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큰딸이 '협죽도에는 독성이 청산가리 6,000배나 된대요' 하면서 호들갑을 떨면서 내 방으로 들어와 말했다.
'어디에서 누가 실험했다던?'
'tv에서 물고기로 실험했다는데 몇 분 안에 죽었대요'라면서 아내가 대답했다.
'정말로 작은 물고기에 불과하다. 어디 사람으로 실험했다던?'
하면서 되물었더니만 아내는 더 이상 남편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이 손을 후이 내저었다.
못된 버릇이다.
협죽도.
내가 사는 서해안 보령시 독산바닷가 근처로 귀촌한 농업기술교육생 학우네 집에서 몇 해 전에 보았다.
서울아산병원 임경수 박사는 '식물독성학', '한국의 독초' 에 관한 책을 냈고, 나는 이 책을 즐겨 읽었기에 이 식물의 독성은 짐작한다.
독성식물을 정제하여 치료약으로 복용하기에 치명적인 독성식물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단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식물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방금 전, 큰딸과 아내가 호들갑스럽게 두려워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성인 몸무게는 남자는 60kg, 여자 50kg로 본다면 얼마만큼의 협죽도를 빨아먹고 핥아먹으면 치사량에 도달할까? 실험하다가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본다.
정말로 작은 동물한테 실험했다고 해서 실험대상 동물과 사람과의 무게 비례로써 확대해서 치사량을 추정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계산수치에 불과하다. 몸무게 이외의 다른 영향도 있을 수 있기에.
이 꽃이 제법 예뻐서 나도 한 번 재배하고 싶다고 늘 마음먹었다.
탐스러운 꽃잎을 들여다보고 싶기에.
TV에서 보여주는 것만을 그대로 다 받아들여서 호들갑 떨 성질은 아니다.
예전, 동양 삼국에서는 죄인한테 사약을 내릴 때에는 여러 종류의 독식물에서 추출한 독성을 이용했다.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했기에 의도적으로 많이 퍼먹였다는 뜻이고, 사약을 먹어도 금방 죽는 것도 아니다.
죄인이 아닌 다음에야 독극물을 다량으로, 어거지로 퍼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이따금 산행 나가서 독버섯, 미국자리공 뿌리를 도라지로 오인해서 먹어서 죽은 경우도 있다. 독성식물을 제대로 모르는 채 과다섭취한 결과이다.
이 세상 생물체에서 독성식품 아닌 게 무엇일까?
우리가 날마다 끼니로 먹는 쌀밥에는 독성이 없을까?
그것도 과다섭취하면 죽는다. 배 터져 죽고, 소화불량으로 죽고, 병 들어 죽고...
사과, 그거 몇 개씩 지속적으로 먹어 봐라? 위벽이 헐어서 나중에는 죽는다.
오십여 년 전, 나는 수박 많이 먹고는 죽을 뻔했다.
생고구마를 먹고는 침을 겔겔거리고 구역질 숱하게 했다.
십여 년 전, 서울 동작구 서울국립현충원 뒷산에서 아카시꽃잎을 조금 따 먹고는 목이 타고, 뱃속 뒤집혀서 침 겔겔 거렸다. 꽃에도 독성이 그렇게 강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등산 나온 아주머니한테 물 병 하나 얻어서 마시고는 되살아났다. 체질에 안 맞는데도 생각보다는 많이 먹었다는 뜻.
현충원에서 때죽나무꽃도 따 먹고는 또 죽는 줄 알았다. 직접 실험하려고 하는 버릇이 있는 나.
이 세상에는 독성 아닌 식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적거나 많아서 좋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다 알맞게, 적당히 해야만이 탈이 적거나 없게 마련이다.
청산가리보다 6000배 독성이 강한 '라신'을 지닌 협죽도(3m 나무)라고 해서 겁낼 일 없다.
협죽도 식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협죽도 식물을 안다고 해도 직접 재배하거나 섭취할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2017. 12. 28. 인터넷으로 뉴스 검색하니 문제가 생겼다.
부산 해운대구 초등학교 앞에 조경수로 심은 협죽도가 13그루 있으며, 부산에는 300그루가 있다고 한다.
이를 재배하고 조경수로 심었다니 부산시의 조경 관계자들이 무식한 거여, 아니면 멍청한 거여?
시민 95%는 이 나무를 모르고 있으며, 뉴스 보도가 나간 뒤로서야 관계기관에서는 대책을 강구 중이란다.
이런 보도가 나갔으니 다르게 생각하면 오히려 더 위험하겠다. 악용하려는 심뽀가 생길 것 같기에.
중부 서해안 갯바다쪽에 가까이 사는 나.
협죽도 나무 한 가지를 얻어다가 삽목해서 키우고 싶었다. 몇해 전부터. 그런데 아직도 희망사항이다.
독성식물이 이런 거여? 하는 독성식물학 공부 차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법제해서 민간약재로, 한약재로써 섭취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런 것 아니라도 먹을 것이 천지인 세상이며, 병이 나면 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훨씬 안심도 빨리 낫는다. 의료비도 적게 들고.
성인이 18mg 먹어야 치사할 수도 있다니 협죽도의 독성에 대해서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바다 생선인 복어의 독 치사량은 2mg으로 치사율이 굉장히 높아 60%에 이르고, 한 마리가 지닌 독성의 양은 성인 33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은 이런 복어조차도 요리해서 먹는 민족이다. 협죽도보다 9배나 더 독성이 강한 복어도 요리해서, 맛있게 먹는 인간독종이다.
올 가을 성남시 모란시장으로 구경 갔다.
말벌, 왕탱이, 땅벌을 산 채로 잡아서 그물망 씌워놓고는 몇십 만 원이라고 가격표를 써 붙였다. 윙윙거리고 바그락 대며 설설 날고 기는 독충을 보았다. 그거 사다가 민간요법으로, 한약재로 먹는 사람도 있으니까 왕탱이 말벌류를 잡아다가 팔겠지.
나는 그런 거 하나도 욕심 안 난다.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다 먹고, 혹시 아프면 병원에서 정밀검사 받고 치료받는 게 훨씬 안심되고 비용도 적게 들 것이다. 말벌 구입비가 의료보험 대상 품독도 아니다.
더군다나 위 협죽도도 그렇다.
그런 거 왜 먹어?
2.
서해안 내 시골집 텃밭에는 식물독성학 책에 오르는 식물이 제법 있다.
원추리, 수선화, 개상사화, 꽃무릇, 무릇, 히아신스, 고추, 마늘, 감자싹, 소루쟁이(여러 종류), 토마토, 꽈리, 인동초, 붉은인동초, 꼭두서니, 독미나리, 할미꽃, 유카(외국식물), 고사리(고비( 종류, 은행알과 은행잎, 소태나무와 열매, 자리공(미국자리공은 더욱 독성이 강함), 복수초, 나팔꽃씨, 봉숭아꽃과 잎, 능소화, 옻나무, 박새, 은방울꽃, 천사의 나팔꽃, 아주까리(피마자), 양귀비, 제충국, 요강나물, 도꼬마리, 철죽꽃, 연산홍꽃, 진달래꽃, 피마자(아주까리). 세신(족도리풀), 만병초, 까마중(풋열매, 주목열매(풋열매일 때), 노루귀, 으아리, 반하, 디기탈리스, 금낭화, 털머위, 여로, 승마, 산초나무, 접시꽃, 초롱꽃, 참죽나무, 배풍등, 미역줄나무, 미역취, 수국, 사위질빵, 호랑가시나무 열매, 크로커스, 박주가리. 꽃기린, 용담, 창포, 동의나물, 동백나무열매. 샤프란,
아래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독성식물이다.
독말풀, 때죽나무의 열매, 천남성, 참옻나무, 독당근, 대극, 삼(대마초), 담배, 독보리, 민바꽃, 투구꽃(초오), 꿩의다리, 애기똥풀, 산괴불주머니, 현호색, 점현호색, 애기나리, 산자고,삿갓나물, 진범, 개구리자리, 개똥쑥, 고삼, 개발나발, 냉초, 모데미풀, 물봉선, 미치광이풀, 연영초, 큰영연초, 홀아비바람꽃, 피나물, 택사, 목주완두, 갯메꽃, 개감수, 너삼, 석류복, 숫잔대, 위령선, 우단담배풀, 지리강활, 파리풀, 흰꽃이질풀, 두루미천남성, 주엽나무, 사리풀, 유동, 쐐기풀, 개다래, 붓순나무, 먹구슬나무, 마삭줄, 매미꽃, 하늘말나리. 질경이택사, 튤립, 설악초, 세인포티아, 크로톤, 베라돈나, 화이크베린베리, 예루살렘 체리나(옥천앵두), 붓들레아, 쿠페아, 아이비(잉글리쉬 아이비), 디펜바키아(마리안느), 란타나, 칼라듐, 유프로비아, 크로톤, 아데니움, 문주란,
담배 잎사귀도 독초이다.
2016년 경기도 성남시청 분당구의 실버농장에 구경갔다가 농작물 재배 터가 아닌 빈터에서 담배꽃을 발견했다. 50여 년 만에 보는 담배꽃. 씨앗을 받고 싶어서 중학교 동창 친구한테 나중에 씨 좀 받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실버농장에서 3 ~4평 정도의 무료 텃밭농사를 지었던 친구는 그런 독초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을 터. 나도 그렇다. 그거 재배해서 어쩔 것인데? 아무 데도 사용처가 없다. 담배 잎사귀를 물에 우려서 그 물을 해충, 병균이 일어나는 농작물한테나 살포하려면 혹시나 필요하겠다.
서울에서 머물고 있기에 식물 이름이 조금밖에 안 떠오른다.
내 시골집에는 산야초에 책들이 있고, 서울에서는 없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보완하고 있다.
독성식물이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 나.
한국산 식물은 독성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고 보는 나.
일부러 다량으로는 먹지 않으면 된다는 나.
협죽도(유두화). 지나치게 과장했다.
일부러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나 대량으로 먹으면 되겠다.
몰라도 된다. 그냥 세상에 흔한 식물을 먹으면 된다. 생전 듣도 보지도 못한 것을 아예 관심조차 안 두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산삼, 인삼을 한 소쿠리 사다가 주야장천 그것만 먹어대면 곧 신선이 될 게다.
예전, 시골집에서는 텃밭 세 군데에 사과를 심어서 농사를 지었다. 나는 풋사과를 오지게 따 먹었다.
그 결과? 위산과다증으로 한참이나 고생했다.
사과는 몸에 좋다고 하니까 한 박스 사다가 주야장천 입에 물고 살면 효과는 직방일 게다. 한 번 실험해도 좋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지나쳐서 좋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
부산 해운대구 사람들은 성깔도 무척이나 급한가 보다.
위 협죽도는 어제 보도되었고, 하루가 지난 오늘(12월 28일) 13그루 다 베어냈단다.
다른 곳도 곧 베어낼 모양이다.
뉴스 한 방에 이 나무들은 모두 죽었다. 뿌리도 캐 낼 듯 싶다.
모르는 게 약인데...
내 텃밭에 자생하고, 또 독초를 조금 키우는 나로서는 고개를 갸우뚱.
지나치게 호들갑 떤다.
첫댓글 독성이 강한 식물이 있군요
알고 보면 무서워집니다
예. 독성이 더러 있지요.그런데 그렇게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한국 지형상, 기온상 식물의 독성이 강할 만큼 성장하지 못하지요.
한국 식물은 몸짓이 작고 적고...
흔한 것만 먹어도 충분합니다. 가끔 엉뚱한 식물을 대량으로 먹고는 고생하지요. 일부러 못된 것만 찿아다니면서 먹는 사람만이 그렇지요. 흔한 것만 먹으려고 해도 다 못먹고 먼 길 떠납니다.
고추, 토마토, 고사리, 마늘, 간장, 소금, 파, 은행알, ... 이런 것은 독성식물, 식품이 아니던가요?
알맞게,. 적당히, 조리해서 먹으면 탈이 없지요. 삶거나 물에 우려서 먹으면 되지요.
독성식품은 걱정 끝. 흔한 것만 먹어도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