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니실 때, 호두과자 많이 드셔보셨나요? 호두과자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 있습니다. 충남 천안에 있는 광덕사 사찰인데요. 임진왜란 전에는 대찰이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태화산에 위치한 광덕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사찰입니다. 광덕사의 대웅전, 석사자, 삼층석탑, 천불전을 둘러보고, 호두나무도 눈여겨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보신 후에 구독, 좋아요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김유식의 펜화로 찾아가는 사찰기행] <14> 천안 광덕사
‘천안명물’ 호두이야기 전하는 ‘3대 지장도량’
광덕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로
우리나라 3대 지장도량으로 알려져
400년 된 호두나무 자라는
호두나무 시배지로 유명한 곳
천안 광덕사 대웅전과 명부전. Pen drawing on paper. 56x38cm.
광덕산은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사이에 있는 산세가 수려하고 숲이 우거진 명산이다. 다른 이름으로 태화산이라고 하는데 산자락에 위치한 광덕사의 일주문에는 ‘태화산 광덕사(泰華山 廣德寺)’라는 현판이 보인다. 공주 마곡사가 있는 태화산과는 이름만 같다. 일주문이 보이는 풍경도 숲이 우거져 있는 모습과 500년 된 느티나무가 어우러져 제법 운치가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뒤돌아보니 ‘호서제일선원(湖西第一禪院)’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 광덕면 상당량의 토지를 소유할 정도로 컸던 사찰의 위용과 위상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일주문을 지나면 길이 갈라지는데 부속암자인 안양암과 광덕사로 나누어진다.
잠시 안양암에 들러보니 수려한 팔작지붕의 극락전이 보인다. 다시 발길을 돌린다. 지금의 광덕사는 사찰이 옛모습을 대부분 잃어 버렸으나 재건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는 곳이다.
절마당으로 들어가기 전 광덕사라는 현판이 걸린 보화루 입구 계단 옆에 심어져 있는 호두나무가 눈에 띈다. 고려시대 충렬왕 16년(1290년) 영밀공 유청신 선생이 중국 원나라에 갔다가 임금의 수레를 모시고 돌아올 때 어린 호두나무를 가져와 광덕사 안에 심고, 열매는 유청신 선생의 고향집 뜰 앞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나무가 그 때 심은 것인지의 정확한 근거자료는 찾지 못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700년 전이니 이 나무는 나이가 약 400살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인데 아마도 그 후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덕사는 호두가 전래된 시초가 됐다고 전해지고 천안을 호두나무 시배지(처음 심은 곳)로 부르고 있다.
호두(오랑캐의 복숭아라는 뜻)나무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광덕사 호두나무는 높이는 18.2m이며, 두 개 줄기로 갈라져 있는데 가슴높이의 둘레가 각각 2.5m 정도되는 거대한 나무이다. 이 호두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나무로서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세월을 담은 거대한 호두나무의 흔적을 보는 순간 압도되어 보화루 계단의 호두나무 전경을 펜화로 담기로 했다.
천안 광덕사 보화루 앞의 호두나무. Pen drawing on paper. 38x53cm.
광덕사는 조계종 제6교구본사 마곡사의 말사다.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에서 사리를 가져와 창건하고 흥덕왕 때 진산대사가 중건한 절로 경기, 충청지방에서는 가장 큰 절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려 그 이후 재건되었다 하는데 대웅전은 1983년 기존 건물을 해체 후 개축하여 그리 오래되지는 않아서 인지 고고한 멋은 좀 덜한 편이다.
대웅전은 수덕사의 대웅전을 닮은 맞배지붕의 5칸 건물로 화려하지 않다. 법당 안의 주불은 석가모니불이고 약사여래불과 아미타불을 협시불로 봉안하고 있는데 마(麻) 위에 채색한 삼세후불탱화, 아미타회상도, 영산회상도가 화려하게 장엄되어 부처님의 세계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다.
고려 초기 3층석탑이 대웅전 앞에 자리하고 있는데 탑의 지붕 모서리가 부서져 있어 오랜 풍파를 헤쳐 나온 모습이다. 대웅전 입구의 계단입구에는 석사자가 있는데 풍화가 심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라 아쉽다.
대웅전과 나란히 있는 팔작지붕의 3칸짜리 명부전은 효령대군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양녕대군의 폐세자로 인하여 후속 왕위 계승권자이나 동생 충녕대군의 자질을 인정하고 불가에 귀의한 효령대군의 번뇌가 숨쉬는 곳으로 지장기도를 올리던 중 사리가 늘어나는 광경을 목격하고 적어 왕에게 올리고 다시 절에 시주한 조선사경(현재는 불교중앙박물관 소장)이 귀한 문화재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법당 안에는 명부세계를 주관하는 지장보살님이 중앙에, 좌우로 문인 모습의 무독귀왕과 젊은 수도승인 도명존자가 협시를 이루고 있다. 건물 앞의 당간지주도 명부전 앞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면 이 절이 명실 상부한 지장도량임을 알 수 있다.
천불전 가는 길에 육환장과 여의주를 들고 있는 10m가 넘는 지장보살 석상과 5층 석탑이 말끔하게 세워져 있어 과연 이곳이 철원 심원사, 고창 선운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지장도량임을 알게 해준다. 보화루를 들어서서 바라본 두 건물의 모습은 서로 다른 건축 형식이지만 묘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절 마당에 들어선 순간 이 장면을 펜으로 그리기로 맘속으로 정했다.
법당에서 바라보면 보화루 옆 비원의 정자 부용정 누각과 같이 팔각 형태의 지붕을 한 특이한 종각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범종, 운판, 목어, 법고를 갖추고 있어 멀리서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외에도 육화당, 적선당, 고경당, 자광당 등 당우들이 보인다. 주법당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천불전 가는 길의 화장교 앞에 세워진 마애 입불이 눈길을 끈다. 사찰 근처에는 조선시대에 유명했던 여류시인 운초 김부용의 무덤도 있다.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 천불전은 임진왜란 후 지어진 건물을 1973년 해체 복원한 것으로 옛모습을 그대로 지녀 단청도 화려하고 멋진 건물이다.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천불을 모신 곳으로 지권인을 하고 계신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하여 아난존자와 가섭존자가 협시하고 있고 벽에는 수많은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효령대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광덕사는 호두가 익어가는 가을에 다시 와보는 것을 추천한다. 울긋불긋 단풍진 가을에 다시 와서 이곳에서 삶의 번뇌를 털어 버리고 깊은 환희심을 느껴 보고 싶다.
usikim@naver.com
[불교신문 3728호/2022년8월9일자]
김유식 / 펜화가 usikim@naver.com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