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은 휴계소에서 먹는 호두과자로만 알고있었다. 동생이 그곳에 근무하게되고 외삼촌도 천안에 근무하게 되면서 야심차게 천안여행을 계획하게되었다.
엄마는 8남매이고 그중 큰딸 맏이시다. 그러다보니 막내외삼촌과는 5살차이고 막내이모와는 10살차이라 언니, 오빠 같은 사이로 자라게되었다. 우리는 시내에서 살고 외가는 시골이어서 내가 초등학교때 막내외삼촌은 우리가 사는 도시의 중학교로 유학을 와서 같이 살게되었다. 엄마가 저녁밥을 먹고 아랫방으로 우리를 공부하라고 쫒아보내시면 외삼촌과 나는 히히덕거리며 장난을 치고 놀았고, 아직도 생각나는 기억 하나는 권투한다며 수건을 양쪽 주먹에 둘둘말고 경기라고하다 일방적으로 맞기만하고 그래도 웃겨서 키득거리던 일이 떠오른다. 방학때 외갓집에가면 처녀였던 이모를 따라 읍내 작은 미용실에 갔던 일, 맛있는거 얻어먹으러 데이트 따라갔는데 먹기싫다는 이모땜에 못먹고 울뻔했던 일...... 이제 외삼촌은 내년이 환갑이고 이모는 경로우대 받는 나이가 되셨다.
아버지는 몇해전부터 여행을 꺼리신다. 집 떠나면 잠을 잘 못주무신다는게 이유인데 몸도 많이 마르시고 걱정도 괜히 많아지셔서 뵐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이번에는 "거리도 가깝고 우리남매들이 이모들, 외삼촌 다 모시는 여행이니 아버지 꼭 오세요." 했더니 의외로 흔쾌히 "오야! 그라마 내 가지."고맙게도 그러셨다.
내 여동생은 얼굴도 예쁘고 솜씨도 좋고 마음도 착하다. 언니말을 잘 따라주고 조카들도 직장다니는 언니를 대신해 잘 보살펴준다. 이번 여행의 일등공신이기도하다. 아침에 먹을 톳나물밥과 부드러운 된장국, 육계장에 과일, 주점부리용 과자들 까지 어른들 취향에 딱 맞게 준비해왔다.
천안상록리조트는 공무원공단에서 운영하는거라 소박하고 조용하며 낮은층이라 어르신들이 묵기에는 딱좋다. 아이들 놀이시설도 유난하지않고 있을꺼는다있어 작은 아기부터 초등학생 큰 아기들까지 놀기에 적당하다. 뒷길로 산책로도 잘되어있어 여유있게 쉬기에 참 좋았다.
첫날은 근처 공원묘지에 계신 외할아버지와 먼저 가신 외삼촌을 뵈러갔다. 일부러 산소에 가려고 여행지를 정한것도 아닌데 어쩜 맞춘듯이 그리되어 다들 너무 좋아하셨다. '돌아가신지 벌써 몇년이 되었지?' 얘기를 나누며 도착하여서는 꽃을 꽂으면서, 봉분의 풀을 뜯으면서, 주변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훔치신다.
밤에는 어머낫! 윷을 준비해와서 윷놀이를 하신다. 한판에 천원씩 묻어두고 부부끼리 한편먹고 짝이 없는 사람끼리 또 한편이 된다. 윷말을 쓰면서 티격대시고 퐁당, 임신 이런거에 걸려서 웃음보가 터지시고 어린아이들 떼쓰듯이 노시는 모습이 참 귀엽고 예쁘시다
둘째날은 가까운 현충사 나들이 가고 몸보신으로 40년 전통의 영양탕 드시고, 온양온천에서 따끈하고 시원하게 몸을 풀었다. 현충사는 예전에 갔을때보다 멋있고 깔끔한 건물이 입구에 들어서있어서 더 좋지않았다. 이제는 그런 현대적인 것이 왜이리 밉고 보기싫은지...
셋째날은 돌아가는 날이라 가까운 유관순기념관에 들러 그늘 좋은 공간에 앉아 아이스크림도 먹고 '인제 또 언제 이래 다 만나겠노?' '이쁜 조카야! 너랑 소*이가 많이 애썼고 고마웠어. 정말 꿈같은 여행이라 더 즐겁고 재밌었어' 폭풍칭찬을 듣는 훈훈한 감동의 시간을 가졌다. 마침 병천장이 열리고있어 이것저것 구경하기에 좋을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이라 복잡하고 걷는걸 힘들어하셔서 바로 유명한 병천순대를 드시고, 외삼촌과 남동생이 준비해둔 『명불허전 천안 호두과자』를 두봉지씩 들고, 아쉬움과 또 만나자는 기대를 나누면서 헤어졌다. 도착해서는 행복했던 순간을 찍은 사진들을 보내고 남은 여운을 문자로 주고받았다.
언젠가 친구가 부모님을 모시고 1박2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돌아가시고나니 '그때 참 잘했구나'라는 생각에 위안이 좀 되더라고했다. 이번여행을 다녀오고 엄마 아빠가 너무 좋아하시고 이모, 외삼촌 앞에 맏이로 얼굴도 선다고하시니 나도 '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곁에서 지금도 무언가를 해줘야한다고 이것저것 부쳐주시고, 우리가 가히 생각하지 못하는 사랑을 주시는 엄마 아빠! 자식을 시집 보내고 손녀를 안아보니 또 더 크게 부모님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건강하실때 많이 모시고 다니고 찾아뵙길 자주 하자고 다짐합니다.
현충사 오르는 길에서 주저앉으신 다리 아픈 큰이모 경로우대 받는 우리 귀염둥이막내이모, 맏언니울엄마, 큰외숙모
잠깐 들른 우리딸 - 여인4대 : 엄마, 나, 딸, 손녀 - 나이가 들수록 좋은 우리 자매
4대가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사진 찍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머풀러, 바지, 등..하나씩 돌리는 어르신놀이 문화로 얻어입고 폼냄-
첫댓글 닉네임도 예쁜샘님 마음씨도 예쁘시고
미인이시고 거기에다 효심까지 갖추셨으니
ㅎㅎㅎ 참말로 훌륭하십니다.
어머님이 많이 행복하셨겠어요.
맘은 늘 짧은 여행이라도 해야지...하지만
실천이 잘 안되는 저로서는
제코가 석자란말 때문에 미루기만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급해집니다.
부모님과 이모님들도 행복한 추억 하나 만드셨네요..
예쁜따님과 손녀도...
나비솔님 지금 너무 덥고 비와서 더 찍찍한데 좀 아까 커피타임(수다방)들러서 아이스커피 시원하게 쫙~ 잘 마시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천안살던때가 영상으로 주루룩~~~
무엇보다 병천순대가 땡기네요ㅋㅎ
쌤글을 읽어내려오며 엄마생각, 언니 생각 하다가
이모님을 뵈러가야겠단 생각이 급해집니다
직장다니랴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못뵌지가 몇해인지..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들만 둘이라 저를 딸처럼 예뻐하시고
자주 불려갔었는데..
손녀도 얻으셨군요 축하드려요!
'행복이란 지금 내게 있는것을 누리는것이다'
행복을 누리면서 베푸줄아는 예쁜선생님
복 많이 받으세요 ^-^
더운데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워서 아기가 땀띠나고 찡찡거려 안쓰러워요..이 여름 보낼 우리딸이랑 손녀가 걱정됩니다..ㅉㅉ
예쁜 음샘 부럽입니다아 행복해 집니다
자매가 있어
울 엄니에게 오늘은 전화라도 한통 해야 겠어요
너무너무 행복해 보여서 저도 덩
어제 저녁에도 동생네가서 맛있는 삼계탕 얻어먹고 저는 흉내도 못내는 가지구이 먹고와서 행복했슴다.. 여동생이 있어서 너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