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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난 지 50여 일. 9월 2일 청주 내덕동 주교좌 성당에서 오송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는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했다. 최광조 총대리 신부를 비롯해 사제 18명이 공동 집전한 가운데, 500여 명이 참여했다. 제대 앞에는 오송 참사 희생자 14명과 산사태로 사망한 1명의 위패가 놓였다.
오송 참사가 일어난 지 50일째인 9월 2일 봉헌된 미사 제대 앞에 오송 참사 희생자 14명과 산사태로 사망한 희생자 1명의 위패가 놓여 있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는 강론에서 오송 참사가 일어난 배경과 상황을 말하며, “도청, 시청, 구청, 경찰청, 소방본부, 어느 곳 하나라도 제대로 반응했다면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송 사람들은 땅을 쳤다. ‘백 프로 막을 수 있었다. 둑만 제대로 해놨더라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진입 금지 넉 자만 붙여놨더라도.... 천재가 아니라 인재人災, 구체적으로는 관재官災였다는 원망이 하늘을 찔렀다.”
김 신부는 청주시 도시재생허브센터 1층에 마련한 희생자 분향소를 1일 저녁 “충북도가 유가족 동의 없이 기습 철거”한 것에 대해서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분향소를 차리고 50일을 지냈다고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제방이 저절로 높아지거나 튼튼해졌을까?”라고 물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아니 나에게도 언젠가 ‘그 차례’가 닥칠 텐데. 그때 누가 달려와 줄까? 용케 내가 살아남더라도 잃어버린 사람들 때문에 원통해서, 내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 앞에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무슨 면목으로 남은 생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고 비탄했다.
그는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지금부터 더 크게 울어야 한다. 슬퍼하는 은총을 구하자”고 당부했다.
9월 2일 청주 내덕동 주교좌 성당에서 오송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미사 끝에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경구 공동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유족들이 “7월 15일 이른 아침 가족들을 말리지 못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죄책감에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이 왜 흙탕물 속에서 삶을 마무리해야 했는지? 무엇을 잘못했고, 왜 이렇게 허무하게 가야 했는지 설명도, 이해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선진국이라고 경제 발전과 문화 강국이라고 떠들어대던 나라는 정작 비가 많이 오고 홍수 경보가 발령했음에도, 선진국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였고, 사후 조치 또한 무능의 표본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회피에 급급해,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정부와 지자체에 분노를 참을 수 없고, 이에 변화를 촉구하나 묵묵부답이어서 다시 실망했다”며,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제도 보완과 사후 대책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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