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두번 오른 황매산
서울 친구들은 지금쯤 설악산 대청봉에 있을 것 같다
나는 5월이 들어서자 집수리를 하느라 2주일이 넘게 녹초가 되어 우리마을 천을산에도 올라보지 못했다
가까스로 일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니 몸은 고단했지만 문득 5월 초 대구동문들의 비슬산참꽃등산에도 참석 못한 것이 생각나면서 철죽 마저 가버린 것이 아닌가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니 마침 황매산 철죽이 한창 일 것이라는 이야기와 동시에 축제기간에는 오전8시부터 교통통제가 시작된다고 한다
교통통제가 되면 대구 쪽에서 가는 사람은 둘러가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뿐만 아니라 최근 수년간 황매산철죽을 찾아갔지만 모두 등산하는 군중들 틈에 끼어 밀려 올라갔다가 밀려 내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황매산에서 일출을 보고 싶어졌다
일기예보를 보니 약간 흐릴 듯 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떦 때는 그게 오히려 아름다운 일출이 될 수도 있다고 하므로 새벽에 출발하기로 작정하고 모닝콜을 4시에 맞춰놓고 일찍 잠을 청했다
모닝콜 소리에 일어나니 마누라쟁이가 돌았다며 성을 낸다
여느때 같으면 따라 나서서 간식도 챙겨주고 약도챙겨주고 물도 챙겨주는데 집수리 관계로 몸이 고단한데다 내가 부산을 떠니 나이도 생각 않고 주책을 떤다며 단단히 화가났다
가지 말까 하다가 지금 아니면 내년 이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나홀로 출발했다. 새벽길이지만 대구에서 황매산 까지 거의 2시간이 걸렸다
황매산 자락에 이르자 아무래도 일출 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산을 오르는 도중 동행하는 차량이 하나도 없어서 혹시 철죽이 다 지나 가고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마저 들었다.
주차장 능선에 오를 때 뒷덜미에서 차창을 통하여 들어오는 햇살의 느낌을 받았으므로 일출은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6시 10분에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언제 왔는지 이미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해 있고 벌써 하산하는 진사도 있었다
그런데 하늘은 옅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황매산은 옅은 안개에 쌓여 천지가 휘뿌였다. 아마도 내려오는 진사님은 일출을 포기한 모양이다. 이런 날은 일찍 와서 자리 잡아도 헛 일이다.
영웅은 때를 만든다고 하고 명철한 자는 때를 잘 이용한다고 하는데 나 같이 우둔한 자는 때가 요행으로 찾와주기만 무작정 기다리니 뭐가 될 리가 있나.....
어떻튼 늦게 도착하였지만 산 위에는 삼발을 든 진사들의 그림자가 오가고 있었으므로 본능적으로 급한 마음이 생겨 허겁지겁 비탈길을 오르니 공복에 산을 오르기는 처음이라 무척 힘이 들었다
이 시간 대에 산에서 왔다리갔다리 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진을 직업으로 하거나 취미로 하는 사람들 뿐이다. 관광객들은 9시 이후에야 나타난다
오늘 내가 만난 이 산의 사진사들은 말씨로 보아 대부분 서울과 전라도 사람들이고 30대와 40대의 아줌마 부대들이다
요즘은 사진 찍는 것을 직업으로 하거나 취미로 하면서 프로용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3-40대 아줌마들이다. 참 세월의 발전함이 눈부시다
각설하고 사진으로 가자
주차장에서 징검돌다리가 놓인 계곡을 건너 철죽 군락지가 시작되는 이곳으로 올랐다
해는 중천에 떳건만 구름에 가려 일출 전 같은 느낌이 난다
황매산의 철죽은 모산재 쪽이 가장 먼저 피고 화려했는데
금년은 마치 한창 때를 넘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떦 사람은 냉해를 입어서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이미 절정기를 넘긴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의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꽃밭속을 들어가다 말고 황매산 정상쪽으로 먼저 가보기로 했다
흐리지만 역광을 받은 철죽
철죽 색갈이 다른 해에 비해 탁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절정기를 지난 시들어가는 꽃이 아니라 한 순간에 말라버린 것이 피어 있는 꽃과 말라 있는 꽃이 너무나 차이가 나고 시들어 가는 꽃이 없은 것으로 보아 냉해를 입은 것 같았다
발걸음은 앞으로 가면서도 자꾸 뒤도라 보아진다
저기 산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모두 멀리서 온 여자 진사님들이였다
멀리서나마 모처럼 남자 진사님을 보게 되었는데 남자는 이렇게 여자 진사님들 틈에 끼여 좀 외로워 보인다
이 여성분은 홀로 출사 나오신듯
이 곳은 갈대숲과 초원이 있는 곳이다
산 봉우리에 구조물이 있는곳과 그 다음 봉우리가 배틀봉이란다
아마도 옛날에는 이 곳이 목장의 중심부였을 것으로 보인다
배틀봉을 지나 능선에 올랐다
배틀봉을 처다보고 다시 간다
지난 해 저기 황매산 정상을 오를 때는 사람에게 떠밀려 올라갔다가 떠밀려 내려왔는데 오늘은 오전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다
이 돌담 계단아래서 바람을 피하여 아침 식사를 하는 남자 진사님 두분을 만났다
8시가 되었다
남의 아침을 보니 배가 고프다
얼른 내려가 가지고 온 토마도를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급한 김에 단지 한개만 가지고 온 것을 후회했다
마누라 쟁이.......아니 오늘은 마나님이 챙겨주셔야 하는데......오늘은 내가 좀 과했나....
아침 햇살을 받은 꽃잎이 이뻐서
멀리서나마 남자 진사님을 만나서
황매산 주차장에서 능선에 오른 다음 황매平田을 중앙에 두고 시계방향으로 한바뀌 돌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8시 40분경이 되었다
바위에 앉아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새벽에 집을 나오면서 가지고 나온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도마토 한개로 아침을 마치고 나니 9경이 되었다
이제사 관강객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집으로 돌아가자니 좀 이르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가보지 못한 모산재 쪽 철죽군락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가보기로 하고 다시 철죽밭을 올랐다.
그래서 하루 아침에 황매산을 두번 오르게 된 것이다.
아침에 첫 포스팅을 한 곳이다. 언덕 넘어 골자기와 먼 산허리에는 아직도 안개가 깔려있다.
덕만주차장 쪽과 모산재 쪽으로 철죽군락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한바퀴 돌고 다시 황매산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 정말 집으로 가는 길만 남았다.
대구에 도착하니 12시 10분경. 깊은 낮잠에 빠젔다.
모산재 아랫마을이 아직도 옅은 안개에 쌓여있다
이 곳의 프르름이 전경의 철죽과 후경의 산영과 잘 어우러진다
마치 산을 기어오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