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949호
누구의 것도 아닌 낙타
최승호
바람이 낙타에게 말했다.
“넌 고비 사막의 낙타구나.”
낙타가 말했다.
“난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어제 이리로 왔어. 고비의 낙타는 아니지.”
바람이 낙타에게 말했다.
“그럼 넌 타클라마칸 사막 낙타구나.”
낙타가 말했다.
“난 누구의 낙타도 아니야. 넌 누구의 바람이니?”
- 『사랑에 눈먼 판다』(달아실, 2024)
***
지난 토요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최승호 시인의 신작 우화(시)집 『사랑에 눈먼 판다』 출간 기념 저자 사인회를 진행했습니다.
폭염 속, 그것도 오후 2시 대낮의 행사였지만, 우려를 씻고 예상보다 많은 독자들이 참여해주었습니다.
최승호 시인의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선 독자들은 주로 이십 대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중 한 젊은이에게 물었습니다.
- 어떻게 알고 왔어요?
- <눈사람 자살 사건>을 읽고 너무 좋았는데, 이번에 후속작으로 <사랑에 눈먼 판다>가 나왔다는 걸 알고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 <눈사람 자살 사건>은 본인에게 어떤 책인가요?
-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를 알게 해준 책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는, 다양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할까요? 내 또래의 청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눈사람 자살 사건>과 <사랑에 눈먼 판다>가
왜,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의 필독서인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우화시 한 편을 띄웁니다.
- 누구의 것도 아닌 낙타
너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훈계 대신
바람과 낙타의 대화를 들려줄 뿐이지요.
『눈사람 자살 사건』에 이어 『사랑에 눈먼 판다』에서도
최승호 시인은 특유의 시크하고 시니컬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일생 동안 겪어야 할 수많은 딜레마, 아이러니, 패러독스를 함축하면서
때로는 시크하고 때로는 시니컬한, 한마디로 최승호식 우화입니다.
폭염마저도 잊게 해줄 겁니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이번 주에는 <사랑에 눈먼 판다>와 함께 피서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추신.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가 소신 발언을 했습니다. 그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어느 누구의 안세영이 아닌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이라는 그의 소신을 응원합니다.
2024. 8. 12.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