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할배 제사였다
갑자기 29년전 그때가 생각난다
초딩2년때 큰댁(집)이 예천군 감천에 있었는데 할배 제사가 있는날이었지
우리아부지하고 울 엄마가 외장에 가셔서 나보고 버스타고 하교 마치고
큰집에 먼저 가서 할머니 말씀 잘듣고 기다리라고 말씀하셨지
나는 학교를 파하고 감천가는 완행 버스를 탔어
옛날에는 버스에 차장 아가씨가 있었지 그날따라 완행버스가 만원이어서
내릴때 차비를 내야 하는데 떠밀려 내리면서 차비를 안내고 그냥 내렸어
차비 30원을 아꼈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어
그날 밤 12시에 할배 제사를 모시고 나는 울 아빠께 자랑을 했지
아부지요 내 오늘 공짜로 빠쓰타고 완니데 내일 30원 가지고 라면땅하고 눈깔사탕 사먹어도 되지요 동생들 한테도 눈깔사탕 한게씩 줏게요
나는 씩씩하게 자랑스럽게 말했었지
그런데 그날 나는 울 아부지한테 무진장 많이 종아리 맞았어
그짓은 도둑질 하고 같은 것이라고
그다음날 나는 눈물을 머금고 예천초등학교 앞에 있었던 버스역에 가서
30원을 자진 반납하고 말았지
3년전 나의 씨앗을이 나에게 와서 들뜬 표정으로 와서 말했어
아빠 문방구에서 장난감 자동차하고 로보트를 샀는데 주인 할머니가
계산을 잘 못하셔서 300원을 안 받으셨어 이돈가지고 만화비디오 빌려봐
도 돼죠
나는 두놈들에게 꿀밤을 먹이면서 옛날 내예기를 했어
그리고 두놈들도 문방구 할머니께 300원 자진 반납했어
오늘 오후에 시골 아부지께 전화했어
아부지요 나는 아부지 한테 종아리를 하도 많이 맞아서 종아리에 털이
없어요 그래도 저는 우리 아버지가 제일 좋아요. 끝
할배 기제일에 부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