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공동체에 한 며칠 교육이 없어서,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물론 월말이기도 했고 거기로 간지 한 달이 된 시점이기도 해서, 서울 생활의 단속을 위해 돌아와야만 할 일도 있었지만요.
무엇보다도 우선 제 기를 확 꺾었던 건,
역시 '한낮의 열기'였습니다.
봉화도 더웠다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한 달 정도를 거기서 보냈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나 모를 일이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보니,
어서 빨리 내려가고만 싶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주말까지는 머물어야 하는데요,
그래도 '열대야의 기세'는 꺾인 더위라 듯 습도까지 높지는 않아서,
저녁 무렵부터는 견딜 만은 했는데,
또 밤에는 쌀쌀해서 문을 닫아야만 했답니다.
그리고 오늘(29 일),
저는 서울에서의 며칠을 위한 장을 보러 가야만 했는데,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잘 나가질 않아서 보니,
뒷바퀴에 바람이 제법 빠져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장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자전거 포'에 갔는데,
아, 그 게... 제가 없었던 한 달 사이에 없어져버렸드라구요.
그래서 그 주변의 철물점에 가서 물었더니,
"다른 데로 이사한 게 아니고, 장사를 그만 두었답니다." 하는 거 아니었겠습니까?
아!
그 순간 제 맥이 다 풀리는 기분이드라구요.
이제, 앞으론... 어딜 가서 자전거 바람을 넣는다지?
이런 세태에 밀린 건지, 아니면 기후의 변화에 밀린 건지... 옛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세상,
결코 좋지 않은 감정이었답니다.
주변의 한 '부동산'을 지나며, '자전거 포'에 대해 물으니,
"이 근방은 없고, (중랑구)'묵동' 쪽에나 가봐야 할 걸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하는 수 없이, 끌기도 하면서 자전거로 장을 봐오긴 했는데요,
그런 뒤,
이제는 '대상포진'으로 예약돼 있던 병원에 갔습니다.
날이 어찌나 뜨거운지, 우산을 챙겨들고(양산으로 쓰고) 갔는데요,
병원의 에어컨도 시원하지가 않드라구요.
그런데 오늘 날씨도 만만치가 않았고,
점심을 챙겨 먹고 낮잠까지 자고 일어났는데도,
머릿속이 멍해서(판단력마저 희미해져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일기 예보'를 보니,
동해안과 경북북부 지방은 '폭염주의보'에서도 해제가 돼 있던데,
어서 빨리 봉화로 돌아가고 싶기만 했는데,
다른 일도 있고 해서 주말까지는 머물러 있어야만 하기 때문에,
올 여름 들어 처음으로 '빤스바람'에 오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답니다.
더구나 서울의 '내 자리'는 에어컨마저 없어서, 다른 방법이 없었는데요,
(제가 서울에 있었다면, 여름 내내 그렇게 지내야 했을 겁니다만......)
내일은 '혈액검사'도 받아야 하고, 또 도심에 나갈 일도 있어서...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는데요,
올 여름 더위도 여간 힘든 게 아니군요.
그 뿐만 아니라,
세상이 왜 이리 낯설게만 느껴지던지요...... (예전엔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나마 지금은 막바지라 약간의 희망은 있지만,
이렇게 해마다 여름이 더워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 걱정이 아니 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