 주는 것보다 3개월분 한몫 거두어 주세“ 일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무원 한 달 월급 만원 안팎인데 반달 치 되는 돈. 여자 분한테 부담 안 될까?“ 일석은 다시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 모두 오 총사 결정 따르겠어요.” 미라는 말하며 여자 쪽으로 바라보았다. 여기 모인 일석과 강일 제외한 친구는 쟁쟁한 명문가 집안인데 부유하거나 권세 있다면 방종하거나 건방지기도 하지만 오 총사 친구는 모두 순박하고 학교생활 가정교육 제대로 된 사람들이다. “그럼. 회비는 언제까지 내면 될까요?” 영희가 묻자 “강일 졸업 전까지 5천 원씩 일석이 앞으로 모으고 거주문제도 알아봐야 되지 않을까?“ “거주문제는 강일씨 의견 물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오 총사 결의에 모두 흡족한 듯 미안의 웃음 띠었다. -9- “ 일어나게. 배고프니 명동 가서 식사하고 들어가세” “그러지 하지만. 오덕이 하숙집 전화 넣어 보게 강일한테서 무슨 연락이라도 있는지“ “참! 그렇구나. 전화하고 올 테니 조금 기다리게” 오덕이가 전화 걸기 위해 카운터로 가자 모두 서로 확인 하며 행복한 눈짓 교환했다. 하지만, 미라는 종잡을 수 없는 갈등 속 자신과 싸워야 했고 부모님과 의견 충돌해야 하는 괴로운 나날 보내고 있다. 오덕은 전화 걸고 와서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된 거야. 소식 왔다던?” “그래, 조금 전에 도착해서 고모 댁 갔는데 내일 들린다 하네.” “오덕씨! 우리 고모 댁으로 가요. 집 알고 있잖아요.” 미라가 애원하는 모습으로 말하자. 미라를 보고 영희는 의미 있게 웃었다. “미라야! 보고 싶어도 하루 만 더 참고 식사부터 하자” 미라는 고개 끄덕이며 아쉬운 감정 삭히려 했으나 식욕도 나지 않고 머릿속 강일이 만 그려 넣었다. 똑~똑 주방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라 아씨 전화 왔어요.” 미라는 지난밤 한일관에서 못 먹는 술 몇 잔 먹고 나서 집에 돌아온 후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는데 “아니, 벌써 8시 되었네. 아주머니 누군데요?” -10- “영옥 아씨인데요.” “ 아주머니 제 방으로 돌려줘요.” “그러죠” 미라는 아직 머리가 개운치 않았다. 오늘은 이래서 안 되는데 하며 전화받았다. “영옥이니?” “그래 요것아 무슨 잠 그렇게 많이 자니 빨리 강일씨 한 테 가 봐야지. 여기 종로인데 빨리 나와“ “ 알았어. 잠시 기다려” 미라는 전화 끊고 몸단장 대충하면서 허둥지둥 나서는데 어머니께서 찾으신다. “ 또 어디 가려고 아침밥 굶고 야단법석이냐?” “엄마. 영옥이 하고 볼일 있어요. 잠시 나갔다 올게요.” 미라는 어머니 말씀 듣는 둥 마는 둥 뛰어나와 택시 타고 종로 화신 옆으로 나가니 영옥은 기다리고 있었다. “영옥아! 빨리 타” 영옥이가 옆에 앉으니 택시는 곧 출발했다. “아저씨 위생병원으로 가요” “너 참 이상하다. 어제저녁엔 곧장 강일씨 한 테 가자 하더니” “미안하다, 나도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겠다.” “원 계집 애도 한국 제일재벌 오현그룹 3남 변종인씨와 혼담 때문에.“ 미라 집에서 일방적으로 오현 그룹과 혼사 성사시키려 한다. 변종인씨는 S대 나와 하버드 대학원 졸업했고 장, 차남 물리치고 후계자 물망에 올라있다. 그렇지만. 미라는 전혀 관심 없고 강일한테 매달리고 싶었다. “ 미국에서 귀국하는가 봐.” “너의 아버지께서 오현그룹 신세 많이 진다면서?” “사업은 사업이고 결혼은 결혼이야. 내 인생 사업과 연관시켜 마음 없는 결혼 할 수 없어“ 미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11- “그렇지만. 부모님께서 강력하시잖아” “그래도 난, 어떤 일 있어도 그 사람에게 시집 안가.” 미라는 또 우울했다. 강일씨 만난 지 벌써 6년 된다. 물론 현태 오빠 때문에 만났지만 여고 2학년 때 처음 보는 순간부터 한마디로 반해 버렸다. 키가 176 이목구비 반듯한 매우 잘 생긴 미남이고 누가 보더라도 반했을 것이다. 다만, 가정적으로 불우했지만 명랑하고 양반티 나는 행동으로 수재 형인데다 어디 한 곳 나무랄 때 없으니. “미라야!” “.............” “너무 걱정마라 우리 모두 네 편 되어 줄게. 오빠는?” “오빠는 내 편이고 적극적 후원하지만. 부모님께서.” “현재로선 강일씨가 몸도 아프고 사회활동하자면 수년 걸릴지 모르지만 강일씨 만한 사람 드물 거야.“ 두 사람 대화 속에 벌써 위생병원 앞에 택시는 멈추었다. 미라와 영옥은 오덕이가 그려준 도면 보면서 산 중턱 돌아 올랐다. 슬레이트집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 안 동네 아이들은 눈싸움하고 썰매도 타고 있었는데 달동네 아이들 노는 모습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미라야! 저기 붉은 벽돌집 있다. 저 집인가 봐” 영옥은 신나게 노는 아이에게 다가서 물었다. “애들아! 너 이 집에 살고 있니?” -12- “ 네. 누굴 찾으세요?” “ 혹시 안동서 오신 아저씨 계시니?” “ 외사촌 형 말이죠? 지금 없어요. 방금 나갔어요.” 이때, 방문 열리며 50대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어디서 왔는가요? 강일이 고모 되는 사람인데” “안녕하세요. 가회동 사는 미라라고 해요. 옆에 친구는 영옥이라고 합니다“ “우리 강일이는 어떻게 알고?” 고모 되시는 분은 의아한 표정으로 위아래 훑어보신다. “저의 오빠 친군데요. 오빠 부탁받고 왔어요.” “그래요. 밖이 추우니 누추하지만 방으로 들어가요.” “괜찮아요. 강일씨는 지금 어디 갔어요?” “적십자 병원 갔는데 곧 올 텐데 들어와서 기다려요.” “아네요. 저희도 병원에 가보죠” "아가씨 고맙구먼. 지금 병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요.“ “네. 그럼 아주머니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뵙게요.” “길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가요 다음 또 와요” 미라와 영옥은 적십자 병원 가고자 빠른 걸음으로 언덕길 내려올 무렵 강일은 병원 도착 후 접수 마치고 의자에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런저런 생각 했다. X-ray 결과 나쁘다면. 몸조리 제대로 못했고 보건소 약 외 15개월 동안 아무런 처방 조치도 없었다. 고생만 하신 어머니 고마운 오 총사 친구들 그리고 미라. 온갖 상념에 쌓여 고개 숙이고 있는데. 찾는 목소리 들렸다. “강일 씨!” “아니, 미라. 영옥 씨도.” “고향에서 잘 지내다 왔어요. 어머니께서도 안녕하시고?” “덕분에,. 그런데 여기 내가온 걸 어떻게 알고?” -13- “어제 오 총사 임시모임 있었는데 오덕씨가 하숙집에 전화 “강일씨 들어오세요.” 간호사가 불렀다. 강일은 X-Ray 찍고 병원 문 나서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판. 검사는 고달픈 직업이지만 여대생 모두 신랑감으로 최고의 직업인데“ “글쎄 결혼해서 살아 봐야 알지.”영옥은 시계 쳐다보며 “미라야. 빨리 먹고 일어서자. 2시에 아버지가 오신다 하셨어.” “시장님께서 오신다고?” “응 내무부에서 회의 있으신 모양이야”
낙지 골목을 빠져나온 세 사람은 영옥과 15일 가베에서 만나기로 하고 강일 미라는 광교 쪽으로 걸었다. “강일 씨! 춥지 않아요?” “괜찮아“ “우리 팔당 별장으로 가요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어요.” 미라는 강일을 쳐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 15일 만나면 되잖아” “싫어요. 같이 있고 싶어요.” 미라는 떼쓰며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떠밀려 올라탄 강일은 택시가 시내를 벗어나 팔당에 도착 한 것은 오후 3시가 넘었다. 별장에 도착하니 관리인 할아범은 의아한 듯하면서도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씨! 추운 날씨에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지요. 연락이라도” “할아범. 저희 쉬어 갈까 하는데 난로 빨리 부탁해요.” “알았어요. 곧 피우겠습니다. 들어가세요.”허둥대며 사라진다.
잠시 후 이글거리는 난로를 준비해온 할아범에게 미라는 “부탁 있어요. 아랫집 토종닭 한 마리 구해다 푹 삶아 주시고 저녁식사 준비해줘요“ “염려 맙쇼. 아씨! 곧 준비 해 올리겠습니다.” 할아범이 밖으로 나가고 두 사람은 계속 침묵을 지키며 앉아 있노라니 추위에 얼었던 몸 풀리기 시작했다. 강일은 전신이 노곤해지면서 스르르 눈이 감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 떴을 때는 밖은 어두컴컴하고 시계는 벌써 7시 넘어서고 있었다. “ 내가 잠들었나 보네. 깨우지 그랬어.” “너무 피곤해 보여서 그대로 뒀어요. 전, 강일씨 옆에 있기만 해도 행복해요“ “미라!...” 강일은 말을 잇지 못하고 미라만 쳐다보았다. 침묵으로 또, 얼마간 그대로 시간 흘렀을 때 아주머니가 저녁준비 해서 들어오셨는데 푸짐한 음식상이었다. -15- “갑자기 찾아와서 아주머니 귀찮게 했군요.” “식사가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먹음직스럽네요. 잘 먹겠습니다.” “많이 드시고 놀다. 가세요.” 하시며 아주머니는 밖으로 나갔다. 미라는 강일이가 통닭 먹을 수 있도록 잘게 찢어 놓으며 “어서 먹어 봐요. 닭도 맛있게 삶겼어요.” “그래. 미라도 같이 먹자!” 미라는 강일을 알게 된 후부터 누구에게도 마음 주지 않았고 대학생활에서 흔한 미팅도 삼갔다. 물론 강일도 마찬가지. 가정형편상 그럴 여유도 없었지만 어렵게 공부하느라 피, 눈물 나는 노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병마와 싸우느라 아무것도 이룬 것 없으니. 강일과 미라는 오누이처럼 지내 왔는데 어느새 미묘한 관계로 미라는 생각하고 있었으니. 요즘과 같은 물질 만능시대 권세도 없고 가진 것 없으니 미라와 인연은 용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 총사 친구들은 참다운 인간의 삶 살아가려 노력하며 약점을 이해하고 한마디로 천사표라 할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이성 간. 사랑은 보수적이며 아기자기한 대화나 사랑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흠이라고 할까. “미라야. 빨리 먹어 무슨 생각을 해” “.............” “난, 많이 먹었어. 미라나 빨리 먹어” “낙지볶음 많이 먹어서 먹고 싶은 맘 없어요.” 미라는 밥상을 뒤로 물리고 강일 옆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 가만히 어깨 기대며 눈 감는다. 강일은 미라의 손을 꽉 잡았다. 강일의 손은 조금씩 떨린다. 남들처럼 흔한 키스도 못한 체 마음과 마음으로 하나일 뿐. “미라야. 이제 올라가자.” “아니, 조금만 더...” 미라는 얼굴을 강일 품에 묻는다. “오늘 미라와 같이 있으니 마음이 푸근하고 좋은데” “저도요. 강일 씨 옆에 있으니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미라! 미라!” 강일은 미라 안으며 볼과 볼 맞대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내가 왜? 이럴까. 이래선 안 되는데 하면서. 사랑은 정말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보다 생각하는데 미라의 입술이 강일에게 다가왔다. 강일은 갈등의 지점에서 감정을 억제하느라 수초 경과 되었다. “안돼. 미라야!” -16- “괜찮아요. 강일 씨! 난, 홀가분 해지고 싶어요. 고통도 같이 나누며” “미라는 바보야. 바보” 강일은 미라를 뿌리치고 창가로 갔다. 미라는 흐느끼며 어깨 들썩하고 강일이 눈에도 잔잔한 이슬 맺혔다. 아직 한 번도 선생님의 가르침 벗어나지 않고 살았는데 왜? 이렇게 혹독한 삶 병마와 싸워야 하는지 강일은 머리가 뻐근했다. 미라는 아직 흐느끼고 있었다. 강일은 미라에게 다가가 어깨 위 살며시 손 얹었다. “이해해줘. 미라야”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이상한 여자로 보이지 않으세요.” 하며 고개 들어 강일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굴에 눈물 범벅된 체 “아니야. 젊음의 감정 정상이야. 나 자신 아직 제자리 아니잖아” “알아요. 그러나 조건하고 아무런 관계없다 생각해요.” “여자라고는 미라밖에 몰라. 나도 인간인 이상 미라 갖고 싶었어. 그러나 가진 것도 없고 사회기반도 없고 더구나 환자야“ “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몸 회복되면 누구보다 앞서 나갈 수 있고 무엇보다 확실한 우리 마음 중요한 것 같아요“ “나도 미라 놓치고 싶지 않지만 욕심일 뿐 현실을 생각해 보면 부모님 반대도 있고 무리수인 것 같아.“ "그럼, 내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도 좋아요?“ “.............” 강일은 답답했다. 이 마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이 순간 벗어나 모든 걸 다시 생각하며 정리하고 싶었다. 시계는 벌써 밤 9시 알리며 뻐꾸기는 아홉 번 울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밤 세운다면 어떤 문제 생길지 모르고... “이제 서울로 돌아가자. 부모님께서 걱정하시겠다.” “나는 가고 싶지 않아요. 가려면 강일 씨 혼자 가세요.” 미라는 소파 위 몸을 던져 벌렁 누웠다. “이런 억지 어디 있어. 오늘 말고 언제든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데” “아무도 두렵지 않아요. 앞으로 내 주관대로 살며 강일 씨 옆에 항상 함께하며 간호할 거예요.“ 강일 입장은 난감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무언의 시간 얼마간 흐른 후 생각 끝에 민감한 사항은 일단 후퇴해 달래어 보고 싶었다. “그만 돌아가자 일석이가 하숙집에 기다리고 있어 우린 내일 만나 다시 이야기하자“ “싫어 안 가” 미라는 쳐다보지 않고 돌아누웠다. “제발 이해해줘 내 마음 더 아프단 말이야. 너에게 향한 마음 추호도 변함없어 약속할게. 내일 만나 열쇠 풀어보자“ “믿어도 돼요. 그 말” 하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응” -17- 미라의 마음도 조금 가라앉은 듯하며 외투를 입고 일어섰다. 밖에 나오니 매서운 추위였다. 관리인 할아범은 차도까지 안내하며 택시를 잡아 주었다 택시 안은 히터 틀어놓아 훈훈하고 아늑했다. 미라는 강일에게 머리를 기댔다. 오늘따라 왜 대담해 졌는지 알 수 없지만 눈감고 아무 말 없이 오늘 하루를 더듬어 갔다. “여기 청량리인데 어디로 모실 갑쇼.” 운전기사가 말했을 때 둘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선 가회동으로 가 주세요.” 강일이가 말하자 “아니에요. 성북동으로 가요.” 미라가 고쳐 말했다. “왜 그래 밤이 늦었는데” “나도 일석 씨 하숙집 들렀다. 가고 싶어요.” “오늘따라 고집을 피우고 그래” 더는 미라와 실랑이하고 싶지 않아 입 다물었다. 하숙집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누르니 반가운 하숙집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강일이” “아니 왜 이제 와요.” 하면서 문을 열어 주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덕분에 잘 지냈어요. 미라 아가씨도 같이 왔군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방에서 목소리 알아듣고 일석이가 문 열고 쫓아 나왔다 “문 둥 아! 이제 오니 두 사람 다” 하며 손을 잡고 흔든다. “잘 있었니?” “나야 잘 지냈지만 건강은 어떠냐?” “아직 몰라 내일 병원에 가봐야지 하루 이틀 나을 병 아니고 좋아지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하숙집 아줌마는 생강차 끓여 오겠다며 부엌으로 가고 강일은 방으로 들어가 안을 둘러보았다. 언제 보아도 잘 정돈된 방안 마음이 평온해졌다. “아직 권 판사 안 왔어?” “그 친구는 언제나 늦어 새벽에도 오고 밤새우기도 하고.” 방문 스르르 열리며 아줌마는 따뜻한 생강차를 준비해 오셨다. “식기 전에 어서 들어요.” “네 고맙습니다. 잘 먹겠어요‘ “오늘 두 분 어디 갔다 오셨어요. 즐거운 데이트라도 했나요.” “네. 바람 쐴 겸 팔당 별장에 갔다 왔어요.” “세월 좋다” 하며 일석은 의미 있는 웃음을 보낸다. 세 사람은 그동안 지나온 이야기 주고받는 동안 어느새 통금이 가까워지고 미라는 일어섰다.
-18- “일석 씨! 이제 가봐야겠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나.” 일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강일이가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것을 만류하고 내일 만날 것을 약속하며 밖을 나오니 매서운 추위는 더 강했다 강일은 미라가 돌아가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방으로 들어와 아랫목 발 넣으니 뜨끈뜨끈했다. “오늘 미라와 재미있었는가?” 일석은 물었다. “이 사람아! 내 처지에 재미가 무언가. 마음만 아프지.” “마음이 왜 아파. 걱정하지 말게. 다 잘될 걸세.” 강일은 누운 지 얼마 안 되어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일석은 곤히 잠든 강일 모습 보며 가슴이 아파져 왔다. 아까운 사람인데 가난으로 못 먹어 병 얻고 미라와 관계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인데. 애처로운 생각 하며 좁은 책상에서 설계도면 마무리하고 잠들려고 할 때 권 판사가 들어왔다. “늦었구나. 오늘도”“ “응. 이 친구 언제 왔니?” “한 시간 전에. 미라와 같이 팔당 별장에 갔다 온 모양인데 몹시 피곤한가 봐.“ “그러면 깨우지 않는 것이 좋겠는데. 그만 잠이나 자세.” 셋이 한방에 자는 것도 정말 오랜만 아닌가. 중, 고등 6년 자취하며 지내던 옛 기억 되살아 오덕은 뒤척이다 새벽 두 시 넘어서 겨우 잠이 들었다. 이튿날 강일이 적십자병원 도착하니 오전 11시 미라는 한 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어이 나왔구나.”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난, 강일 씨 보고 싶어 한잠도 못 잤어요.” “어쩌나! 이 일을. 일단 들어갔다 올게.” 강일은 복도로 사라졌다. 강일이가 진찰실 문 열었을 때 이미 의사 선생님은 X-ray 필름을 보고 계셨다. “ 어서 와요. 그러잖아도 필름보고 있었는데 3개월 전보다 조금도 회복되지 않았어요. 이대로 있으면 곤란한 문제 생깁니다. 입원해서 진료받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일 년만 진료 잘하고 영양 보충하면 완쾌 될 건데.“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 가서 생각 해 보겠습니다.” “그럼 오늘 주사 맞고 가요. 속히 결정 내려야 합니다.” “네” 하고 진찰실을 나왔으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뾰족한 수 없지 않은가. 돈 나올 구멍 없고 계속 여러 사람 신세를 지고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미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일에게 물었다. “결과는 어때요? 안색이 더 안 좋은데” -19- “아니야. 주사 맞고 나올게. 조금만 기다려.” 강일이 주사실로 가고 나서 미라는 의사선생님을 찾아갔다. 직접 선생님께 물어보고 싶었다. “선생님! 강일 환자 보호자 되는데 결과가 어떠합니까?” “그래요. 직접 물어보지 그랬어요.” “얼굴색은 안 좋고 괜찮다고만 하니까.” 하고 얼버무리니 의사선생님은 강일에게 말한 그대로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 입원한다면 진료비 등 모두 얼마 필요합니까?” “여기 입원해도 되지만 좀 더 시설 좋은 국립마산결핵요양소 가면 돈 적게 들지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약 3만 원 들어요.“ “잘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미라는 진찰실을 나와 강일이 나올 때까지 벤치에서 기다렸다. “미라야! 이제 나가자. 오래 기다렸지?” 표정을 보아 진찰결과를 계속 숨기려 하는 것 같아 미라도 모르는 척하고 오총사 친구와 상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보신탕 먹으러 가요 몸에 좋다면서요.” “미라도 먹을 줄 알아?” “강일 씨가 먹는다면 나도 먹을 수 있어요.” “지금은 안돼. 점심시간에 현태와 약속 있어” “그럼 더 잘 되었네요. 오빠한테 보신탕집 오라 전화할게요.” 하며 미라는 쏜살같이 공중전화 칸으로 뛰어갔다. 강일은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전화 칸 안 미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도 언젠가 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날 오겠지. 건강한 모습 누구에게나 보여 주고 싶었다. “현태 오빠 30분 뒤 보신탕집으로 온다고 가 있으라고 하네요.” “그럼 우리가 먼저 가 기다리지 뭐.” 경동시장에는 골목마다 인산으로 붐비고 철 아닌 보신탕집 복작 들끓어 잠시 밖에 섰다. 겨우 구석진 자리 잡고 우선 수육 2인분 시켰다. 그리고 모인 사람들 얼굴 둘러보니 모두 개기름 주룩주룩 흐르는 것 같았다. 이때, 사고의 적막 깨지고 출입문 열고 현태가 들어온다. “여~ 강일이!” 소리 지르며 손을 흔든다. “시간도 없는데 내가 시간 뺏어 미안하네” “이 사람아! 무슨 자네가 보자면 만사 제쳐놓고 나와야지” “우선 좀 먹고 이야기하세. 배고프다.” “많이 먹게. 자네는 특히 많이 먹어야 해” “알았네.” 하고 갈비 한대 강일은 입에 물었다. 외국사람들은 개고기 먹는 것을 비신사적이라 하지만 우리는 예부터 최고의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 특히 결핵환자에겐 필수 보양으로. - 20- “오늘 병원에 진찰결과는?” 현태가 물었다. 2월 15일 오후 6시 명동거리는 오늘도 변함없이 인산인해였다. -21- “나에겐 강일 씨 옆에만 있어도 행복해요.” “두 사람 문제는 조용한 시간에 충분히 생각하고 인천 왔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놀다 가자꾸나.“현태가 말했다. “실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김 기사가 말하자. “부두 쪽 횟집으로 가주게.” “알았습니다. 실장님!” 강일과 미라는 말없이 인천야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추운 날씨 바람까지 불어서인지 북적거리든 횟집골목은 조용했다. 횟집마다 서너 사람 모여 소주 한잔 나누고 있을 뿐. ‘자주 가든 집으로 가세“권 판사는 앞장서 서산횟집으로 갔다. “어서 오세요. 판사님! 오랜만이네요” 주인은 반갑게 맞이했다. “잘 계셨어요. 따뜻한 방 있어요.” “네. 뒷방으로 가요. 날씨가 추워 불 많이 넣었는데." 주인장은 방으로 안내하고 나서 광어 우럭 멍게 낙지 등 주문을 받고 총총 사라졌다. “우리는 자주 만날 기회 있었는데 강일이 만난 것은 한 달 되었네. 오늘은 할 이야기도 많을 것 같고“ 일석은 먼저 입 열었다. “먼저 상의할 것은 강일이 문제인데 자넨 아무래도 입원해야 회복 빠를 것 같네. 모든 경비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렇게 하게.“ “아닐세. 자네들 뜻은 고맙지만 졸업식 마치고 뒷날 고향으로 내려가 맑은 공기 마시며 정양하겠네.“ “쓸데없는 소리. 자네 뜻도 좋지만 이미 결정한 친구들 생각도 좀 하게. 나도 얼마 안 있어 국외로 나갈지 모르고 자네 입원 문제는 미라 씨가 책임지고 매듭지어요.“ “네. 일석 씨!” 미라는 강일 쳐다보며 말했다. 오총사 중 오덕과 강호는 약혼한 상태이고 현태도 결혼 서둘라 는 압력받고 있으니 모두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현재 강일은 미라 부모님 반대로 의견 충돌되고 있으니 이 문제는 친구들이 관여할 수도 없고 본인들이 해결할 문제 아닌가. “다음 문제인데 우리 친구들은 결혼식 같은 날 같이 하자고 했는데 지금 와서 자네 빼고 우리만 할 수 없지 않은가.“ “그건 안돼. 지금 내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 “좋아. 네 사람이 모여 충분히 검토해 보겠네.” 강일은 오늘따라 마음 한구석 구멍이 더 크게 뚫어진 것 같고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이때. 문이 열리며 싱싱한 생선회가 상 가득히 들어왔다. “야~정말 오랜만에 회 맛보겠네. 직장에 매달리다 보니 올 기회가 있어야지 정말 인천 잘 왔다.“ 모두 정신없이 상추에 회 얹어 마늘 초장에 맛있게 먹고 있었다. “강일이 자네 많이 먹게. 생선회가 좋다네.” “이렇게 정신없이 먹고 있지 않은가. 자네들도 많이 먹게.” 듣기로는 한국과 일본이 생선회를 많이 먹는다고 했다. 모인 모든 친구들 모두 생선회라면 무척 좋아한다. -22- “적으면 더 시키지. 여자분들 잘 안 먹네.” “열심히 먹고 있어요.” 정선영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참! 선영 씨는 대단하던 데요. 매스컴에도 연일 보도 되고 일정 많이 바쁘지요?“ “덕분에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지만 결혼하면 가수생활도 그만해야 된다니 너무 아쉬워요.“ “그만두다니요?” “강호 씨가 적극적으로 반대해요.” “강호! 자넨 이상하네. 여자들도 직업 갖고 활동하면 얼마나 좋은가 더구나 선영 씨가 좋아하는데.“ “여자는 가정을 돌봐야지 지방공연 국외나들이 야간공연 나가면 나는 무슨 재미로 사는가.“ “욕심 많은 사람이네 자네는. 하~하” 강일은 오랜만에 웃었다. “자. 강일의 건강과 친구들 무궁한 발전과 화목을 위해서 한잔.” 강호가 분위기를 바꾸고자 술 한잔 씩 돌렸다. “그럼 나도 한잔해야 하겠다.” 강일은 잔을 내밀었다. “안 돼요.” 미라는 놀라며 콜라 반 컵 따랐다. 오가는 대화 속 시간은 벌써 밤 10시가 넘어섰다. “이제 일어나세. 통행금지 다가오니 빨리 가야지.” 인천을 떠나 서울로 돌아오니 밤 11시 30분 친구들과 작별하고 오덕과 강일은 하숙집으로 갔다. 자신의 병으로 보아 격리되어야 하나 친구들은 내색 없이 언제나 똑같은 마음과 자세 오히려 더 많은 정을 보냈다. 인천을 갔다 온 후 강일은 책과 씨름하며 밖을 나가지 않았고 매일 미라가 와서 영양가 있는 음식 챙겨 주고 같이 공부했다. 이제 내일이면 졸업식이고 정들었든 학교 떠나 자신의 길 가야 하며 스스로 싸워 이여야 한다. 강일은 자신 처지를 읊어보았다. 화병에 한 송이의 꽃 -23- 드디어 졸업식. 강일은 서둘러 졸업식장으로 들어서니 모두 짝을 지어 웅성웅성 꽃을 가슴에 안고. 사회진출의 호기심과 배움의 형설의 공 쌓고 떠나는 아쉬움 교차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S대 졸업식은 정각 10시 시작되었다. 졸업생은 질서 있게 자기 위치에 섰고 졸업생과 친지 학부모 연인들 모두 수만 명이나 되는 것 같았다. 강일은 눈시울이 뜨거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역경 속 과수석 찾지 한 것이다. 졸업식 끝나고 모두 가족과 어울려 기념사진 찍고 전경도 담았다. “강일이 여길 세.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총사 전원이 꽃다발 들고 모여 있었고 그 옆에 어머니와 고모님도 와 계셨다. 강일은 뛰어갔다. “졸업 축하한다.” 꽃다발 목에 걸어주고 안겨주며 얼싸 안았다. “정말 고맙네.”하고 물러나 강일은 울먹이며 어머니 품에 안겼다. “어머니! 그간 못난 자식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직도 제 손으로 모실 수 없는 불효자식 용서하십시오.“ “강일아! 넌, 누구보다 훌륭한 내 자식이다. 오히려 어미가 못나서 고생 많이 시켰구나.“하시며 아들 잡고 하염없이 눈물 흘렸다. 같이 옆에 있든 고모님도 손수건 적시고 친구들도 고개 숙였다. 강일은 어머니 품을 빠져나와 친구들 손잡고 힘차게 흔들었다 고마운 마음 전하면서. “이제 그만. 파티가 마련되어 있으니 거기 가서 이야기하고 기념사진이나 찍자.“ “그게 좋겠어요.” 분위기 돌려 보려고 영희가 말했다. 모두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분주히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강일은 또, 마음속으로 학교의 고마움 전했다. 정든 배움터여! 잘 있어라. 나는 이 배움터에서 쌓은 형설의 공 꼭 사회에 환원하리라 생각하며 일행과 함께 정문으로 나오는데 정문 앞에 서 있는 영애와 귀자를 보고 놀랐다. “아니, 동생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언니와 오빠 졸업 축하하러 왔어요.” “고맙긴 해도 시간이 없을 터인데 나 때문에.” “오빠! 왜? 한 번도 전화 안 했어요. 정말 서운 했어요.” “ 미안해요. 여러 가지로 바빠서.” 강일은 얼버무렸다. “그런 줄 모르고 언니와 눈 빠지게 기다렸지 뭐예요.” 오총사 앞에 나타난 두 아가씨보고 모두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강일 씨! 아가씨는 누구예요.” 미라가 물었다. “응. 이번 상경 때 같이 올라왔는데 정말 훌륭한 동생이야.” -24- “그렇군요. 반가워요.” 서로 인사 나누었지만 미라는 영애와 귀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순진한 모습과 빼어난 용모에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점심 먹으려 가는데 같이 갑시다.” 현태가 말하자 “아니에요. 회사에 들어 가 봐야 돼요.” “이렇게 보내면 섭섭하고 도리가 아닌데.” 강일은 영애를 보았다 “괜찮아요. 다음에 사 줘요.” “강일 오빠! 진심으로 졸업 축하해요. 오빠의 빠른 쾌유를 빌고 만사형통하길 빌게요.“ “영애! 고마워 나도 동생한테 실망스런 모습 보이지 않을 것을 약속할게요.“ 강일을 쳐다보는 미라의 눈은 수정같이 맑고 밝게 빛났다. “오빠! 언제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귀자가 물었다. “모레쯤 고향으로 내려가니까 확실한 약속은...” “그럼 언제 또 상경 하나요?” “그것도 아직...” 강일은 두 동생을 번갈아 보면서 얼버무렸다. “오빠! 그럼 연락처라도 적어줘요.”귀자가 다가서며 말하자 강일은 할 수 없다는 듯 고향주소를 건네주었다. “영애 언니 그만 들어가자 늦을라.” “그래” 영애는 다시 강일을 쳐다본다. “오빠! 졸업 축하파티 재미있게 보내요. 저희는 갈게요.” 영애와 귀자는 계속 손 흔들며 걸어간다. 아쉬움이 남는 표정으로 “극적 상봉도 끝났으니 갑시다.”어색한 분위기를 일석이가 돌렸다. 강일은 알았다는 듯 앞만 보고 묵묵히 걸어간다. “명동 한일관 가서 점심 먹고 잠시 남산공원에 가서 놀다가 저녁엔 회전무대가 있는 올림피아로 갑시다.“ “하필이면 올림피아.” 선영은 묻자 “최고 인기가수 선영 씨 출연하니까” “짓궂게 왜 그래요. 일석 씨!” 선영은 일석을 보고 눈을 흘긴다. 오총사 일행은 한일관에 식사하면서 많은 이야기 나누다 보니 벌써 오후 5시 되었다. 남산으로 가려던 것을 취소하고 출연관계로 먼저 선영 씨를 보내고 가베 커피숍으로 들어가 잡담을 나누다가 괘종시계 7시 알리는 소리에 오총사는 모두 일어섰다.. “자. 이제 일어나 올림피아로 갑시다.” “어머니는 고모님하고 먼저 들어가세요.” 강일이가 말하며 버스 승강장으로 안내했다. 친구 모두 같이 모셨으면 하는 간곡한 마음 있었지만 뿌리치고 두 분은 버스에 올랐다. “몸 생각해서라도 술 먹지 말고 일찍 들어오느라.” “네 염려 마세요.” 버스 떠나고 올림피아로 들어서니 발 디딜 틈 없이 만원 이었고 인기가수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숙생. 인생은 나그넷길 인가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진정 모를까. 노래를 들으며 예약된 자리로 안내받았다. -25-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무대가 잘 보입니다.”웨이터가 선심을 쓰듯 웃으며 자리 안내했다. “양주하고 안주 푸짐하게 갖다주게.” “네 감사합니다.” 빈틈없이 좌석 꽉 차 있었고 담배 연기도 자욱했다. “다음은 인기가수로서 톱 텐에 3주 걸쳐 1위 차지한 너를 잊을 수야 정선영가수를 소개 합니다.“ 사회자가 소개하자 선영은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모두가 기립하며 함성과 휘파람소리 대단한 인기였다. 세련된 몸매 지성미 넘치는 학사가수 정말 아름다웠다. 선영은 관중을 보고 인사 올리자 또 한 번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반주는 조용히 흐르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관중을 사로잡았다. 언제나 청초하고 정결한 너 험한 길 걸을 때도 나를 인도하여 주었고 마음 아파하면 같이 울어 주었든 너 너 이기에 너를 잊을 수야 있겠니. 어두운 밤 등불 밝히듯 언제나 내 마음속 네가 있는데 잊을 수야 세상살이 고달프다 해도 네가 있기에 나는 웃고 외로운 집시처럼 내 마음 떠다닐 때 따뜻한 가슴으로 감싸주던 너 네가 있는데 너를 잊을 수야. 선영의 노래가 끝나자 앙코르 하며 술잔 높이 들고 소리 질렀다.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 저를 아껴 주신 데 대한 보답으로 이번에 나온 신곡 완행열차에서 만난 사람을 불러 드리겠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삼등칸 완행열차 안 우연히 스친 인연 고귀하였네. 인정 어린 대화 속. 사랑이 싹트고 나 몰래 내 마음 건네주었네. 훔쳐본 그대 마음 내 가슴에 닿고 내 마음 그대에게 닿을 때 잊히지 않을 그 사람 행여나 놓칠세라 손 꽉 잡고 종착역 왔지만 몰랐네. 몰래 서로 주고받은 마음을. 선영이 노래 끝났지만 감미롭고 무언가 끈적끈적한 여운이 남았다. -26-
모두 박수 아끼지 않았고 휘파람 불며 요란스러웠지만 선영은 다음 가수에게 마이크 넘기고 오총사 앞으로 왔다. “역시 선영 씨 인기는 최고입니다. 너무 감미롭고.” “현태 씨 또 이러신다.” “아닙니다. 강호는 장가 잘 가는 것 같아. 매일 꾀꼬리 같은 아름다운 노래도 듣고“ “맞아. 자넨 복 터졌어.” 일석은 맞장구 쳤다. “여보게 이제 그만하고 술 한잔하세.” 모두 양주 한 모금 마시며 분위기에 젖어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르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밖을 나오니 밤 11시 “오늘 저녁에는 친구 덕분에 즐거웠네.” “다행이네. 강일이. 자네 어디로 갈 건가?” “아무래도 어머니 계신 고모님 댁으로 가야지.” “그럼 내가 태워다 줌세.” 현태가 말했다. “아니야 아직 버스도 있으니 그냥 들어가게.” “아무 말 말고 어서 타게.” 현태는 차 안으로 강일 밀어 넣었다. 미라도 강일 옆에 올라탔다. 그리고 친구와 작별 인사하고 승용차는 바로 3.1 고가도로 위로 올라 달렸다. 미라는 취기가 있는 듯 숨 가쁘게 몰아쉬며 강일에게 말했다. “오늘 아가씨 예쁘던데요?” “영애 말인가?” “강일 씨는 좋겠네요. 예쁜 아가씨도 만나고.” “그게 무슨 소리야. 미라!” “아니에요. 아무것도.” 미라는 눈을 감았다. 강일과 미라도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그런 가운데 벌써 차는 위생병원 앞에 멈추었다. 강일은 미라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고 차에서 내렸다. “미라! 내일 만나자.”강일 말에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태와 미라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고모님 댁으로 들어가니 어머니는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고 계셨다. “피곤해 보이는구나. 어서 자거라.” “네. 어머니도 주무세요.”
강일은 아침 7시가 넘어 일어나 바쁘게 서두르며 미라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다 분신처럼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백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E대 졸업식도 정각 10시에 진행되었다. 여대라서 그런지 온화한 분위기에 향기로운 냄새도 가득했다. 오늘도 빠짐없이 오총사는 다 모였다. -27- “강일 씨!” 하며 미라는 식을 마치자 달려와서 와락 안겼다. 마지막 사각모자를 쓴 미라의 모습 천사와 같았다. “미라! 축하해.” 강일은 미라의 손 잡고 흔들었다. 이제 학교를 떠나는 마음 섭섭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홀가분하기도 했다. 이젠 강일 옆에 항상 함께 있을 것 같아서. “미라! 받아줘 졸업선물이야. 대단하지는 않지만.” “고마워요. 지금 풀어 봐도 돼요?” 미라는 강일의 눈을 본다. “아니, 집에 가서 풀어 봐.” “그림 정말 좋다.” 하며 친구들은 꽃다발과 선물 미라한테 안겼다. 오총사는 졸업식장을 빠져나와 어제 분위기와 달리 모두 현태 별장으로 향했다. 2~3일 전부터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일은 내일 서울을 떠나야 한다. 우정어린 친구의 뜻도 잘 알고 임시모임에서 자기를 위한 결정사항도 알지만 나 자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진정한 우정의 의미라 강일은 생각했다. 이제까지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준 것은 없다. 물질로 모든 것 평가할 수 없어도 이젠 혼자 힘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다가오는 사법고시 일단 응시할 생각으로 공부 열심 해야 한다. “자넨, 정말 내일 고향 갈 건가?” 오덕은 물었다. 강일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팔당호를 바라다보았다. “우린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한 가족일세. 서로 모자라는 것 다독거리며 사람답게 살자는 말일세. 친구모임에서 결정된 사항은 받아주고 되도록 서울에서 치료받고 자네가 필요한 책도 구입하기 쉬울 테고.“ 현태가 말했다. “고맙네만 3개월 정도 고향 있으면서 진료 잘 받겠네. 그리고 시험도 볼 겸 상경하겠네.“ “자네 고집 누가 말릴까. 할 수 없지 진찰 잘 받고 영양관리 잘하게 단, 자주 연락되어야 하네.“ 일석은 명령 같은 말을 했다. 오총사가 별장에 도착했을 때 해는 서산에 기울고 계곡에는 아직 많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강태공은 얼음 깨고 모닥불 피운 체 낚시하느라 옹기종기 모여 장대를 올렸다 내렸다 한다. “모두 안으로 들어가세” 현태가 문을 열자 “야~!” 앞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모두 탄성 질렀다. 서울에서도 구경 못하는 진기한 음식 엄청나게 많은 양이고 냄새는 별장 안 가득 메웠다. 일류 요리사 2명 특별 초청해서 신경 썼으니 얼마나 푸짐하겠는가. “현태! 고맙지만 너무 많은 신경을 쓴 것 같네.”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니고 어머니께서 이 자리 만들어 주셨네. 오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잠시 다녀가시려고 했으나 미라 반대 때문에 생략하신 거라네.“ 미라 부모님께서는 오총사 친구에게 언제나 따뜻한 마음 보내 주셨고 세밀하게 신경 써 주셨는데 오늘도 좋은 음식 마련하시고 친구들은 두 분이 베풀어 주신 은혜 감사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28- “두 분께서 베풀어주신 뜻 고맙게 받아들이며 오늘 저녁 만찬과 함께 멋있는 밤 만들어 보세. 모두 술잔 높이 들게나.“ 오늘따라 강일도 술 한 잔 먹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껏 떠들고 취하고 싶었다. “강일 씨! 술 먹으면 안 되는데.” 미라는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괜찮아.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몇 년 만에 먹는데 어떨까.” 미라가 말렸지만 강일은 말없이 연거푸 두 잔을 마셨다. 오랜만에 먹는 술 취기가 도는 듯하면서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네.“ “괜찮은가?” 일석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걱정하지말게. 오늘 밤새도록 취하고 흥겹게 놀고 싶네.” 원래 강일은 술을 잘 못하는데 오늘 저녁 따라 계속 마신다. 정신이 초롱초롱하다가 또 혼미해 지고 가물가물거린다. “여러분! 지금부터 인생살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 한 곡.” 영희가 미라를 보며 말하자. 모두 박수를 친다. “그럼 오늘 주인공부터 시작합시다.” 미라는 조용히 일어서 강일 보며 그리움 노래를 불렀다. 밤새 고요히
어찌 다 알고 진 그대
이름이여!
곰곰이 생각 다
내 마음 전 하노니
낯설다 생각 말고
인간사 알고프니
사무친 마음
병들세라 울고지고.
그 마음 내게
전해 오자면 덧없이
수일 지날세라.
언젠가 남몰래
찾아온다면
고이 반가이 맞을세라.
미라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오늘 같은 좋은 자리 모두 기뻐 하지만
미라의 마음은 어두웠다.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데 오늘은 외톨이
된 것처럼 무언가 잊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강일은 주저하지 않고 일어섰지만 몸을 겨우 가누었다.
“친구여러분! 음치가수에게 노래 듣겠다니 정말 고맙네.”
강일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다듬어 언제 들어도 시원스런 한곡 불렀다.
달님도 웃어주는 이 밤
너 없었더라면
쓸쓸하여라.
달님아!
오늘 밤 너와 짝이 되어
무사히 넘겨 보자꾸나.
달님아!
산 너머 감추지 마라
나 혼자 너무 외롭다.
네 없이 나 혼자 긴긴밤
어찌 새울까
온 세상 너를 벗 삼아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무정하게 숨어버리지 마라.
강일은 노래 끝나자 소파 위 쓰러졌다. 몇 년 만에 먹은 술 몸을 가누지 못하고. “강일아! 정신 차려라.” 오덕은 흔들며 불러도 아무런 반응 없다. 미라는 급히 꿀물 마련해서 강일 입에 조금씩 떠 넣었다 얼마간 지나자 강일은 살며시 눈 뜨며 말문을 열었다. “미안해. 미라!” “괜찮아요.” 미라는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미~안 해”하며 다시 눈을 또 감았다. 오총사는 급히 강일을 따뜻한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미라 혼자 강일 옆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몇 시간 후 강일은 깨어나 방인지 응접실인지 분간할 수 없고 일어나서 또 비틀거렸다. “강일 씨! 왜 그래요. 자다 말고.” “미라구나. 여기 어디야?” “방인데 더 자요.” “목이 탄다. 물 좀 줘.” 미라는 방에 등을 켜고 주방으로 나가 약수 한 그릇 떠다 주었더니 단숨에 마시고는 고개를 흔든다. 벌써 벽시계는 4시가 넘어섰고 응접실도 조용했다. “미라! 친구들 다 어디 갔어?” “밤새 먹고 화투 치며 놀다가 조금 전에 방으로 들어갔어요.” “나 때문에 분위기가.” “그렇지 않아요. 강일 씨 걱정은 했지만 잘 놀더라고요. 좀 더 자요.” “이제 좀 살 것 같군 미라는 자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 “하룻밤 못잖다고 무슨 일 생기나요. 난, 강일 씨 잠자는 모습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평화로움보다 미련과 아쉬움이 많은 모습 그리고...“ 미라는 잠시 말을 끊었다. “..................” “나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는 기분도 들었어요. 이름을 부르며.” “미라 때문에 왜 내가 괴로워할까.” “그야 결혼문제 때문이겠죠.” 미라는 눈을 내렸다. “.....................” 강일도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런 문제도 있으니 “강일 씨가 나 때문에 괴로워하면 멀리서만 바라볼게요. 그 대신 어느 누구하고도 결혼 안 해요.“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미라! 우리 당분간 많은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내가 편하게 고향 내려갈 수 있도록 해줘.“ “죄송해요.” 미라는 울먹이며 강일 품에 안겼다. 강일은 미라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현재 환자의 몸이지만 한 핏줄과 다름 없는 다정다감한 친구가 옆에 있는데 결코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축복받은 사람이라 마음먹으니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강일은 미라의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 -30- 계속 -소담 문학 서재- 치시고 들어 오시면 계속 볼 수 있습니다.
했더니 강일씨가 도착해서 고모 집에 갔다고 하기에 알았어요.
약도 그려준 대로 고모님 댁에 들렀다가 오는 거예요.“
“그러잖아도 친구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말도 말아요. 미라가 어제저녁 강일씨 만나러 간다는 것을
겨우 말렸죠."하며 영옥은 의미 있게 두 사람 쳐다보았다.
“원, 애도 별소릴 다 하네.” 미라도 얼굴 붉히며 부끄러운
표정으로 강일을 쳐다본다.
“모두 강일씨 걱정 많이 해요” 영옥이 다시 입을 열자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야. 나도 20여 일간 무척 보고
싶었는데“강일이 두 눈에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강일은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며 진찰실로 들어갔다
“상의 올리고 앉아요.” 의사선생님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청진기로 가슴 이곳저곳 검사하더니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하면 빠를 것 같고 건강관리 잘해야
하는데 보건소 약으로는 치료가 늦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집안형편이 허락지 않아서요.”
“진단 결과는 어때요?” 미라가 걱정되듯 쳐다보며 물었다
“아직은 몰라 내일 X-Ray 결과를 봐야지.”
“그럼 내일 같이 병원 와요.“ 미라가 팔짱을 끼며 말하자
강일은 고개를 흔들며 혼자 오겠다고 하니 미라는 토라진다.
영옥은 두 사람 대화 들으면서 심통이 난 표정으로
“두 사람 너무 하네요. 옆에 사람 생각지도 않고”
“미안합니다. 영옥 씨!”
“영옥아 미안해 대신 내가 점심 살게 무교동 낙지볶음 어때?”
“ 싫다. 두 사람이 어디 가든 난, 집으로 갈란다.”
“너 삐쳤니?” 미라가 묻자
“아니야 모처럼 두 분 만났으니 쌓인 이야기도 많을 것 같고”
“아닙니다. 같이 갑시다.” 당기고 밀고 셋은 낚지 골목으로
들어서니 점심시간이라 손님은 꽉 차 있었다.
무교동 낙지 골목은 유명하다. 맵고 달콤하고 입안 개운한
그 맛에 소주 한잔 곁들여 인간사 논하며 항상 시끌벅적한 곳이다.
“미라야! 나는 여기 두 번째인데 오고 싶어도 혼자 오려니
그렇고 먹고 싶어도 참는 거지“
“권 판사하고 오면 되잖아.”
“말 말아 데이트 한번 제대로 못하고 따분한 신세란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퇴근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밤샘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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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지고 있다 하네.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래, 듣던 중 제일 반가운 소리구먼.”
미라는 알고 있다. 누구에게도 부담 주지 않으려는 강일 마음을.
“오늘은 미라와 즐겁게 지내게. 내일 친구들과 만나세.
난, 2시부터 중역회의가 있어. 미안하네.“
“그럼 우리같이 나가세”
셋은 밖으로 나와 현태는 회사로 가고 강일과 미라는 신설동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2월 중순 지났으니 동장군 물러가고 새싹 돋아나는
봄이 오겠지. 하지만. 금년엔 늦추위 계속되어 아직도 영화 1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명동 1번지는 곧 우리나라 1번지 아닌가.
오가는 사람들 모두 환한 얼굴인데 나 혼자 외로운 것 같았다.
강일은 가베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경음악이 흘렀다.
“강일이.” 강호가 소리치며 손짓했다.
“미안하네. 나만 늦었네그려.”
벌써 오총사 전원 다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강일은 돌아가며 악수하고 자리 잡았다.
“오늘 월례회는 분위기 있고 아늑한 곳에서 저녁식사 하며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어떤가?“
“좋은 생각일세. 강일이도 오랜만에 만났으니 인천 가서 바닷바람
쐬고 생선회 한번 먹어보세.“하고 강호가 말하자.
오총사 전원 찬성을 했다. 물론 강일을 위해서라는 것 염두에 두고
마음을 일치시킨 것이다.
커피 한잔 마신 후 나와 승용차에 분승하여 경인고속도로 위
시원스럽게 달렸다. 모처럼 가슴이 탁 트인 느낌을 강일은 받았다.
참, 고마운 친구들 진심으로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여보게. 강일이 자네 보기 면목없네. 자네가 고향 간 후. 미라 문제로
우리 집은 시끄러웠다네.“ 현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일석이 편지 받고 알았지만 많이 생각했다네. 자네도
알듯이 내 처지 이 모양 아닌가. 오현 그룹 후계자로 변종인 씨의
인품에 대해서는 신문지상을 통하여 잘 알고 있고 훌륭한 사람이지“
강일은 단숨에 말하고 눈길은 천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네 말대로 나무랄 때 없는 사람이란 걸 나도 알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자네와 미라가 맺어지길 친구로서 오빠로서 바라네.“
“.................”
“강일 씨! 나도 오빠와 같은 생각이고 그 사람과 혼인 안 해요.”
“미라! 결혼문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해. 투기도 아니고 동정심도
안되며 행복한 보금자리와 자기인생 좋은 여건은 스스로 만들어야
나가야 하지 않을까?“ 미라를 보며 강일은 말했다.
외로워하며 고개 숙이고
무언가 생각하듯이 그렇게.
수많은 꽃 모여 있어 좋았고
마주보며 웃을 때 좋았고
서로 의지할 때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 한 송이씩 떠나가고
자고 나면 어디론가 감추며
세월 따라 그렇게 떠나간다.
아름다움 뽐내던 자태도
향기롭던 그 내 음도
그 자리 없었던 것처럼 흔적 없고
외로운 한 송이 꽃 지금도 그렇게
점점 힘 잃어가고 있다.
어차피 가야 할 길 걸으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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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강일 차례일세.“
첫댓글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행복하세요.
글 올리느라구 수고햇슴니다,,잘 보구 감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