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9회 등산 조계산(888m) 2023-12
(전남 순천시) 2023년 5월 14일(일요일) 맑음
자신을 성찰하는 도를 닦는 산행이다.
1979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조계산은 효산한국요산회 선정 100대 명산이며 우리나라 13 정맥의 하나인 호남정맥의 산이다. 전북 완주의 주화산부터 시작된 호남정맥 큰 산줄기가 남쪽으로 달리면서 내장산, 백암산, 추월산, 강천산, 무등산 등 100대 명산을 비롯한 수많은 크고 작은 산들을 빚으면서 전남 장흥의 제암산과 사자산까지 뻗어 나온다. 사자산을 빚은 호남정맥 산줄기는 북동쪽으로 북상하며 일림산, 활성산, 대룡산, 방장산, 주월산, 존제산, 백이산, 고동산 등을 빚은 다음 조계산을 들어 올린다.(주화산부터 도상거리로 약 374.5Km)
조계산을 지난 호남정맥 산줄기는 약 50.7Km를 더 뻗으며 오성산, 희아산, 문유산, 바랑산, 병풍산, 갈미봉 등을 지나 전남 1봉인 백운산을 솟구치고 난 다음 남은 여맥을 남해 바다에 가라앉힌다.
조계산의 주 능선은 부드러운 산세를 나타내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엄마의 품속처럼 포근하다. 더구나 호남정맥의 기를 받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심신을 푸근히 감싸 안는 따뜻함까지 느낀다. 또한, 산 전체가 울창한 활엽수로 장식돼 하늘을 볼 수 없는 그늘 속을 걷는 산행이고 계곡이 좋아 여름철 산행지로도 괜찮다.
흔히 산을 양산(남성산)과 음산(여성산)으로 나눈다.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서 있는 산이 양산이고 푸근히 감싸 안는 토산이 음산인데 조계산은 지리산, 오대산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음산으로 어머니의 산이다. 조계산은 광주의 무등산, 영암의 월출산과 삼각형을 이루며 전라남도의 삼대 명산으로 꼽힌다.
특히 조계산엔 우리나라 불교의 양대 산맥인 조계종의 송광사와 천태종의 선암사가 동서 양편으로 자리 잡아 세파에 시달리는 중생들을 치유하며 조계산을 더욱 빛내주고 있다.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깨달은 다음 세속의 습을 제거해 나간다는 돈오점수의 수행법을 송광사서 열면서 16 국사를 배출하여 송광사는 명실상부한 승보사찰로 자리매김한다. 또 고려 시대 천태종을 새로 시작한 대각국사 의천이 선암사를 천태종의 중심 사찰로 크게 중창했다고 한다.
음식점이 즐비한 송광사 광장에서 산행이 시작된다(8:42). 1.4Km 거리인 송광사를 향해 나아간다. 계곡에서 발원한 개울을 오른쪽에 두고 기분 좋게 진행한다. 이 길은 법정 스님이 걸었던 길이라 하여 무소유 길이라고 부른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늘씬한 나무들이 우거진 기분 좋은 길을 따라 송광사에 이른다(8:58).
우리나라 승보사찰인 송광사는 규모가 큰 절이다. 대웅보전 등 수많은 전각이 불자들을 맞이한다. 불교의 성지 같은 송광사 경내에는 국보인 국사전을 비롯한 국보 3점과 16 국사 진영 등 보물 16점이 있어 마치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대웅전에 들어가 9배 하며 업장을 참회한다.
군자의 높의 품격과 강인한 기상을 나타내는 대나무
송광사를 뒤로하고(9:10) 계곡을 왼쪽에 끼고 널찍하고 완만한 산길로 산에 올라간다. 대나무가 가로수를 이룬 기분 좋은 길을 지나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평탄한 숲길로 진행한다. 선암사 이정표가 서 있는 곳을 지나(9:15) 계곡 위 다리를 건너 이젠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올라간다.
하늘을 볼 수 없는 계곡 길
또다시 계곡 위 다리를 건너(9:25) 계곡을 왼쪽에 끼고 8분쯤 더 올라가 다리를 건너자 이정표 푯말이 반기는 삼거리가 나타난다(9:33). 고스락(정상)인 장군봉 5.2Km, 선암사 5.4Km, 송광사 1.2Km라고 쓰여 있다. 오른쪽 홍골 계곡 길은 송광굴목재로 올라가 보리밥집으로 내려선 다음 호남정맥 능선인 선암사 큰굴목재로 올라선 후 선암사로 내려가는 5.4Km의 길이다. 대부분의 탐방객은 이 코스를 선택하여 조계산 산행을 하고 있다.
왼쪽 피아골 계곡 길은 연산봉 사거리 능선에 올라서는 길로 한적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길이지만 거친 돌길로 주 능선까지 끊임없이 오르는 험한 등산로다. 윗옷과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고 왼쪽 피아골 길로 산에 올라간다(9:37).
산길은 돌이 많은 거친 길로 바뀐다. 작은 폭포와 소가 있는 심산유곡을 오른쪽에 두고 7분쯤 올라가 계곡을 건너(9:44) 계곡을 왼쪽에 두고 진행한다. 금방 계류를 수시로 건너며 진행한다. 위험하니 통행에 주의하라는 표지판도 자주 나타난다. 산길은 계곡 옆길이지만 계곡에도 나 있어 험한 구간이다. 장마철엔 계곡의 물이 엄청나게 불기 때문에 이곳으로 산행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얼마 후 지금까지 1시간 30분쯤 들려왔던 정다운 물소리가 멀어지고(10:10) 험준한 너덜지대도 나타난다. 능선이 숲 사이로 보여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지루한 구간이 계속된다. 얼마 후 공제선 직전 가팔라진 길로 연산봉 사거리 능선에 올라선다(10:42). 울창한 나무에 막혀 전망은 열리지 않고 장군봉 3.6Km, 송광사 3.4Km, 작은굴목재 0.9Km, 보리밥집 2Km라고 쓰인 푯말이 서 있다. 숨을 고르며 쉬어가기로 한다.
연산봉 네거리를 뒤로하고(10:50) 주 능선 길로 3.6Km 거리의 장군봉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유순해 아주, 걷기 좋은 길이라 속도가 빨라진다. 완만한 능선을 타고 5분쯤 올라가 피아골 왼쪽의 서쪽 작은 능선에서 올라오는 봉우리를 밟는다(10:55). 이어 완만한 내리막 능선 길로 3분쯤 나아가다가 서서히 올라가 북쪽 시루산(648m)으로 뻗은 봉우리에 올라선다(11:05). 능선 길은 아주 부드러워 조계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는 명품 산길이고 아름다운 길이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뒤로하고 평탄한 길로 2분쯤 진행하다가 내리막길이 돼 이정표 푯말이 반기는 장박골 삼거리로 내려선다(11:12). 푯말에는 장군봉 1.8Km, 연산봉 사거리 1.8Km, 작은굴목재 1.6Km라고 쓰여 있다. 장박골은 호남정맥 능선과 조계산 남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 사이에 있어 송광사와 선암사를 나누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장박골 좌우 산줄기 사이로 남쪽을 향해 길게 광활하게 펼쳐져 조계산을 대표하는 큰 골짜기다. 그 골짜기에 조계산의 명물 보리밥집이 자리 잡고 있다.
장박골 삼거리부터 능선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이 돼 9분쯤 올라가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선다(11:21). 이곳에서도 북쪽으로 작은 능선이 뻗어 있다. 이어 4분쯤 내려서다가 6분쯤 올라가 865봉우리에 올라선다(11:31). 계속하여 완만한 내리막 능선 길로 4분쯤 내려서니 호남정맥 봉우리가 반기며 장군봉 0.8Km, 선암사 3.5Km, 송광사 6.3Km, 접치(호남정맥) 2.7Km란 이정표가 서 있다(11:35).
호남정맥 능선은 북쪽으로 향해 산줄기가 접치로 가라앉았다가 고도를 높이며 오성산(606m), 희아산(764m) 등으로 뻗어간다. 고스락(정상)인 조계산 장군봉도 나무 사이로 보인다. 이젠 호남정맥 능선을 타고 조금 경사 있는 길로 7분쯤 내려선 다음(11:42) 내린 만큼 올라가 장군봉에 올라선다(11:52).
전망이 열리는 곳에서 조망을 즐긴다. 먼저 걸었던 능선 길을 확인하니 지나온 산길이 훤히 조망된다. 조계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연두색 빛을 띠고 푸르름이 짙어가고 있다. 연산봉부터 타원형의 완경사 능선 길로 장군봉까지 4개의 봉우리를 넘어왔다. 나무숲에 가린 동쪽을 제외한 세 곳을 자세히 살펴본다. 먼저 북쪽으로 순천과 곡성의 산들이 조망되고 그 뒤로 지리산 줄기가 아련하다. 남쪽은 존제산(704m), 백이산(582m), 고동산(710m) 등 호남정맥 산줄기가 이어진다. 서로는 주암호 너머로 산세가 웅장한 모후산(919m)이 멋지게 조망된다.
점심을 먹은 다음(12:32) 호남정맥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나아간다. 급경사 길로 10분쯤 내려서니 배바위가 나온다. 전망 좋은 곳이지만 험한 곳이라 올라가지 않는다. 이어 13분쯤 더 내려가 작은굴목재로 내려선다(12:55). 선암사 2Km, 장군봉 0.9Km, 큰굴목재 1Km, 보리밥집 1.5Km라고 쓰인 푯말이 서 있다. 대부분 산객은 보리밥집으로 진행한다. 나는 호남정맥 능선을 타기 위해 큰굴목재로 나아간다.
가볍게 오르고 내리는 호남정맥 길로 664봉우리를 거쳐 선암사굴목재로 불리는 큰굴목재로 내려선다(13:12). 송광사 4.2Km, 고동산 4.8Km 푯말이 거리를 알려준다. 이제 호남정맥을 벗어나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서쪽으로 나 있는 가파른 산길로 산에서 내려간다. 바로 물소리가 들린다(13:15). 수량이 풍부해 험한 돌길이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곧이어 계곡 위 다리를 건너(13:20) 보리밥집에 내려선다. 많은 산객이 즐겁게 음식을 먹고 있다. 산길은 산기슭에 나 있는 오르막길로 바뀐다. 이곳에서 뚜렷이 나 있는 널찍한 길로 산에서 내려가면 장박골 계곡 길로 하산하게 돼 송광사와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조금 가파른 산길을 거침없이 올라가 송광굴목재로 올라선다(13:57). 벌써 3만 보 넘게 걸었는데 몸 상태는 괜찮다.
송광굴목재에서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된다. 산길은 거친 돌길이고 경사도 급하다. 급경사로 15분쯤 내려서니 물소리가 들리고 길이 조금 순해진다(14:13). 조금 더 산에서 내려간 다음 계곡으로 들어가 땀을 씻고 발을 담근다(14:30). 간식도 먹으며 20분쯤 충분히 쉰 다음 산행을 이어(14:50) 5분을 내려오니 처음 올라왔던 삼거리가 나타난다(14:55).
이제 올라온 길을 역으로 1.2Km 거리인 송광사를 향해 내려가 송광사로 돌아온다(15:15). 오전에는 거의 없던 많은 탐방객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어 오전에 걸었던 길을 역으로 오늘 산행을 돌아보며 주차한 곳으로 돌아와 산행을 마감하니 송광사 광장 주차장도 차로 가득 차 있었다(15:35).
사바세계의 악업을 참회하며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품에 안겨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볼 수 있는 조계산 산행은 도를 닦는 산행이다. 착한 일 많이 하고 악한 짓을 하지 말자는 생각이 절로 나는 뜻깊은 산행이 조계산 산행이라고 확신한다.
⬘ 산행코스(원점회귀 코스)
송광사-연산봉 네거리-주 능선-호남정맥 능선-장군봉-작은굴목재-
큰굴목재-보리밥집-송광굴목재-송광사
⬘ 산행거리 16.92Km 6시간 53분 소요(67분 휴식 포함), 평균속도:2.8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