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의 대부분을 내가 알고 행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과학자들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행하는 것은 10퍼센트도 안 되고 대부분은 나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이 위에서 소화가 되고 장에서 흡수가 되고 혈액으로 순환되는 과정의 대부분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알지 않습니까. 이런 몸의 신진대사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생각, 움직임도 거의 다 습관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모르게 습관화되어 있는 말과 행동
예를 들어, 우리가 자전거를 처음 탈 때에는 ‘이렇게 탄다’, ‘저렇게 탄다.’ 하고 의식을 하며 긴장을 해서 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데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자전거를 타면서 어떻게 탄다는 의식을 거의 하지 않고 저절로 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몇 번 반복되면 그것이 습관화가 되고, 더 익숙해지면 자동화가 됩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좋은 점도 많이 있습니다.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어서 매우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생깁니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떤 손실이 있을지 내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나도 모르게 행동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한다.’라고 표현합니다. 인도 전통 사회에서는 이것을 ‘카르마’라고 불렀습니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행위는 스스로 제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태어날 때 그렇게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전생에 한 행위에 의해 주어진 것이다.’, ‘하느님의 뜻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것은 운명도 아니고, 전생에 의해 주어진 것도 아니고, 다만 형성된 것이다. 형성된 것은 항상하지 않고 변화한다.’ 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러한 카르마를 바꿀 수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행위를 내가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집중해서 살피지 않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집중해서 살피면 그 행위가 일어날 징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화를 다스리는 방법
어떤 행위가 일어날 징조 중에 하나가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를 관찰해 보면 몸에 열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장이 뛰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현상을 보고 내 카르마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몸의 감각이 먼저 반응합니다. 이어서 그것에 기반을 둔 기분 나쁨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내가 감지할 수가 있게 됩니다. 화가 점점 커지면 바깥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화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하고 말하지만, 조금만 관찰해 보면 화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을 지나서 화가 나옵니다.
그런데 화를 내게 되면 반드시 과보를 받습니다. 상대가 기분이 나쁘다든지, 관계가 틀어진다든지, 많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이런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화를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화를 내지 말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그러면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마음속에서는 화가 일어나는데 바깥으로 표출을 하지 않으면 내부에 스트레스가 자꾸 쌓이게 됩니다. 내부에 압력이 계속 커지면 결국에는 바깥으로 터져 나오게 되듯이 몇 번 참았다가 화를 내게 되기 때문에 더 크게 화를 내게 됩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또 반성을 하게 되고, 그래서 또 참게 됩니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화를 참는 것은 화를 내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해결책은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화를 내지 말자’ 하고 참기 이전에 ‘내가 지금 화가 나 있는 상태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화가 날 때 ‘아, 내가 지금 화가 나는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편에게 내 상태를 알리면 됩니다. 화를 내지 말고 ‘제가 지금 화가 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알리는 거예요. 화를 낸다는 것은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상대의 기분이 나빠집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화가 나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은 상대를 탓하는 게 아니라 내 상태를 그냥 알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가 나는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은 화를 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유용하지만 이미 화가 난 상태이기 때문에 알아차림을 한참 유지해야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집중하고 예민하게 깨어 있어서 화가 날 징조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몸에 열기가 난다든지, 심장이 뛴다든지, 기분이 약간 나쁘다든지, 이런 상태를 바로 알아차리면 조금만 지나면 화가 가라앉게 됩니다. 우리가 명상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감각을 알아차리고, 느낌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하면 나도 모르게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일어나는 과정을 내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나의 카르마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령 상대가 나를 비난하거나 내가 어떤 못마땅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내 카르마가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지 예측이 됩니다. 그럴 때 ‘자기가 자기를 안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알게 되면 원하지 않는 상황을 피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가면 내가 이렇게 반응을 할 거니까 이런 상황에는 가능하면 안 가겠다.’ 이렇게 자기가 재앙을 예방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나는 이런 반응을 할 것이다.’ 하고 예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반응하는 강도가 매우 약해집니다. 또한 반응이 나도 모르게 일어났더라도 반응이 일어난 후에 상대를 탓하지 않습니다. ‘제가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바로 사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나를 알아차리는 백일, 나를 변화시키는 천일
이것만 해도 되지만 그다음 단계로 나의 카르마를 바꿔야 되겠다 싶으면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랫동안 반복된 행위에 의해 이미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미 형성된 것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붓다 담마를 배워서 마음 작용의 원리를 알아야 하고, 둘째, 카르마를 변화시키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기 업식이 무엇인지 알려면 보통 백일 정도의 꾸준한 수행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기울여서 알아차림을 연습하면 백일 정도가 지났을 때 자기 업식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단박에 알 수도 있고, 백일이 지났는데도 모를 수 있어요. 그러나 평균적으로는 백일 안에 자기의 업식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카르마가 변화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략 천일, 즉 3년 정도는 꾸준히 수행을 해야 변화가 옵니다. 어떤 것은 자각하는 즉시 변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3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요. 그러나 보편적으로 3년이 지나면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주위 사람들도 나의 변화를 조금씩 알아차리게 됩니다. 같이 사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너 요즘 화가 많이 줄었다.’, ‘너 요즘 고집을 덜 부리네.’ 이렇게 감지할 만큼 변화가 일어납니다. 물론 더 꾸준히 해야 되지만 ‘아, 변했구나.’ 하는 최소한의 변화를 주위에서 느낄 수 있으려면 대략 3년은 수행을 해야 됩니다.
함께 수행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
한국 속담에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삼일 하다가 그만둔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어떻게 백일을 하고, 어떻게 천일을 하겠어요? 그래서 함께 손을 잡고 서로 격려해 가면서 같이 수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침에 서로 연락해서 ‘수행하자!’ 하고 깨워 주기도 하고, 누가 포기하면 전화해서 격려하기도 하고, 이렇게 함께 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 천일결사 프로그램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처음 입재하신 분들은 천일결사 프로그램의 취지가 이렇다는 것을 잘 알고 정진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이렇게 마음을 내지만, 모레가 되면 벌써 하기가 싫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 가지 핑곗거리가 생겨납니다. ‘부처님이 절을 하셨나?’ 이렇게 의문이 듭니다. ‘꼭 절을 해야 되나?’, ‘굳이 아침에 수행을 해야 되나?’, ‘절을 한다고 깨달을 수가 있나?’, ‘깨닫는다고 뭐가 좋아지나?’ 이렇게 수많은 거부 반응이 일어나서 중간에 그만두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격려하면서 위기를 하나씩 넘어가야 합니다. 적어도 3년이 지나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니 ‘3년은 꾸준히 해 본다. 나중에 그만두더라도 3년 하고 나서 그만둔다.’ 이런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번 백일 기간은 세상이 무척 혼란스러운 만큼 나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의 평화를 위해 정진한다는 관점을 갖고 정진을 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