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누구여. 한때는 말여 영농 후계자 아니었남. 저짝 논
도 이짝 논도 죄다 내가 지어 먹던 땅 아녀. 헌디, 누나는 오
디 갔남? 오디 갔는디 코빼기도 안 보이는겨.
왜? 접때 준 땅 다 팔아먹더니 돈 떨어진겨? 헐 말 읎으믄
주둥이 묶어불고 가만히나 있지, 식당 일 안 허고 여 와서 지
랄허는겨.
식당에 파리가 집 짓고 산 지 여러날이여.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월세 낼 날만 성큼 오는디...
뜨건 날 해 밟아 와서리 파리타령이여. 헐 일 읎으믄 저
재 너머 하우스에서 고추 따는 일손 구허니께 거나 가봐. 며
칠 나가믄 일주일은 먹고살겨. 그 누나는 이 뜨건 뙤약볕에
하우스 들어가서 고추 따다가 쓰러져 열병이 났는디도 하루
만에 자리 털고 일어나 또 갔당께. 이차저차 산 입에 거미줄
은 못 치니께 풀이라도 뜯어 먹어야 쓸 것 아님감. 혀서, 시
방 고추 따러 갔으니께 느도 여서 지랄허지 말고 거나 가봐.
아무리 내 속 떠봐야 호랑에서 십원짜리 한장 안 나오니께.
영길이 엄니 드리려고 백숙 들고 왔다 담장 밑에 앉아 있
었다 일장 연설의 오후에 배롱꽃만 붉었다
[미나리아재비], 창비, 2024.
첫댓글 배롱꽃은 왜 붉게 피고 지랄하는겨! ㅎㅎ
요즘 배롱나무 꽃들이 여기저기 예쁘게 피어있군요.
배롱꽃보는 재미가 여름 한나절 재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