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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봄비가 부슬 부슬 내리네요.
산촌에서는
비오는 날은 진짜 공치는 날이랍니다.
뜨끈한 구둘방에 누워 뒤척이다가 예전에 끄적였던 글 한 편 올려 봅니다.
좋은 님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여대생 아내의 입학식날>
‘오호통재라,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목줄 맨 강아지 신세가 될 것 같아 기분이 영 찜찜하다.
앞으로 일이 걱정되어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런 저런 궁리를 해 보아도 별 뾰족한 방안이 없다.
학교 전체가 금연 구역임을 알면서도 담배를 석 대째나 연거푸 피워댔더니 입안이 더욱 씁쓸하다.
작은 사무실이라 금방 담배연기로 자욱해져 버린다.
남의 속도 모르고 교감은 자꾸 들락거리며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느냐고 묻는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계속 울려댄다.
성가시게도 오늘 하루 동안 네 번째나 걸려오는 딸아이의 전화다.
교통도 안 좋은데 엄마네 대학까지 아빠가 모셔다 드렸으면 좋겠다는 전화,
조금 기다렸다가 입학식 모습 사진이라도 몇 장 찍어드리지 않고 그냥 와버렸다고 책망하는 전화,
엄마 혼자 수강신청 하기 어려울 테니 아빠가 좀 도와드렸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하더니,
이번에는 퇴근 시간 맞추어 엄마와 함께 귀가하면 어떻겠느냐며 반 협박 투의 전화다.
내 사정도 모르고 졸라대는 딸아이가 미워진다.
속박 당하는 일을 죽기만큼이나 싫어하는 나는 어떡하라고.
사실
아내의 운전 면허증은 10년 째 장롱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지난겨울,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고 이런 일이 불 보듯 뻔하게 예상되어 운전 연습하기를 수없이 권했었다.
무슨 배짱인지 묵묵부답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와 가깝다는 이유인 것 같아서 별 짓을 다 해보았다.
얼러도 보았고 욱박지르기도 했었다.
끝내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도 했었다.
유야무야 시간은 흘렀고 마침내 오늘 같은 사태가 와 버렸다.
그래도 사십년 가까이 살아 온 정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퇴근시간이다.
두 시에 입학식을 시작한다고 했으니 수강신청까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 같아 금방 내가 그곳으로 간다고 전화를 했다.
바쁘면 오지 말란다.
인사치레라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무뚝뚝한 아내가 얄밉기도 했지만 이런 세월 한 두 해 살아 온 것도 아닌데 내가 참을 수밖에.
잔뜩 찌푸린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고 차를 타자마자 그녀답지 않게 조잘댄다.
천하 명창 조통달 선생한테 사사 받을 수 있다며 좋아한다.
나이든 주부들이 다섯 명이나 된다는 둥,
서울서 여기까지 다니려면 힘들겠다는 둥 묻지도 않은 말까지 해댄다.
나도 그냥 있을 수 없어 퉁명스럽게 몇 마디 물었다.
"몇 살씩이나 된 사람들인데?"“
"근 사십은 가까이 보이던데요?”
당신처럼 내일 모레 환갑 되는 사람도 있어?”
퉁명스럽게 한 마디 하자 말꼬리를 내린다.
“뭐, 나이가 별거래요? 두고 보세요. 절대로 젊은것들한테 지지 않을 테니!”
틀림없이 그러리라.
절대로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몇 밤이고 몇 달이고 밤잠을 설치고라도 해낼 것이다.
아내가 얼마나 원했던 일인가?
손자 보아주는 점잖은 할머니가 되기를 거부하고,
직장 다니는 며느리의 동의까지 받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동안 배우지 못한 설움을 자식들한테 얼마나 각인 시켰으면 딸아이는 저렇게 설쳐댈까?
지 하는 일로 안방 드나들듯 해외 나드리로 정신없이 바쁜 막내아들까지 나서서
엄마 등록금은 걱정 말라니 그도 고맙지 않은가?
나도 맘속으로만 가졌던 아내에 대한 마음을 이제부터라도 표현하며
아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어야 할 모양이다.
"열심히 하라고!"
아내가 자동차 기름 미터기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한다.
“여보, 기름이 거의 바닥이네요. 오늘은 내가 가득 넣어 드릴게요."
부부지간에 많은 말이 무슨 소용이랴.
그 말 한마디면 통하는 것이 오래 산 부부의 정이거늘.
<2004. 3. 2 아내의 대학 입학식에 다녀와서>
첫댓글 ㅎㅎ
마무리가 상큼하네요.
그런데 부인께서는 매우 지혜로우시네요.
남편을 옆에 잡아두는 지혜,
저도 기계치지만
어떤 땐 일부러 기계치 시늉을 더 하지요.
그래서 먼지 뒤집어 써야 하는 전구 갈이도 아내가 하게 되는데,
좀 야비하지요?
석촌님도 기계치라 하셨나요?
글에서 풍기는 것 하고는 조금 달라 웃었습니다.
우리 내외 똑같이 기계치라 뭐든지 외부인 불러 했는데
이젠
산중 외진곳에 살다보니 그것도 어려워
내 손으로 해 보네요.
잘 안되는 것도 많지만
웬만한 건 되더군요.
그래서
옛말에 이 없으면 잇몸으로... 란 말이 생겼나 봅니다.
항상
댓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뭐든지 먼저 나서서 하다보니 남편에게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씌우게 되었음을 반성 합니다~
그리 살면 되었을것을~~내가 다 해야되는 줄 알고~`ㅎㅎㅎ따뜻한 정에 잠시 머물러 봅니다
지혜로우신 부인의 늦은 배움길도 또 동행 하시는 님의 발자츼도 참 따스합니다~
다정한 사랆님께서 여장부신가 봅니다.
그래서
조조도 아마
月明星稀하면 烏雀이 南飛 하니라(달빛이 밝고 별빛 희미하면 새떼들이 남쪽으로 날아 가 느니리라) 하는 싯귀를 남겼는지 모르지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걸 증명하셨네요. 이제는 문화센터에 수강하시어 다시 학생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ㅎㅎ 조언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저희 아내는
대학 강단을 비롯해서 꽤 다양한 곳을 다니며 강의에 정신없이 바삐 살고 있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엉겅퀴님의 가정 분위기는
옆에서 보는 저로서는
아주 재미있게 보입니다.
부부지간에
특히 나이가 들어서는 미운정 고운정
야속한정 불쌍한정 들이
두루두루 뭉쳐 살아 가는가 봅니다.
시지도 않고 짜지도 않고
그저 무덤덤해 가는 노후가 아닌가 싶어집니다.
다른사람들도 그러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정이란 게
고와도 미워도 함께 살다보면
어찌할 수 없이 드는가 보데요.
아마도
그게 인생이 아닐지요.
항상
깔끔하시고 철저한 진원님 부인께서는
많이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분이 엄청 무뚝뚝한 삶이라 하지만 겉으로 표현을 하지안을뿐 내심으론 늘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모습
끈끈한 부부의 정이 아닐런지요...
이제부터는 남편분께서 확 바꾸어서 현대판으로 살아보심 어떻실런지요 인생은 짧다 하드라구요..ㅎㅎㅎ
ㅎㅎ 나는 잘 한다고 하는데.....
아내는 그리 받아주질 않는 것 같아 조금은 섭섭하지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렁저렁 맞추며 살아야 지요?
일교차가 심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졸업을 하시고 이제는 가르킴을 하시는 쪽으로 ...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시지는 않으셨어도 지금은 많이 보람을 느끼시겠네요. 우리집 서방님은... 모르는건지... 간이 배밖으로 나온건지... 마누라 공부 하는거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어찌나 냉랭하게 뒤돌아 섰는지.. 4년 내내 오기로 마쳤지요. 그때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도움을 주었다면 지금은 업고 다닐텐데...ㅎㅎㅎ
은숙님.
너무 행복한 말씀하시는겁니다.
어느 남편이 나이들어 아내 때늦은 책가방 메고 왔다갔다하면 좋아 하겠습니까?
그래도
은숙님 남편께서는 아뭇소리라도 안하고 있었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솔직히
우리 아내는 이 사람 때문에
숨어 눈물 많이 흘렸을 겝니다.
아무런 도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늦은 나이에 학위공부 한답시고 해 보아서
그 심정 쯤은 이해 해 주었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진솔하게 다가오네요.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모습이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은다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결과를 얻을 겁니다. 많이 도와주세요....ㅎㅎㅎ
그렇지요.
사람 사는 게 별 다를게 얼마나 있겠습니까?
거기서 거기지요.
누구에게나 거의 비슷한 인생
조금이라도
남보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일테지만
어디 그리 쉬운일이던가요?
항상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은근히 부인을 사랑하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부러운 부분입니다
나이 들어가니
서로 서로 사랑하며 살고프지만
맘 처럼 쉽지는 않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웬수같이 느껴 질 때가 그래도 좋았던가 봅니다 시간이 흘을 수 록 무덤덤 해지더니 이제는 그냥 짠 해 진답니다 ㅎㅎ
두 분 늘 행복 하시길 바랍니다
젊어서는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눈에 쌍불켜고 한 번씩 해보고 싶었었지요.
누구에게나
그 때 그 시절이 좋았나 봅니다.
이젠
그럴 힘도
그만한 용기도 없어져 버렸으니
이 일 어찌 하오리까?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봣습니다 건강 하새요
원행심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엉컹키님잘계시죠 년말 전체 에서 한번 뵐기회가 있었는대
일이 이상 하게 되어서 참 그렇내요 다음 기회에 한번 뵈엇스면 합니다
언제라도
기회가 닿으면 만나 뵐 수 있는 날 있겠지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얼마만에 들어보는 말인지 정신이 번쩍듭니다. ㅎㅎㅎ
건설현장에서 쓰는 말중에서 막노동 하시는 분들이
가장 좋아 하면서도 가장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답니다.
몸의 고단함을 생각하면 비가오면 쉴수있으니 좋으나
일당을 생각하면 근심이 되니까요.
직장에서는 교장선생님 댁에서는 학부형 이셨네요.?
두분 다 대단하시네요. 열심히 배우려는 분이나
뒤에서 뒷바라지 하시는 분이나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
예전에 그런 노래도 있었지요?
살제로 노작하며 살아 보니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더이다.
댕기님의 말씀처럼
비오면 쉬니까 몸이 편해 좋지만
쉬는 날은 해야 할 일이 밀리니 또한 불편하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전 어제 비오는 날 편히 쉬었네요.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한결 부드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봄 맞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토리는 그렇게 이여 지는군요.
용기와 결단이 존경스럽습니다. 님의 몫이 크겠지만
부부애는 더 한층 잊어저가는 사랑의 진한 가교가 될것입니다.
두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용기와 결단이라 할 수 는 없을 테지만
나이들어 하는 만학은
여간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니더군요.
그래도
배우고 또 배워서 하나씩 깨쳐가는 즐거움이야
공자님께서 이미 하신 말씀이지만
정말 즐거운 일이더군요.
칭찬헤 주시니
감사하지만 조금은 숙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참, 훌륭하신 두분 모습 그려보며
단란한 가족관계와 부부애의 참사랑을 느껴봅니다.
사실은 그리 훌륭하게 살지 못한답니다.
그래도
방장님께서 그리 보아 주시니 괜히 어깨가 으쓱하네요.
그리 살라는 당부로 알고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엉겅퀴님의 외조에 박수보내드립니다.
운전 몇 번 해주는 게
박수 받을 만한 외조라면
아마 외조 수없이 많겠지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새삼스레 대학에 가서 하고싶은 공부를 하겠다면
울 남편은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을 하여봅니다
뭐 말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특히 공부에 게으른 제가 문제입니다
걍 취미로 배우는 서예나 요가.. 이런것들이 제게 더 어울려요 ^^
두 분 참 대단하십니다
나이들어가면서
취미로 하는 게 훨씬 좋은 게지요.
아마
우리 내외 방식은 덜 떨어진 사람들이나 하는 것일테고요.
나이들어가니
정말 책 한줄 읽기 싫어지라고요.
그래서
그냥 편한대로 살기로 했네요.
잘했지요?
감사합니다.
참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51세 되던 해에 서울 신촌으로 열심히 오르내리며
만학도로써 군자삼락을 체득하였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야간운전을 하며 내려오는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보름달의 깊은 운치도 공부로 받아들였고
늦은 밤 레포트를 쓰다가 뒷산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도
공부에 덤으로 보태어지는 樂으로 배웠습니다.
아들뻘되는 학우들과의 교감 또한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었습니다.
나이 많은 교수님과 나이가 아래인 교수님들의 배려가
너무도 따스해서 스스로가 행복했던 배움의 열의가 또한
어려움 속에서 하나의 樂이었습니다.
사모님의 만학열의에 적극적인 뒷받힘을 해주셨으니
그 기쁨이 배가되셨을 것입니다.
^-^,
만학이라는 게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 하는 일이지만
당사자들이야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니
적당히 참을 만 하고
즐거움도 있더이다.
그래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보라면 못 할 것 같습니다.
서로 서로
앞으로도 정진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리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너무 귀여운 여인이세요
귀여운(?) 여인이라 하셨나요?
진짜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웃음이 나옵니다.
조금이라도
귀엽게 애교도 있고
상냥스런 여인과 함께 살고 싶었는데
어디
세상일이
맘대로 되던가요?
이것도
내 팔자려니 하고 산답니다.
감사합니다
벌써 7년 전이 일인가요? 요즘은 만학이 워낙 훤하긴하나 그 결심만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당시의 엉겅키님 마음은 말씀과 달리 굉장히 대견스러웠을 겁니다.
이제 봄이 왔으니 엉겅키님의 산장에도 햇살이 가득하겠군요. 언제나처럼 이 봄도 사모님과
행복하게 맞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