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체르토 마라톤 이지윤 & 심준호 콘서트 후기
제왕적 리더십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와
겉바속촉 포효하는 듯 부드러운 카리스마 심준호 첼리스트의
화해의 메세지를 담은 소통과 포용의 공연
오늘 후기는 이지윤, 심준호 두 연주자의 소개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이지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2016년 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 졸업
1970년 제작된 바이올린 '카를로 란돌피(C.F. Landolfi)' 사용
이지윤은 그냥 독주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닙니다
그녀는 독주자이자 악장이자 지휘자 같은 1인 다역이 가능한 유일무이 대체불가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오늘 공연의 타이틀처럼 콘체르토라는 것은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주입니다
협주라는 것을 가장 잘 구현해 낸 바이올리니스트가 이지윤이 아닌가 싶어요
그녀는 자신의 독주 뿐 아니라 오케와의 합을 이루는 부분에서는 오케단원을 지휘자처럼 이끕니다
그녀의 리드로 박자와 리듬이 깨지기 쉬운 부분이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게다가 그녀의 열정이 이입되어 생동감이 더해져서 한덩어러의 화력좋은 용광로로 변모합니다
함께 겨루듯, 화합하듯 심준호 첼리스트를 부드러움에서 강렬함으로 흔들어 놓습니다
그녀를 만나기 전과 후의 심준호 첼리스트는 다른 연주자 같았습니다
이런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연주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또 한 명의 힐러리 한이 있구나 ......
그녀의 미래가 매우 기대됩니다
심준호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수석 입학
타고난 음악적 재능의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는 2010년 쥬네스 뮤지컬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
서울시향의 수석 첼리스트를 역임
1710년도 ‘Carlo Ruggeri’에 의해 제작된 ‘Vaska’ 사용 중
심준호 첼리스트는 겉바속촉 포효하는 모습 속에 너무나 낭만적이면서도 정석의 모범생이 들어있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티가 그의 연주에는 여실히 드러납니다
정확한 박자, 운지, 보잉으로 만들어내는 소리는 강렬함 속에 깃든 의외의 부드러움에 첫 사운드부터 놀랍니다
놀라운 감정몰입에 관객도 동화됩니다
그의 연주에는 그의 신음과 음성이 섞여 나옵니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좀 놀라고 의아했지만 곧 그의 연주에는 그의 감정이 실린 육성도 포함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먼저 심준호 첼리스트가 등장하여
Robert Schumann
Cello Concerto in a minor, Op. 129
슈만 첼로 협주곡
I. Nicht zu schnell
II. Langsam
III. Sehr lebhaft
을 연주합니다
그의 연주는 무척 정석의 박자, 리듬, 그리고 결이 고운 소리로 시작합니다
체격이 좋은 그의 몸 안에 쏙 들어가는 첼로는 마치 그의 신체의 일부인 듯 첼로소리와 그의 신음이 섞여 하나가 되는 감정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슈만 첼로협주곡의 첫 사운드는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관악파트 솔로로 시작하는데 그 첫음이 무척 안정적이고 좋았고 그 이후 뚫고 나오는 첼로의 유려한 소리가 슈만 첼로 협주곡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었습니다
심준호 첼리스트를 지난 번 만프레드 호넥 지휘 브루크너 7번 교향곡을 연주한 SIMF 오케스트라에서 봤을 때 부터 그가 리드하는 저음현이 무척 좋구나 생각했었는데 독주자 심준호의 기량은 더욱 탄탄하고 뛰어났습니다
게다가 감정몰입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입니다 연주하는 내내 그는 본인의 연주에 빠져들어 관객을 다 잊은 것 같았습니다
심준호 첼리스트의 팬덤이 대단합니다 연주가 끝나자 브라보가 나오고 갈채 속에 퇴장합니다
이제 짙은 에머랄드빛 드레스 차림의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차례입니다
Johannes Brahms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77
바이올린 협주곡
I. Allegro non troppo
II. Adagio
III. Allegro giocoso, ma non troppo vivace
를 연주하는데
오늘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는 1악장 카덴차에서 정말 찢었습니다
저는 카덴차를 이렇게 정신 못차리게 빠져들개 하는 연주자를 정말 오랫 만에 만납니다
그녀는 하이노트에서 정말 놀라운 소리를 내면서 집중시키는데
보통 현악기의 하이노트는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그녀의 바이올린은 하이노트마저 극도로 절제된 아릉다뭄에 소름이 돋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소리를 낼 때는 아에 몸을 돌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같이 페이스를 주도하고
독주파트로 돌아오면 구렁이 담 넘듯 현란한 기교로 깔끔히 클리어~
무엇보다 그녀는 연주하는 내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 보여줍니다
중간에 바이올린 받침 부분에서 작은 조각이 떨어져 나갔는데 그것을 피식 웃으며
옆에 있는 포디엄에 툭 던져놓고 계속 아무일 없다는 듯 연주합니다
독주파트가 끝나고 오케가 주제선율을 연주할 때는 그 리듬과 음을 함께 따라 부릅니다
곡을 완전히 즐기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카리스마있게 마무리를 하고 난 그녀의 표정은 찬란합니다
Intermission 후에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브람스 이중협주곡이 시작되는데
오늘의 작은 에피소드를 먼저 풀어보면
제 자리 옆에는 두 딸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앉았는데요
엄마는 제 옆자리, 두 아이는 바로 앞 열에 나란히 앉았고 한 7, 8세 정도 되는 아이들이라 사실 연주 시작 전에 걱정이 좀 들었습니다 저렇게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앞자리에서 잘 집중을 할까 싶었죠 놀랍게도 두 아이는 2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내내 한번도 엄마를 돌아보지 않았고 엄마는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데 육아로 공연을 자주 못 오는 상황에서 어렵게 온 듯한 공연이라는 게 저의 추론이었습니다
공연이 다 끝나고 나가는데 두 아이 중 더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엄마, 마지막곡이 제일 좋았어' 라고 합니다
마지막 곡은 바로 이중협주곡이었습니다
오늘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곡은 그 어린아이에게도 똑같이 좋게 들렸던
바로 '이중 협주곡' 이었습니다
Johaness Brahms
Double Concerto for Violin and Cello in a minor, Op. 102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
I. Allegro
II. Andante
III. Vivace non troppo
1악장 시작부터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강렬한 도입부를 지나고 첼로가 먼저 으르렁 포효하듯이 등장하고나니 바이올린이 스르르 눈물을 흘리듯 애잔하게 치고 들어옵니다
이어서 첼로와 바이올린의 협연과 독주가 주고 받듯 진행되는 모습은 마치 처음에는 서로에게 존재를 인식시키려는 듯 강렬히 공격적으로 돌진하다가도 함께 소리를 맞출 때는 서로의 존재을 인정하는 듯 화합하는 사운드에 관객모두가 압도당합니다
1부에서 심준호 첼리스트와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각각 들었을 때는 심준호 첼리스트의 소리가 좀 부드럽고 덜 강렬한 듯 했는데 이중협주곡에서는 첼로도 바이올린도 오케스트라도 어느 파트 하나 부족하지 않은 기량으로 각자의 몫을 해내는 동시에 서로와의 조화를 즐기는 듯, 원하는 듯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으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과의 화해의 메세지를 담은 브람스 이중협주곡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름을 절대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무리가 들끓고
자기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 소통불가 유형들이 도처에 출몰하지만
그래도 한걸음 뒤로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면
우리에겐 아직 분명히 화해와 소통의 끄트머리를 잡고 싶은 열망이 존재하고
그 작은 실마리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밤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있는 예쁜 식당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히 식사를 하는
소중한 일상이 지켜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