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두언 >
미주한국불교계가 집중해야 할
정착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
글 | 김형근 (본지 발행인)
2022년 임인년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세계적으로 화두는 여전히 ‘코로나’이다. 2020년 초에 인류 앞에 나타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달 후에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질병이 만 2년을 지나고 있고 문제는 언제 이 질병이 진정될 것인지 예측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으로 자꾸 변이가 나타나면서 ‘코로나’상황을 예측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주변 환경이어서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단체는 그 역할이 축소되고 신도들의 수행과 교리지도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은 시점이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역사는 흐른다. 이런 와중에서 새해에 생각해 볼 미주한국불교계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실행할 일은 무엇이고, 집중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한국불교의 미국 정착화 작업을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사찰의 운영이 곧 정착화 작업이고 실행이지만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그것은 어린애를 잘 교육시키고, 육체적으로 단련시키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 같은 것이 되어야 하는데 미주한국불교계는 이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미주한국불교가 이제 60년이 되어 가지만 미주한국불교계의 대부분의 사찰 신도들을 보면 젊은이들이 매우 적고, 노령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아직 확실하게 토착화 되었다고 볼 수 없다. 미주 내 타민족 사찰들도 이런 문제가 있지만 한국불교계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좋다. 스리랑카 불교계를 보면 일요학교에 젊은이들이 많다. 대만 불교계도 우리와 비슷하게 이민 오는 사람도 적고 고령화 된 신도들이 많지만 중국 본토에서 이민 오는 사람들이 대만불교계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고 있다.
미주한국불교계에서는 신도들의 감소와 노령화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뿌리를 내리는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방법 면에서 실행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나는 현재의 미주한국불계를 진단한다. 같은 미주한국사회이지만 개신교 같은 경우는 오래 전부터 청소년 프로그램과 한글학교 운영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왔다. 뉴욕시 플러싱의 한인타운에는 사찰과 교회가 마주 보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그런데 토요일 날 교회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보이는데 사찰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는 아주 대조적인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토요일 한국어 학교에 수 십 명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오기 때문이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마치 운동회처럼 학생들이 함께 떠들고 장난치고 있다. 이 한국어 학교를 운영하여 해당지역의 총영사관에서 인정받게 되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면 교재를 무료로 받게 되는 것을 비롯하여 규모에 비례하여 재외동포재단에서 후원금이 나온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 한국어 학교를 통해 ‘한인 2세들의 정체성 함양’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이것은 결국 한인 2세와 부모의 모국인 한국의 유대를 강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한국학교를 운영하려면 교육을 시킬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 현지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거나, 교사 경력 있는 사람이 한국학교 교사로 한 사람은 있어야 한국정부로부터 한국학교로 인정을 받는다. 교회에서는 이미 오랜 전부터 이 한국학교를 매우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2020년 2월 현재 미국 내 재외공관 산하의 미국대사관에 65개, 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 149개, 뉴욕 총영사관 125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63개, 시카고 총영사관 96개, 애틀란타 총영사관 86개, 시애틀 총영사관 42개, 호눌루루 총영사관 14개 등 미국에는 총 705개 한국학교가 등록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불교는 뉴욕 불광선원, 뉴욕 한마음선원, 뉴져지 원적사, 시카고 불타사 등 5개에 불과하고 기독교 계열에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독교는 이미 30년 전부터 이 한국학교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였으며, 이 학교 출신들이 이제 성장하여 결혼하여 자녀들을 자신이 다녔던 한국학교에 입학시키고 있으면 때로는 한국학교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국의 언어를 통해 미국에서 출생한 2세들에게 모국에 대한 애국심과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시도는 미국불교사를 보면 이미 100여 년 전 에도 보인다. 1900년대부터 하와이에서 일본의 정토진종에서는 교육을 중시한 2대 하와이 교구장 에묘 이마무라 스님이 불교학교, 일본어학교 등을 설립하여 강도 높은 교육을 시켜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교구장 스님이 앞장서서 일을 추진한 것이다. 이 에묘 이마무라 스님은 하와이 일본불교사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룬 스님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 기독교계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세대교체와 뿌리 내리기를 이미 미국불교사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태국과 스리랑카 불교계에서도 자국의 언어교육, 문화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이런 결과로 청소년들이 사찰에 나오고 있다. 이런 모국어 교육이 잘되면 이들이 신도가 되고, 사찰의 중요한 일꾼이 되고 결혼 후에는 그 자녀들과 함께 사찰로 나오면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다.
서경보 스님 도미 이후 미주에 한국불교 전법이 시작된 지가 60년이 되어 가고 있다. 60년이면 이미 뿌리가 튼튼하게 내리 뻗어서 정착화 되어야 하지만 현재 한국불교 미래는 밝지 않다. 그러므로 미주한국불교계에서 스님들과 불교계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집단적인 연대감을 가지고 미국내 한인들이 많이 사는 로스엔젤레스 카운티나 외곽지역, 북가주 산호세, 뉴욕시 플러싱, 조오지아 아틀란타 등 지역의 사찰에 한국학교가 세워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첫댓글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