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서 지지부진한 '유리천장' 해소 공약
이동걸 산업은행장 후임 인선부터 고려해야
앞으로 6개월 동안 금융권 CEO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다음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시작으로 10월에는 이동빈 수협은행장,
11월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12월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김태오 대구은행장의 임기가 각각 끝난다.
내년에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을 시작으로 3월 주주총회 시즌에는 많은 은행권 CEO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CEO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모두 다 남성이라는 점이다.
최근 박진희 씨티은행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직무대행으로 유명순부행장이 임명됐다.
차기 행장으로 유 수석부행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행장에 취임하게 되면 2014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사상 첫 여성 행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제2호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게 된다.
범위를 금융권 전반으로 넓혀도 여성 CEO를 찾아보기 힘들다.
박정림 KB증권 사장, 최현숙 IBK 케피탈 대표,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10대 대선공약 중 하나로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이행방법으로 공기업과 준정부부기관의 여성관리자 비율을 확대하기 위해
직장 내 승진에서 여성에게 적용하는 '유리천장'을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1기 내각 여성 장관 비율 30%를 약속했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은 초기 내각의 30% 가까이 여성 장관으로 채웠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배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18석의 장관 자리 중 5명의 여성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여기에 장관급으로 격상된 피우진 전 보훈처장까지 합하면 약속한 30%를 넘겼다.
이후 김성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임으로 유은혜 현 부총리를 임명하고 법무부장관에 추미애 전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에 진선미 전 장관에 이어 이정욱 현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박영선 전 의원을 임명해
현재 내각의 여성장관은 6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회의 박은정 전 위원장 전햔희 현 위원장까지 합하면
현재 장관급 여성은 8명이다.
차관급에도 많은 여성이 기용됐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 배재정 전 국무총리비서 실장,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 김의숙 전 법제처장,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 최윤희 문화재청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김진숙 전 행정중심복합도시본부장, 김현숙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이 임명됐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 역사상 첫 여성 차장으로 김선희 차장이 임명됐다.
앞선 정부와 비교하면 문재인정부의 여성 인재 등용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국책 금융기관에서 여성 수장은 전무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국책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 소관인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신관리공사의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예탁결제원과
기획재정부 소관인 수출입은행과 한국투자공사 등이 있다.
'유리천장'을 해소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들어 이들 국책 금융기관장으로 임명된
여성 CEO는 한 명도 없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올해, 5월 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이해 여성단체등이 무냊인 정부의 공약을 평가한 결과 성평등 관련
공약이 가장 지체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일 10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임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는 데도 별다른 하마평이 나오지 않아 이 회장 연임설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 쌍용차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아 수장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역대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 연임은 3차례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8개월 정도 남았다.
산업은행 회장 인사에서부터 '유리천장' 해소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한원석 금융부 차장