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서둘렀다. 외출하는 날은 이런저런 일로 아침이 더 바쁘기 마련... 잠실에서 8시 출발이니 집에서 6:45에 나서면 넉넉하다. 영등포에서 바로 잠실로 온 버스는 다른 날보다 일찍 도착, 건대입구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다 옥경이의 전화 받다.
잠실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니 세 친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하하호호 웃음소리 섞어가며 수다에 빠진 우리들, 안 온 사람 기다렸다 출발하느라 잠시 지체. 인원이 많아서 대형버스 두 대가 간다 하였다. 헉~ 출발 전날 갑자기 인원 미달로 못 가게 되었다는 다른 여행사 전화 생각하면 우스운 일... 갑작스런 취소 소식에 얼마나 놀랐는지...
부랴부랴 다른 여행사로 연락하여 무조건 예약했다는 가슴졸인 에피소드가 있었느니라.
어쨌든 출발! 경희는 배가 너무 고프다고 밥타령.
너도나도 가져온 과자, 사과 미리 먹고... 커피도... 하긴 아침 일찍~ 꼭두새벽에 나서느라 힘들었을 게야. 배가 고픈 차에 먹으면 더 맛있느니라 ㅎㅎ. 차 안에서 찰밥에 반찬 네 가지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 물도 한 통씩 배달되고... 옥경이 그날 수고 많았당. "친구들아, 차 안에서의 간편한 아침식사도 그런대로 괜찮았지? 그게 재미 아니겄냐~~~"
여주휴게소에서 한 번 쉰 버스는 바로 봉평 무이예술관으로. 무이예술관은 옛 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지방문화공간. 봉평 메밀꽃 덕분에 이 예술관의 가치도 높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예술인 4인의 작품실과 전시실, 야외조각공원, 메밀밭까지.. 봉평의 다른 지역보다 빨리 핀 메밀꽃을 볼 수 있다는 안내에 한껏 폼 잡으며 몇 컷. 인자 폼 잡아 봤자지만 ㅋㅎ~
'어쨌든 그럴 땐 다들 순수 소녀가 되는 것 같았어.'
'춘희 폼 좋더라. 원판이 좋아서...
이카마 또 누구 삐지는 거 아인가 모르겠다만 ㅋㅋ...'
'사실은 다 좋더라. 사진 잘 나왔더라.'
점심 먹으러 가는 길, 우리가 제일 늦게 버스를 탔다. 마음이 제일 어렸는지 다른 팀보다 오래도록 경치를 즐긴 모양... 점심은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으로 때웠다. 차에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많이 해서 인지 정작 메밀국수는 다 먹지도 못하고 ㅋㅋ..
면소재지에 접어들자 차가 나아가지를 않는다. 도로변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이동 중인 차도 많은 까닭. 효석문화제 기간에다 휴일까지 겹쳐서 차가 많더라니.. 결국 주차장까지 들어가지를 못하고 길가에 주차. 우리는 내려서 갈 수 밖에... 게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내리자마자 얼굴은 찡그려지고... "아이구~ 날이 와 이런노." 다들 첫걸음부터 심상찮음을 느꼈다.
100m쯤 걸으니 흥정천 봉평교 입구에 도착.
손님을 맞는 <메밀꽃 필 무렵> 목장승 앞을 지나 섶다리를 건넜다. 흔들흔들 재미가 좋을 법도 하건만 모두들 죽을상.. 3탓(날씨탓, 몸탓, 신발탓)을 하며 다리를 건너 만난 메밀밭. 키는 덜 자랐으나 여기도 제법 꽃이 만발하였다. 그늘도 딱히 없는 곳... 경희가 3탓을 다시 한다. "경희야, 날씨탓 몸탓(하필~ㅎㅎ~)이야 우짤 수 없는 기고, 다음엔 꼭 운동화 잘 찾아 신고 오이래이."
다들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다며 털레털레 걸어서 몸을 움직인다.
배가 부르니 음식점이 널려 있어도 먹을 수가 없고... 코스모스, 백일홍, 다알리아, 해바라기가 반기는 길을 지나 물레방앗간에 닿았다.
소설 속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인연을 맺은 곳...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물이 반가워서 한 컷.
방앗간 옆 비에는 소설 속 한 장면이 새겨져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디딜방아, 물레방아 방앗간도 들여다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메우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본 식물원이 보인다.
그곳에선 '메밀꽃 필 무렵' 한 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 메밀꽃 필 무렵 >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거리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었으나,
석유 병이나 받고 고깃 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
.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 허리에 걸려 있다......"
.
.
--- < 일부 발췌> ---
내부가 너무 더워서 짧은 소설이지만 다 읽지도 못하고 밖으로...
'냉방장치라도 좀 해 두지 원. 사람 떠 죽겠네.' 한낮인데다 더위는 극에 달했다. 느낌온도 40도는 족히 되었으리라. '내~ 그러키 더운 날은 첨 봤다카이.'
친구들의 폼새로 보아선 이효석 문학관으로 가는 계단길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평지길을 따라 효석 생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800m 남았다는 이정표에 누구누구(?)는 걱정이 타악 되는 표정. "하이구~ 이 일을 우짜마 좋노. 봉평 봉평 카민서 베라가 왔는데... 하필 이리도 더운 날 걸릴 게 뭐꼬." "그렇지만 어쩌랴... 생가까지는 가야 안 되겠나..." 그런데 어라~ 생각보다 가까이에 생가가 보인다. 이곳은 다시 복원한 곳이었던 것. 원 생가 소유주와 타협이 안 되어 그런 모양. 효석문화제 기간이라 그런지 입구에는 시화로 장식한 모습... 곧이어 문화해설사인 모양의 성대감이라는 유랑시인이 찾아와 이효석의 생애에 대하여 풀어 놓는다. "이효석은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봉평, 서울, 봉평, 평창읍내를 오가며 보냈으며, 고교(현 경기고)와 대학(현 서울대)은 서울에서, 함경도 경성에서 농업학교 교사생활, 그리고 평양 정착기... 그 때 많은 글을 썼다. 1936년 <메밀꽃 필 무렵> 발표, 1940년 아내와 차남을 잃고 실의에 빠졌으며, 1942년 36세에 뇌척수막염으로 요절했다."는...
복원한 생가 옆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평양집이 재현되어 있었다. 디카 들고 거기를 오른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오르고... 고개를 삐죽 내밀어 안을 들여다 보니 아직 미개관이란다. 집기 넣어서 내년 쯤에나 문을 열 거란다.
이효석의 무덤이 어디 있냐는 말에 지금은 파주에 있단다.
원래 봉평에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파주동화경모공원으로 모셨다는 것. 평양집을 나와 '에라 모르겠다'하며 발길을 원생가터로 돌린다. 그 땡빛에 수백m를 다녀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 생가가 있는 줄도 모르고 돌아서 가기도 한다. 양산을 들었지만 소용없을 정도의 무서운 볕... '내~ 세상에 이래 더운 날 진짜 첨 봤네.' 몇몇 사람들이 원생가를 둘러보고 있었다.
초가였으나 후일 기와를 얹게 된 곳이지만 그래도 정감이 느껴지던 곳. 양 옆에 음식점이 들어서 있어서 좀 그렇긴 하더라만... 친구들 보여줄 생각으로 다시 몇 컷... 돌아오는 길에 옥경이의 전화가 울린다. "응. 그래. 이제 내려 가자." 'ㅎㅎ~ 예까지 간 줄은 몰랐을 끼다. ㅋㅋ..' 갈 땐 몰랐는데, 내려올 땐 뛰다시피 하느라 다리가 아팠다.
친구들은 한참 쉰 탓인지 다들 생기가 좀 있어 보이는 듯~ 봉평까지 왔으니 메밀묵이라도 먹자며 음식점 찾아 맛보고, 메밀가루도 하나씩 사고...
돌이켜 생각하니 메밀차를 못 산 게 조금 후회가 되네.
요즘 메밀차를 끓여 먹는데, 그 맛이 구수하니 일품인지라... 가산공원에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경희는 여전히 몸이 좋지 않은지 그냥 가자를 반복한다. 다들 끝까지 살피려는 의지가 없는 듯... ㅎㅎ 순전히 날씨탓~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그래도 할 수 없다. 과반 의견에 따르자. ㅋㅋ' 버스는 한 쪽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버스 안이 찜통이라 밖에서 잠시 쉬었다. 사람들 하나둘 돌아와서 버스 에어컨 작동 요청하고...
15:30 예정했던 출발 시각에 서울로... 일요일이라 영동고속도로 조금 밀리는 모양. 문막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여주, 국도로 이천을 거쳐 서이천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탔다. 이천휴게소에서 잠시 휴식과 저녁 식사.
춘희는 연신 신기해 한다.
"야야~ 35,000원에 세 끼 다 주고 차비 하고... 여행사에 남는 거 있겠나?"
이어 넷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는 편안히 차 타고 가기만 하면 되고,
주는 거 먹기만 하면 되니 좋은데...."
"다음 번엔 전어 먹으러 가자."
"난 대하가 먹고 싶은데......"
"그러면 다 가자. ㅎㅎ~"
오가는 대화 속에 벌써 서울이다. 잠실 도착 7시 정도 되었나~~~ 그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 다음 날 출근을 생각하면 일찍 도착한 게 참 다행이었다.
아침 일찍 서둘렀다. 외출하는 날은 이런저런 일로 아침이 더 바쁘기 마련... 잠실에서 8시 출발이니 집에서 6:45에 나서면 넉넉하다. 영등포에서 바로 잠실로 온 버스는 다른 날보다 일찍 도착, 건대입구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다 옥경이의 전화 받다.
잠실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니 세 친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하하호호 웃음소리 섞어가며 수다에 빠진 우리들, 안 온 사람 기다렸다 출발하느라 잠시 지체. 인원이 많아서 대형버스 두 대가 간다 하였다. 헉~ 출발 전날 갑자기 인원 미달로 못 가게 되었다는 다른 여행사 전화 생각하면 우스운 일... 갑작스런 취소 소식에 얼마나 놀랐는지...
부랴부랴 다른 여행사로 연락하여 무조건 예약했다는 가슴졸인 에피소드가 있었느니라.
어쨌든 출발! 경희는 배가 너무 고프다고 밥타령.
너도나도 가져온 과자, 사과 미리 먹고... 커피도... 하긴 아침 일찍~ 꼭두새벽에 나서느라 힘들었을 게야. 배가 고픈 차에 먹으면 더 맛있느니라 ㅎㅎ. 차 안에서 찰밥에 반찬 네 가지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 물도 한 통씩 배달되고... 옥경이 그날 수고 많았당. "친구들아, 차 안에서의 간편한 아침식사도 그런대로 괜찮았지? 그게 재미 아니겄냐~~~"
여주휴게소에서 한 번 쉰 버스는 바로 봉평 무이예술관으로. 무이예술관은 옛 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선 지방문화공간. 봉평 메밀꽃 덕분에 이 예술관의 가치도 높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예술인 4인의 작품실과 전시실, 야외조각공원, 메밀밭까지.. 봉평의 다른 지역보다 빨리 핀 메밀꽃을 볼 수 있다는 안내에 한껏 폼 잡으며 몇 컷. 인자 폼 잡아 봤자지만 ㅋㅎ~
'어쨌든 그럴 땐 다들 순수 소녀가 되는 것 같았어.'
'춘희 폼 좋더라. 원판이 좋아서...
이카마 또 누구 삐지는 거 아인가 모르겠다만 ㅋㅋ...'
'사실은 다 좋더라. 사진 잘 나왔더라.'
점심 먹으러 가는 길, 우리가 제일 늦게 버스를 탔다. 마음이 제일 어렸는지 다른 팀보다 오래도록 경치를 즐긴 모양... 점심은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으로 때웠다. 차에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많이 해서 인지 정작 메밀국수는 다 먹지도 못하고 ㅋㅋ..
면소재지에 접어들자 차가 나아가지를 않는다. 도로변에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이동 중인 차도 많은 까닭. 효석문화제 기간에다 휴일까지 겹쳐서 차가 많더라니.. 결국 주차장까지 들어가지를 못하고 길가에 주차. 우리는 내려서 갈 수 밖에... 게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내리자마자 얼굴은 찡그려지고... "아이구~ 날이 와 이런노." 다들 첫걸음부터 심상찮음을 느꼈다.
100m쯤 걸으니 흥정천 봉평교 입구에 도착.
손님을 맞는 <메밀꽃 필 무렵> 목장승 앞을 지나 섶다리를 건넜다. 흔들흔들 재미가 좋을 법도 하건만 모두들 죽을상.. 3탓(날씨탓, 몸탓, 신발탓)을 하며 다리를 건너 만난 메밀밭. 키는 덜 자랐으나 여기도 제법 꽃이 만발하였다. 그늘도 딱히 없는 곳... 경희가 3탓을 다시 한다. "경희야, 날씨탓 몸탓(하필~ㅎㅎ~)이야 우짤 수 없는 기고, 다음엔 꼭 운동화 잘 찾아 신고 오이래이."
다들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다며 털레털레 걸어서 몸을 움직인다.
배가 부르니 음식점이 널려 있어도 먹을 수가 없고... 코스모스, 백일홍, 다알리아, 해바라기가 반기는 길을 지나 물레방앗간에 닿았다.
소설 속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인연을 맺은 곳...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물이 반가워서 한 컷.
방앗간 옆 비에는 소설 속 한 장면이 새겨져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디딜방아, 물레방아 방앗간도 들여다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메우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본 식물원이 보인다.
그곳에선 '메밀꽃 필 무렵' 한 권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 메밀꽃 필 무렵 >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거리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었으나,
석유 병이나 받고 고깃 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
.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 허리에 걸려 있다......"
.
.
--- < 일부 발췌> ---
내부가 너무 더워서 짧은 소설이지만 다 읽지도 못하고 밖으로...
'냉방장치라도 좀 해 두지 원. 사람 떠 죽겠네.' 한낮인데다 더위는 극에 달했다. 느낌온도 40도는 족히 되었으리라. '내~ 그러키 더운 날은 첨 봤다카이.'
친구들의 폼새로 보아선 이효석 문학관으로 가는 계단길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평지길을 따라 효석 생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800m 남았다는 이정표에 누구누구(?)는 걱정이 타악 되는 표정. "하이구~ 이 일을 우짜마 좋노. 봉평 봉평 카민서 베라가 왔는데... 하필 이리도 더운 날 걸릴 게 뭐꼬." "그렇지만 어쩌랴... 생가까지는 가야 안 되겠나..." 그런데 어라~ 생각보다 가까이에 생가가 보인다. 이곳은 다시 복원한 곳이었던 것. 원 생가 소유주와 타협이 안 되어 그런 모양. 효석문화제 기간이라 그런지 입구에는 시화로 장식한 모습... 곧이어 문화해설사인 모양의 성대감이라는 유랑시인이 찾아와 이효석의 생애에 대하여 풀어 놓는다. "이효석은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봉평, 서울, 봉평, 평창읍내를 오가며 보냈으며, 고교(현 경기고)와 대학(현 서울대)은 서울에서, 함경도 경성에서 농업학교 교사생활, 그리고 평양 정착기... 그 때 많은 글을 썼다. 1936년 <메밀꽃 필 무렵> 발표, 1940년 아내와 차남을 잃고 실의에 빠졌으며, 1942년 36세에 뇌척수막염으로 요절했다."는...
복원한 생가 옆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평양집이 재현되어 있었다. 디카 들고 거기를 오른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오르고... 고개를 삐죽 내밀어 안을 들여다 보니 아직 미개관이란다. 집기 넣어서 내년 쯤에나 문을 열 거란다.
이효석의 무덤이 어디 있냐는 말에 지금은 파주에 있단다.
원래 봉평에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파주동화경모공원으로 모셨다는 것. 평양집을 나와 '에라 모르겠다'하며 발길을 원생가터로 돌린다. 그 땡빛에 수백m를 다녀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 생가가 있는 줄도 모르고 돌아서 가기도 한다. 양산을 들었지만 소용없을 정도의 무서운 볕... '내~ 세상에 이래 더운 날 진짜 첨 봤네.' 몇몇 사람들이 원생가를 둘러보고 있었다.
초가였으나 후일 기와를 얹게 된 곳이지만 그래도 정감이 느껴지던 곳. 양 옆에 음식점이 들어서 있어서 좀 그렇긴 하더라만... 친구들 보여줄 생각으로 다시 몇 컷... 돌아오는 길에 옥경이의 전화가 울린다. "응. 그래. 이제 내려 가자." 'ㅎㅎ~ 예까지 간 줄은 몰랐을 끼다. ㅋㅋ..' 갈 땐 몰랐는데, 내려올 땐 뛰다시피 하느라 다리가 아팠다.
친구들은 한참 쉰 탓인지 다들 생기가 좀 있어 보이는 듯~ 봉평까지 왔으니 메밀묵이라도 먹자며 음식점 찾아 맛보고, 메밀가루도 하나씩 사고...
돌이켜 생각하니 메밀차를 못 산 게 조금 후회가 되네.
요즘 메밀차를 끓여 먹는데, 그 맛이 구수하니 일품인지라... 가산공원에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경희는 여전히 몸이 좋지 않은지 그냥 가자를 반복한다. 다들 끝까지 살피려는 의지가 없는 듯... ㅎㅎ 순전히 날씨탓~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그래도 할 수 없다. 과반 의견에 따르자. ㅋㅋ' 버스는 한 쪽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었는데, 버스 안이 찜통이라 밖에서 잠시 쉬었다. 사람들 하나둘 돌아와서 버스 에어컨 작동 요청하고...
15:30 예정했던 출발 시각에 서울로... 일요일이라 영동고속도로 조금 밀리는 모양. 문막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여주, 국도로 이천을 거쳐 서이천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탔다. 이천휴게소에서 잠시 휴식과 저녁 식사.
춘희는 연신 신기해 한다.
"야야~ 35,000원에 세 끼 다 주고 차비 하고... 여행사에 남는 거 있겠나?"
이어 넷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러게 말이다. 우리는 편안히 차 타고 가기만 하면 되고,
주는 거 먹기만 하면 되니 좋은데...."
"다음 번엔 전어 먹으러 가자."
"난 대하가 먹고 싶은데......"
"그러면 다 가자. ㅎㅎ~"
오가는 대화 속에 벌써 서울이다. 잠실 도착 7시 정도 되었나~~~ 그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 다음 날 출근을 생각하면 일찍 도착한 게 참 다행이었다.
첫댓글 카페가 너무 심심하네. 그래서 재경 여친들 봉평 다녀온 투덜기라도 올려서 덜 심심하게 하려고 ㅎ~. 사진은 <은이의 자연다큐멘터리>에... 이쁘게 봐 주삼!
다녀와서 바로 사진보내준 경은이에게 찬사를....! 사무실에서 자랑삼아 알집풀어 사진보여주니 찬사가 절로들 나오더라 경은이 수고마이했데이~ 예약에 사진작가에 가이드까지씩이나
과찬이다. 넌 그날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주었잖아. 앞으로 니만 따라다니면 되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