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 강영은
당신은 나를 건너고 나는 당신을 건너니
우리는 한 물빛에 닿는다
눈발 날리는 저녁과 검은 강물처럼
젖은 이마에 닿는 일
떠나가는 물결 속으로 여러번 다녀온다는 말이어서
발자국만 흩어진 나루터처럼
나는 도무지 새벽이 멀기만 하다
당신의 표정이 흰색뿐이라면
슬픔의 감정이 단아해질까
비목어처럼 당신은 저쪽을 바라본다
저쪽이 환하다
결계가 없으니 흰 여백이다
어둠을 사랑한 적 없건만
강둑에 앉아 울고 있는 내가 낯설어질 때
오래된 묵향에서 풀려나온 듯
강물이 붉은 아가미를 열고
울컥, 물비린내를 쏟아낸다
미늘 하나로
당신은 내 속을 흐르고 나는 당신 속을 흐른다
ㅡ서귀포문인협회 《西歸浦文學》(2023, vol.35)
******************************************************************************************
인생을 흐르는 강줄기에 비견할 때가 있습니다
잘박잘박하며 개울을 건너야 할 때, 넘실대는 강물을 헤엄쳐 건너야 할 때
장난삼아 신발을 벗고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릴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접시 물에 빠져 익사할 수도 있고, 강물에 휩싸여 정처없이 떠돌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건너야만 하는 목적이 있다면 비목어가 되어야 합니다
슬픔을 가라앉히고, 용기를 추스려 물결 속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강 하나를 마주하고 당신과 나는 쉽게 닿지 못하는 여백을 응시해야 합니다
어떤 강물은 붉은 아가미를 열고 물비린내를 풍길지라도
어떻게든 건너야 할 오늘일 테니 심장에서 먼 곳부터 물을 적셔야 합니다^*^
첫댓글 미늘 :낚시나 작살의 끝에 있는, 물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도록 가시처럼 만든 작은 갈고리
강물이 붉은 아가미를 열고 울컥, 물비린내를 쏟아낸다 미늘 하나로 당신은 내 속을 흐르고 나는 당신 속을 흐른다 ----고로, 당신은 나를 건너고 나는 당신을 건너니 우리는 한 물빛에 닿는다 슬픔의 감정이 단아해 질 때라야 나는 훤한 당신을 보게된다 그 단아함이 구체화된 표현이 오래된 묵향에서 풀려나온 듯 강둑에 앉아 울고 있는 (어둠을 사랑한 적 없는) 비로소 내가 낯설어질 때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좋은 표현입니다, 미늘이 시를 살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