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사람] 하동 '대도'
눈부신 해안길 혼자 걸을래요, 가족과 머물며 고기 낚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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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대도는 해양휴양단지로 개발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사진은 대도의 선착장 모습. |
경남 하동군 유일의 유인도인 대도(大島).
하동군과 남해군을 잇는 남해대교 아래의 금남면 신노량 선착장(하동수협 옆)에서 도선을 타고
뱃길로 20여 분을 가면 섬에 다다른다.
대도마을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우뚝 서 있고, 아래에는 장수 이씨 집성촌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곳은 장수 이씨 단일 성씨만 살고 있는 이색적인 마을이다.
신노량 선착장에서 직선 거리로 3.7㎞ 거리에 있는 대도는 행정구역상 경남 하동군 금남면 대도리에 속한다. 본섬과 농섬을 비롯해 크고 작은 7개의 섬이 띠를 형성한 듯 줄지어 서있어 장관이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대도를 띠섬이나 큰섬이라고도 부른다.
동쪽으로는 남해대교가, 서쪽으로는 섬진강 하구가 쭉 펼쳐져 있다.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46.8㏊의 면적의 이 섬에는 65가구 143명(남 76명, 여 6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도선이 신노량 선착장에서 하루 네차례 정기적으로 운항을 한다.
■ 바닷길 따라 걷는 환상적인 트레킹
대도는 트레킹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섬이다.
여느 도서와 달리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4㎞ 구간의 해안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다.
이 가운데 1㎞가량은 덱이 설치되어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카밀레온처럼 사시사철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산책로가 제격이다.
섬 구경을 하기 전에는 별다른 준비가 필요없다.
물병 하나면 만사형통이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는 데다 주변 곳곳에 횟집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있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마을 선착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나서면 멀리 광양제철소와 하동화력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쉬엄쉬엄 걸어도 두 시간이면 넉넉해 산책로에서는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길은 걸어가는 동안 내내 파란 바다를 보여 준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즐길 수 있다.
걷다가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느리게 걷는다고 누구 하나 재촉하는 이는 없다.
길은 올망졸망 오르고 내리기가 반복돼 재미를 더해준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다보면 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본섬과 부속섬인 농섬을 잇는 길이 225m, 너비 2.5m의 연륙교를 건너가
바닷가를 걷는 기분도 또다른 묘미가 있다.
'철모섬'이라는 재미난 이름을 가진 곳도 있다.
선착장 반대편의 베늘도는 밀물 때 모습이 군대의 철모를 닮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주변 경관도 뛰어나다.
썰물 때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인근에 작은 해수욕장과 어우러져 관광객들에게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 바다낚시와 갯벌체험의 천국
대도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강점이다.
바다낚시와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상콘도 11개소가 대도 앞 바다를 수놓고 있다.
1인당 2만5000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1박 2일 동안 고요한 바다 위에서 밤바다를 보며
'시간을 낚고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낚시를 하는 색다른 경험을 만끽할 수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까닭에 미리 예약하지 않고서는 자리를 확보하기 힘들 정도다.
이곳은 물고기들의 놀이터다.
겨울부터 봄까지는 노래미와 봄 도다리, 여름에는 농어, 가을에는 돔, 돌문어 등
계절마다 다양한 어종이 낚시꾼들의 손맛을 즐겁게 한다.
꾼들은 대도 앞 바다는 빠른 물의 흐름 때문에 생선의 육질이 단단해 회맛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이런 빠른 유속을 이용해 왜군을 유인한 뒤 대파했다.
역사가들은 이를 노량해전이라 부른다.
대도 여행에서는 갯벌체험장도 빼놓을 수 없다.
1인당 5000원을 내면 장화와 호미, 소쿠리가 제공되고 6210㎡에서 갯벌체험을 할수 있다.
하지만 물때가 맞아야 하기에 예약은 필수다.
채취한 조개와 바자락을 집에 가져가거나 현장에서 즉석 요리를 해먹을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날씨가 추워진 까닭에 폐장을 했지만 대도에는 인공 놀이시설도 있다.
지난 여름 군은 워터파크를 개장해 1만3000여 명의 가족단위 관광객을 섬으로 불러들였다.
32m×13m 규모의 메인풀과 높이 10m 길이 97m의 워터 슬라이드,
어린이 풀(343㎡)과 30m×20m의 놀이터(에어바운스)가 인기를 끌었다.
10억5000만원을 들여 건립한 대도해양식물원도 볼거리 중 하나다.
이성호(67) 어촌계장은 가을철이라 물놀이는 할 수 없지만
갯벌체험과 바다낚시는 지금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 느림과 휴양관광지로 탈바꿈
하동군은 관내 유일한 유인도인 대도를 해양휴양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478억 원(공공 328억 원, 주민자부담 150억 원)을 투자,
가족단위의 종합레저관광지로 변신을 진행 중이다.
섬 특유의 아름다움에다 환경과 조화된 시설물 등을 갖춰 명실상부한
남해의 특급 휴양지로 조성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공공 사업비 328억 원 가운데 326억 원이 이미 들어갔다.
내년에는 가로등 설치 등 공사 마무리를 위해 5억9500만 원이 투입된다.
군 관계자는 섬이란 특수성 때문에 레미콘 등 각종 공사자재를
육지에서 바지선으로 실어와야 해 공사에 어려움은 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대도에 이런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하동화력발전소 유치 이후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생계대책 마련을 위해서다.
주민들은 어업권 소멸에 따라 받은 보상금원을 선뜻 지역개발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동군도 주민들의 뜻을 모아 정부에 도서특화 시범사업 시행을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시범사업단지 지정과 함께 국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사업이 완료되면 대도가 '환골탈태' '경천동지'할 섬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원식 대도 관광개발추진위원장
- 주민들 뜻 모아 어업소멸보상금으로 휴양관광단지 추진
- 어장 파괴된 대도에 새로운 희망이 생겨
"어업소멸보상금으로 받은 돈을 나누지 않고
존폐위기에 놓인 마을을 살리는 데 동의해 준
어른신들 덕택에 사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주민 모두가 동참해 힘을 모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대도 관광개발추진위원회 이원식(58) 위원장은
대도에 휴양관광단지가 추진된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도는 지난 1993년부터 섬 인근에 하동화력발전소 건립이 시작돼
150여㏊의 마을 공동어장이 황폐화되면서 큰 위기에 직면했다.
그 전만 해도 대도 주민들은 마을 개펄에서 굴 바지락 낙지 새조개 등을 캐며 평화롭게 살아왔다.
발전소 측에서 피해보상용역을 실시한 뒤 어업소멸보상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이 돈을 개별적으로 나눠달라는 쪽과 마을 개발에 이용하자는 쪽으로 주민들의 편이 갈라졌다.
보상금은 가구당 2억5000만원씩 나눠 가질수 있는 금액이었다.
마을의 절반 이상을 차자하는 60∼70대 노인들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며
개발 계획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어르신들의 반대가 대단했지만 개발쪽으로 뜻을 모은 40, 50대가 나서 어업소멸보상금을
활용해 섬을 휴양관광단지로 가꾸면 마을을 존폐위기에서 구하고, 또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잘살 수 있다고 설득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젊은 세대들은 주민 13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워크숍을 갖는가 하면
일본의 유명 휴양단지와 거제 외도·마산 돝섬·용인 에버랜드 등을 둘러보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제는 개발을 반대하던 주민들도 관광지로 탈바꿈한 대도에서 잘살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 위원장은 "어장이 파괴돼 어업만으로는 잘 살 수 없어 살길을 찾자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개발이 진행되자 귀향하겠다는 향우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대도 주민들의 바람은 이제 한 가지다.
관광객들이 불편없이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섬, 해상 콘도에서 힐링을 누릴 수 있는 대도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