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p>짬뽕 한그릇 맵게 주문하고</p><p>사흘이나 지난 스포츠 신문 훑다가</p><p>쏟아지는 빗소리 내다본다</p><p> </p><p>껄렁거리는 오토바이</p><p>칼자국 깊은 뺨으로 내리는 비</p><p>비옷 입고 배달 가는 저 비 사이로</p><p> </p><p>홀로 살던 눌태리 끝 집 할미 돌아가실 때</p><p>아이 건진 갯가에서 베트남 처녀 울 때</p><p>좌초된 배에서 그놈만 살아왔을 때</p><p> </p><p>가슴을 다르륵 박고 떠나던 재봉틀 소리</p><p>서둘러 열기를 접는 양철 지붕</p><p>텃밭에 피어나는 실파의 맑은 얼굴과</p><p>뒤란 조릿대 소복한 아우성</p><p> </p><p> </p><p> </p><p>[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창비, 20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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