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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상]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02-730-0030 |
전시명 : 최은경 개인전 Beyond the Book - 知에 묻다 |
전시일자 : 2009. 3. 18 - 5. 13 |
전시작가 : 최은경 |
최은경 개인전 Beyond the Book - 知에 묻다
글:신혜영(갤러리상큐레이터)
최은경은 2000년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에서 초대작가로 작업하는 기간에 책 연작을 시작하였다. 자정이 가까운 늦은 시각 UC Davis 캠퍼스 내 쉴즈 도서관(Shields Library)에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학생들을 마주하면서 인간의 지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면서이다.
Books, 2005, Marble, 30×30×34cm
Book, 2002, Ceramic, 21×23×11cm
Book, 2003, Clay, 20×19×18cm
최은경은 수많은 장서가 즐비한 도서관 책상위에 흙으로 만든 책 형태의 조각품을 전시하였다. 최은경이 만든 책<Anti Closed-Circuit>은 펼쳐진 형태의 책으로써 글자가 보여야 할 곳에 이물질 같은 것으로 덮인 듯한 형상이었다. 지성을 대변하는 책과 그 안에 내용이 되는 문자를 덮어버림으로써 지성으로써 진보할 것을 믿는 세계에 대한 뜨거운 비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최은경 작가의 책 연작은 다양한 재료(세라믹, 스테인레스 스틸, 크리스탈)를 통해 이어졌다.
Books, 2007, Ceramic, 14×20×4cm each
Letting Go, 2008, Stainless Steel, 64×42×12cm
Letting Go, 2008, Stainless Steel, 64×42×12cm
<Anti Closed-Circuit>시리즈 이후에 내용별로는 <The Sacred and the Profane-성과 속>시리즈, <Books and Animal>시리즈, <Books>시리즈 그리고 <Forgiveness>시리즈, <Land of Absence>시리즈가 있다. 이 작품들은 책을 통해 인간 문명과 지성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The Sacred and the Profane-성과 속>시리즈와 <Books>시리즈는 책 위에 의미심장한 단어를 새김으로써 그 단어의 의미를 읽는 관객으로 하여금 삶과 지성에 관한 비판적인 반성을 하도록 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단어들은 ‘정의’, ‘인간과 신의 법칙’, ‘거짓’, ‘율법’, ‘용기’, ‘진실’, ‘타협’ 등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들이다.
Book, 2002, Ceramic, 21×23×11cm
Book, 2003, Clay, 17×18×16cm
Books, 2004, Crystal, 15×14×25cm
<Books and Animal>시리즈는 지성의 상징인 책 위에 야생동물과 폐허가 되어버린 문명의 잔해 같은 것이 놓여져 있다. 지성에 대해 야생을 대비시키며 그 허무함과 피로감을 드러낸 작품이다. <Forgiveness>시리즈는 거울처럼 주변 사물이 비치는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책과 순백의 사슴을 대비시키며 비판이 아닌 용서와 포용의 메시지로 다시금 지성에 말을 거는 작품이다. 또한 다양한 재료의 책에 반복적으로 'Mother'라는 단어를 새겨 넣음으로써 자연이 가진 모성의 가치로 지성의 메마름을 회복시키려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도와 반추 끝에 작가는 2007년 <Collapse 붕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함으로써 지성과 문명에 관한 절망적인 견해를 토로하였다. 이후 2008년 최근작에서 작가는 인공이 아닌 자연 자체, 인간의 지성이나 문명으로 개조되지 않은 숨은 곳에 희망을 두는 <Land of Absence 발견되지 않은 곳>시리즈를 내놓았다.
Justice, 2005, Marble, 35×27×18cm
Mother, 2002, Stainless Steel, 39×50×38cm
The Anti Closed-Circuit, 2001, Clay, 70×35×25cm
‘용서’ 또한 인간의 개념이었을까? 자연에서 그 쉴 곳을 마련한 작가는 또 다른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Land of Absence 발견되지 않은 곳>시리즈 이후 새로운 작품 제작을 위해 프랑스 니스의 공방으로 떠났다.이번 최은경 개인전 <Beyond The Book 知에 묻다>는 작가의 10여 년에 걸친 책과 지성에 관한 질문을 정리하며 보여주는 전시로 전시장에는 작가가 제작한 책들이 갖가지 재료와 형태로 진열되어 있다. 책의 형태는 매우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위에 쓰인 단어는 숙고의 가치가 있다. 책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느껴지며 또한 삶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책과 지성에 대한 한계를 비판하는 너머에는 책의 진정한 가치와 지성의 진정한 발현을 꿈꾸는 작가의 진정성이 담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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