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다른 반찬들과 더불어 데친 양배추와 양념 된장이 보였다.
아내는 데친 양배추나 상추를 올려놓을 때면 자신이 배합한 양념 된장을 곁들이는 것이다.
된장을 보자 옛날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는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직접 만드셨다.
먼저 콩으로 메주를 쑤고 이 메주를 썩혀서 소금물에 넣은 후, 거기에 숯과 고추 등을 같이 띄운다.
일정 기간 항아리 뚜껑을 열어 햇빛을 받아 숙성 작업을 마치면 메주는 꺼내 된장으로 만들고,
변색된 황갈색 소금물은 끓이면 간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장과 된장은 일이 년 간 우리 집안 식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게 간장 된장이 숙성 과정을 지나던 어느 날 뒷뜰로 나가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메주를 띄운 커다란 항아리에 쥐 한 마리가 빠져 죽어있는 것이었다.
순간 내겐 이 큰 항아리에 가득한 간장과 된장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의 그 다음 행동이 분명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첫째 가능성은 내가 쥐를 건져버린 다음 식구들에게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것.
어차피 쥐는 빠졌고, 얼마 지나면 간장을 끓일 테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둘째 가능성은 내가 할머니께 말씀 드려서 할머니가 쥐를 건져버리고 숙성 작업을 계속했다는 것.
어떤 경우가 됐든 얼마 후 할머니는 간장을 끓이셨고 메주는 건져서 된장을 만드셨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우리 가족은 그 간장과 된장을 먹으면서 건강하게 살아갔던 것이다.
요즘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어떻게 쥐가 빠져 죽은 간장을 달여서 먹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 쥐가 쥐약을 먹은 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말이다.
물론 집안에 공개됐다면 어떤 조치가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 여러 공정을 거쳐 여기까지 이른 그 많은 양의 된장과 간장을 어떻게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조그만 쥐는 금방 건져냈고, 간장은 펄펄 끓이기에 느낌은 좋지 않아도 실질적인 손해는 없다.
그 간장과 된장을 먹고 이상이 생긴 가족은 없었다.
그런데......
불신자에겐 아예 그 사람을 뿌리부터 씹어먹는 커다란 쥐가 그 존재 내부에,
그리고 많은 신자들에게도 복음의 은총을 갉아먹고 순수 신앙을 방해하는
더러운 쥐 한마리가 그의 존재와 신앙 속에 숨어있다.
어쩌면 인간은 죄 때문에 멸망하기보다 이것 때문에 멸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은 영적인 쥐.
유대 지배계급은 이 쥐가 눈을 먹어 자기들의 더러운 실상을 보지 못하게 했고,
이 쥐가 그들 내부의 양심을 다 먹어버려 자기들의 주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일반 유대인들은 이 쥐에 눈이 먹혀 부패 타락한 자기들을 오히려 선민으로 규정하면서
자기들의 구원자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호산나를 외치다가
며칠 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입에 침을 튀겼으며,
일반인들은 이 쥐가 마음의 눈을 먹어버려 죄악으로 뭉그러진 자기들의 실태를 인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들이 꽤 괜찮은 존재라고 내면에 자부하면서 그리스도께 나아오기를 부정하며,
신자들은 이 쥐가 복음의 감격을 갉아먹어 감사 없는 건조한 신앙생활을 유지한다.
이 쥐가 무엇일까?
자기 의(롬10:3)다.
2024. 9. 21
이 호 혁
첫댓글 자기의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