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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원경' 시리즈...죽음과 삶이 중첩된 ‘혼종의 공간’ 9월 12일(목)부터 9월 25일(수)까지 갤러리 내일서 개최 |
[미술여행=윤경옥 기자]갤러리내일이 죽음과 삶, 현재와 과거가 동시적으로 중첩되고 얽혀 있는 ‘혼종의 공간’을 인식하고 작품의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는 조강신 작가를 초대해 2024 기획초대전인 "조강신 초대전(展)": 묘원경(妙園境)을 개최한다.
오는 9월 12일(금)일부터 9월 25일(수)까지 열리는 조강신 작가의 ‘묘원경 (妙園境)’전시에서는 작가가 2010년경부터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는 '묘원경'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진: 조강신 포스터_A3(297x420mm)
작가는 죽음과 삶에대해 집중하고 있다. 조강신은 과거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의 과정을 지켜보고 그에 영감을 받아 죽음과 삶, 현재와 과거가 동시적으로 중첩되고 얽혀 있는 ‘혼종의 공간’을 작품의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다.
'묘원경' 시리즈는 조강신이 2010년경부터 캔버스위에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조강신은 경험했던 죽음, 예시로 큰 로드킬 당한 고양이 사건에서 비롯된 체험으로,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나무는 죽은 고양이의 혼령을 흡수한 듯 동물성을 띠고 있고, 때로는 동물 형상의 열매를 맺기도 한다.
사진: 양재천 풍경 117x91cm oil on canvas 2024
동식물의 이종교배를 한듯한 형상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변형을 이루고 있다. 삶과 죽음, 주체와 객체 같은 이분법을 초월한 생명력이야말로 작가가 추구하는 대상이다. 또한 묘원경이라는 혼종의 공간을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죽음과 삶이 중첩된 ‘혼종의 공간’
최광진(미술평론가)
과천의 산자락에 자리한 조강신의 비닐하우스 작업실은 길고양이들의 숙식처다. 갈 곳이 없는 길량이들에게 쉴만한 장소를 제공하고 사료를 챙겨주며 호의를 베푼 덕분이다.
어려서부터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녀는 십수 년 전 어느 겨울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서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를 목격한 것이다.
그 길을 계속 지나다녀야 했던 그녀는 그곳에서 가죽만 남은 고양이가 서서히 먼지로 변해 산화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그로부터 두세 달이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이른 봄날, 여전히 사고 장소를 지나면서 그녀는 나무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는 순간 뭉클한 감동이 일어났다. 추위를 견뎌내고 새싹을 틔우는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이 죽은 고양이의 변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에서 탄생은 삶의 시작이고 죽음은 삶의 끝이기에 삶과 죽음은 공존할 수 없다. 이 죽음의 공포야말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이어서 우리는 삶에 집착하고 삶의 연장을 위해 종교를 만들고 의학을 발달시켜 왔다. 만약 우리 의식이 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면 대우주의 순환법칙을 거시적으로 관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그녀는 봄날에 싹을 틔우는 나무의 생명력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동시에 소멸해 가는 죽은 고양이의 기억을 떠올림으로써 현재의 감각과 과거의 기억이 비선형적으로 중첩되고 얽혀 있는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사진: 양재천 풍경 162.2x130.3cm acrylic on canvas 2024
이후 죽음과 삶, 현재와 과거가 동시적으로 중첩되고 얽혀 있는 ‘혼종의 공간’은 조강신의 작업을 이끄는 핵심 주제가 되었다. 2010년경부터 제작한 <묘원경(猫源境)> 시리즈는 로드킬 당한 고양이 사건에서 비롯된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작품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나무는 죽은 고양이의 혼령을 흡수한 듯 동물성을 띠고 있고, 때로는 동물 형상의 열매를 맺기도 한다. 동물과 식물이 이종교배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러한 형상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고집하지 않고 서로를 탐닉하며 자유로운 변형을 이루고 있다. 어떤 고정된 개성체가 아니라 잠재태로서의 형상들은 타자의 신체와 동등하게 공명을 이루며 무한히 변해가는 가능성에 열려 있다. 그래서 동물 같은 식물, 식물 같은 동물이 중성화되어 변해가는 낯선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양재천 풍경 72.7x60.6cm oil on canvas 2024
이러한 세계에서 삶과 죽음, 동물과 식물 같은 이분법적 분류는 내파되고, 우리의 편견이 만들어낸 우열이나 주종의 관계 역시 무의미해진다. 특히 보색들이 충돌하는 과감한 색채의 대비는 조화로움보다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만, 음과 양처럼 이질적인 대립이 상호작용하며 하나를 이루는 우리의 현실을 은유하는 듯하다. 이러한 장면은 상징주의나 초현실주의에서처럼 꿈이나 환상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파편화된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전시 타이틀을 동명의 <묘원경(妙園境)>으로 바꾸었다. 이는 고양이 ‘묘(猫)’를 묘할 ‘묘(妙)’로 바꾸어 고양이 로드킬이라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개념적인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죽음과 삶이 혼종된 공간은 사실 우리 삶에서 종종 발견된다. 그녀의 기억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또 다른 사건은 어린 시절 집에서 기르던 개의 죽음이다. 개가 수명이 다해서 마당 장독대에서 서서히 숨을 거두어 갈 때, 이를 감지한 파리들이 개의 입 안에 하얀 알들을 너무도 가지런하게 까 놓은 것이다. 그 장면에서 그녀는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개에게서 비극적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하얀 알들에서 신비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처럼 죽음과 탄생, 추함과 아름다움이 중첩된 공간은 이상적인 유토피아도 아니고 어두운 디스토파아도 아니다. 굳이 규정한다면 ‘헤테로토피아(hétérotopie)’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푸코가 이름 붙인 헤테로토피아는 ‘다른’, ‘다양한’, ‘혼종된’이라는 의미의 헤테로(heteros)와 ‘장소’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합쳐진 개념이다. 푸코는 모든 장소 바깥에 있는 이상향으로서 유토피아의 개념과 대비시켜 헤테로토피아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장소를 가지는 유토피아”라고 정의했다. 이는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지금-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실제로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유토피아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은 우리가 평소 알고 느끼던 진부한 장소와는 다른 이질적인 혼종성으로 재배치된 현실이다.
사진: 양재천 풍경 90.9x72.7cm oil on canvas 2024
이번에 새로 제작된 조각들은 회화에서 시도한 혼종의 공간을 입체로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기다랗고 하얀 몸통을 지닌 나무의 형상은 각종 동물과 영혼의 교배를 이룬 탓인지 관절이 있는 중성적인 형태로 변해 있다. 아직은 나무의 형상에 가깝지만, 움직임이 자유로운 동물성의 활동으로 머지않아 움직일 거 같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흰 몸통과 대비를 이루는 상단 끝부분의 연두색은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부활을 일구어내는 불굴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삶과 죽음, 주체와 객체 같은 이분법을 초월한 이 불굴의 생명력이야말로 작가가 추구하는 궁극의 대상이다. 니체가 노예도덕을 부수고 ‘힘에의 의지’를 통한 초인을 갈구한 것처럼, 그녀는 현대 사회가 이분법적 잣대로 규정하고 억압한 힘을 해체하여 주객일체의 생명작용을 복원하려는 듯하다. 이처럼 <묘원경>의 혼종 공간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어떤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즉흥의 힘이 창조한 공간으로서 보는 이에게 현상학적인 만남을 제공하고 있다. -최광진(미술평론가)
사진: 양재천 풍경193.9x130.3cm oil on canvas 2024
조강신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1993)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했다.
▲2022 묘원경(妙園境- 죽음과 삶이 중첩된 혼종의 공간) - 금호미술관 (서울), ▲2013 묘원경II(생성과 소멸의 풍경) - 리더스 갤러리 수 초대 (리더스 갤러리 수, 서울), ▲2011 묘원경(描源境) - 에이블 파인아트 갤러리 초대 (에이블 파인 아트갤러리, 서울), ▲2005 fragmentary memory (시선 갤러리, 서울), ▲1993 생성기 (관훈 갤러리, 서울)개인전과 1990년부터 2024년 까지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조강신은 △1991 MBC미술대전 (특선,예술의 전당,서울),△미술세계 공모전 (특선,경인미술관,서울),△1992 동아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서울),△1993 MBC미술대전 (예술의 전당,서울)수상 작가다.
●묘원경(妙園境)..."조강신 초대전(展)" 전시안내
전시명: 묘원경(妙園境)..."조강신 초대전(展)"
전시기간: 9월 12일(금)일부터 9월 25일(수)까지
참여작가: 조강신 작가
전시장소: 갤러리내일(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 B2)
전시문의: 갤러리 내일(02.2287.2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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