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눈을 비비고
우산을 쓰고 밖에나가
화단에 살고있는
꽃낭구를 둘러봐도
영롱한 이슬은 볼수없고
밤을 지새운
여름 장마비에
흠뻑젖은체
돌무지에 기대어
을씨년스럽게 서있는
키다리 나리꽃
비가와도 꽃을피워
여름이 아직도 절정임을
알려주는 하루
머언 지구 반대편
따뜻한 남쪽나라가 고향인
자주 하얗 분홍 남색
여러색깔로 꽃피우는
백일홍도
아예 비를 피하지않고
고향을 그리며
향수에 젖은체
무심히 비를 맞고있는
하루
비가 온다고
제 할일 하지않고
쉬고 있다면
저렇게 아름다운
여름꽃들을
우리들은 볼수없겠죠
이렇게
비가 쉬임없이
내리는 날엔
주마등처럼
60년 전
우리 고향
백산 이야기가
신기루같이 떠오르죠
백산은
변산반도를
끌어안고 있는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지요
시골 면 소재지에
白山이 있다해서
백산면
삼거리에서
남쪽 방향
정면에
우리 개구장이 시절
코흘리개 친구들이
연이어 살던
백산 삼거리
임 경종이네
外家(외가)가 있었고요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있어요
이름하여
寧壽齋(영수제)
백산에서 캔
화강암으로 음각을하여
집 정 중앙에
부착되어 있답니다 .
한 때
당구장으로 사용되던
부속 건물은 없어졌구요
바로 건너
새롬이 박 관철이네
관철이네 집 옆에
자전거 수리점
고깃집으로
연결되다가
영단(왜정때 정미소)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나오는데요.
아주 작은 도랑에
맑은 물이 흐르고있었던
기억이나요.
피래미 붕어 미꾸라지가
헤엄치고 노는
앙증맞은 개울이 흘렀지요
생솔나무로
다리 골조를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덮어만든
개다리 만 한 섶다리
가끔씩
우리들은 하굣길을
영단 앞 마당을 통과하여
봉석 마을로 직행할 때
그 길을 택했답니다
댓발짝되는 섶다리를 건너면
왜정 때 만든
신작로
(車)찻길이 앞을 막구요
길을 건너면
교회가 나오는데요
백산 교회였죠
그때의 기억으로는
길고 굵고 커다란
소나무를 세워 만든 종탑
종탑 위에
청동 鐘
청아한 소리는
온 백산을 다 울렸죠.
沙石(사석)이 다된
死岩(사암)을 파내어
터를 넓혀 만든
교회 건물은
지금 생각하니
일본인
약손이
매가니(정미소) 공장
인부들의 숙소같이 느껴졌어요
빨간 양철 지붕에
합판으로 잇댄 천정과
바닥은 널빤지로 되어있고
위 아래로 여닫는
여러개의 창문들
널직한 공간은
여러 사람이
숙식을 같이할만 한 공간이었죠.
우리사는 백산에
첨으로 등장한 개척교회
백산교회
초창기 선교할때
마을 사람들의
교회에 대한 적대감은
엄청났었죠.
교회의 종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지면
어른들은
그 종소리를 듣고
까칠한 얼굴로
종소리를
깍아내렸는데요
뎅그렁 뎅~~~ 하는
종소리에 맞춰
천당 할레당 천당 할레당
입에 담을수없는
담을수조차 없는 막말로
교회를 비난하고
헐띁었지요.
우리 아랫집에
말만한 딸들이 있었는데요
그집 아배는
딸들에게
만약 교회에 나가면
다리몽생이를 분질러 버릴테니
가기만 해봐라
니죽고 나죽기다 라는
엄청난 협박과 공갈로
딸들을 제압하였지요
인근 삼사동내 젊은이들이
교회에 모여
수 백년 동안 내려오던
전통의 단점은 고치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회공동체
모습을 설계하여 전해주려는
계몽활동과
선교의 목적으로 만났는데
어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않고
만나 연애를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지요.
그 시절
남녀는
칠세가되면 부동석이라 했자나요.
그런데
처녀 총각이 어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그런데 어쩌죠?
실제로
교회에서 만난 젊은이들 중에
연애를 해
부부의 연도 맺었으니
그 시대
꼰대들의 눈에는
교회를
연애 소굴로 밖엔 보지 않했겠죠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초창기 개척 교회들은
엄청난 시련을 당하였는데요.
우리에게는
보석같은 추억을 만든
場(장)이기도 했었지요.
여름방학이 되면
여름 성경학교가 열렸는데요.
어쩜
우리들은 성경학교 때문에
겨울방학보다
여름방학을 더 좋아했어요.
일주일 정도인가요?
성경학교 기간이...
우리 마을 또래들은
성경학교가 시작되면
일찍 일어나
세수도 잘하지않든 습관이
고쳐지기도 했는데요
이는 순전히
성경학교
여 선생님 때문이었지요.
아침 이슬이
햇살에
채 마르지않아
만월표 검정 고무신 위로
풀섶위에 앉아있는
영롱한 이슬에
발등을 훔뻑 적시며
우리들
용감한 오형제 독수리들은
교회로 향했지요
우리 할매 손등
굵은 주름살 같은
낫자루 넓이의
꼬불꼬불 논둑길을
서커스하듯
뛰다걷기를
반복하며
교회에 가면
우리들이
여름 밤 하늘에서
찾고 찾아 본
가장 예쁜 별 닮은
선생님은
우리보다 일찍
교회에 와 있었죠
선생님은
검정물을 들인 모시 치마에
하얀 모시 저고리를 입고
우리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하셨는데요.
십자가에 대하여
순교에 대하여
부활에 대하여
착함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쉽게 쉽게 말씀해주셨지요.
예를들면
아가를 예뻐하는 것은
사랑이란다 하고...
그분이 누군지
기억에는 없지만
그분의 모습만은
지금도 또렸해요.
낮은 제단 벽에는
예수의
십자가에 내림이란
祭壇畵(제단화)
성모와 아기 예수란
聖畵(성화)
세상에 태어나
처음보는 그림이었죠.
그리고 祇禱(기도)를 배우고
기도를 드렸죠.
후에 후에
새월이 많이 흐르고 난 뒤에
제단화를 그린 화가는
누구고
성모자를 그린 화가가
눈군지 알았지만
그 때
만큼의
경외심은 잊을수가없어요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성경학교가
파하는 한시간 전 쯤
이야기를 해 줬는데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신데렐라
백설공주등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해 주셨지요.
하나의 이야기를
하루에 다 해주지않고
마지막 부분을 남겨놨다가
내일 마져 해드릴께요
하면서
한껏 궁금증을 끌어올리고
이야기를 끝내셨는데요.
우리들은 서로에게
어떻게될까 라며
묻고는
그날 밤 꿈속에서
이야기 꿈을 꾸었지요
어쩌죠?
선생님이 주신
드로프스?
아끼다 아끼다 잊고
먹지못해
주머니에서 다 녹아
삼베 등지기
꼬마 주머니 안에서
범벅이 되었는데....
아까워서 어쩌죠?
하지만
추억이 오롯히
남아있자나요
범벅이된 사탕
찐득하여
떨어지지 않은 추억
드로프스보다
더 달콤한
고향의 향수가...
우리 유년에 시절
여름방학
한토막 이야기지요
선생님은 그후
폐결핵을 앓다
하나님을 만나러
하늘로 올라갔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밤에만 나와 이야기하는
밤 하늘을 보고
우리들 친구
독수리 오형제는
밤마다 모깃불을 피워놓고
선생님 별찾기에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찾고 또 찾았지요
이젠 낮도 밤도
비구름에 막혀
하늘도 볼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지금 아이들은
어떻게 무슨 꿈을꾸죠?
어떻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수있죠?
어른들의 잘못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도
빼앗아 버린것같아요
아~
내 유년이 시절
여름방학이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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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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